남상태 전 사장, 검찰 소환 조사…MB 정권 겨냥?
남 전 사장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 말만
2016-06-27 17:43:41 2016-06-27 17:43:41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건의 핵심 인물인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됐다. 검찰은 남 전 사장이 연임을 위해 이명박 정권의 실세들에게 로비를 벌였는지 등을 전방위적으로 조사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수사 진행 결과에 따라 ‘메가톤급 후폭풍’이 불 수 있다는 말이 무성하다. 
 
검찰이 대우조선해양 비리 의혹의 핵심 인물로 지목한 남상태 전 대우조선 사장이 27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됐다. 사진/뉴시스
 
남 전 사장은 27일 오전 9시30분쯤 검찰 부패범죄 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이 있는 서울고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됐다. 
 
청사 앞에 모습을 드러낸 남 전 사장은 “친구 회사에 일감을 몰아줘 회삿돈을 빼돌린 점을 인정하느냐”, “분식회계를 묵인하거나 지시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이어 “사장 3차 연임과 관련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에게 로비 했느냐”, “대우조선 사태에 책임을 통감하느냐”는 질문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특별수사단은 대우조선 분식회계 및 횡령·배임, 일감 몰아주기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앞서 특별수사단은 대우조선해양 재무·회계 담당 임직원들을 수사하면서 성과급이나 경영진 평가를 좌우하는 목표 실적을 달성하기 위해 대규모 분식회계를 저질렀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특히 이들은 예정원가를 임의로 축소한 뒤 이를 통해 직접 대출액과 영업이익을 과대 계상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함께 특별수사단은 남 전 사장의 개인비리도 조사할 계획이다. 남 전 사장은 대학 동창인 H사 정모 대표에게 사업상 특혜를 주고 금품을 전달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건축가 이창하씨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도 함께 받고 있다. 
 
특히 검찰은 남 전 사장이 대우조선해양 사장 연임을 위해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 주요 인사들에게 로비를 벌였을 것으로 보고 수사력을 집중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대구 출신인 남 전 사장은 지난 1979년 대우중공업에 입사해 2000년 대우조선공업(옛 대우조선해양) 기획상무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대우조선 회계담당 부사장 등을 거쳐 지난 2006년 3월 대표이사가 됐으나, 임기 중 정권이 바뀌면서 사장직 연임이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예상을 깨고 남 전 사장이 연임에 성공하자, 이명박 정권 실세에 로비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강력히 제기됐다. 당시 강기정 국회의원은 “남 전 사장이 연임 로비를 위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에게 1000달러 짜리 수표 다발을 건넸다”며 “당시 김윤옥 여사는 정동기 전 민정수석에게 남 전 사장을 챙기라고 했고, 정 전 수석은 민유성 당시 산업은행금융지주 회장을 만나 연임을 지시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전 대통령의 처남인 고 김재정 씨는 남 전 사장과 수창초등학교와 경북중학교 동창이며, 임태희 비서실장과 정동기 민정수석은 남 전 사장과 경동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로 연임 로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남상태→김재정→황태섭→김윤옥→정동기→민유성으로 이어지는 '연임 로비'가 조직적으로 이뤄졌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지난 2009년과 2010년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는 “당시 실체가 없다”고 결론 내린 뒤,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만 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했다. 
 
반면 이번 수사는 비자금 조성 흐름에 대해 전방위적인 조사를 벌이고 있기 때문에 자금 흐름을 수사하다 보면 연임 로비 의혹에 대한 윤곽이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검찰은 남 전 사장 개인비리와 관련해 여러 혐의점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남 전 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한 것을 두고 처벌을 염두에 둔 조치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에 2조6000억원에 달하는 구조조정 자금을 지원하는데, 현 정부 실세들이 가담했는지에도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구체적으로 최경환 의원과 안종범 경제수석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한편, 지난 2010년 수사 당시 특수 1부장은 현재 서울중앙지검 3차장인 이동열 검사였고, 당시 특수1부 부부장은 현재 특별수사단 1팀장인 주영환 검사로 남 전 사장과 질긴 악연이 있다. 
 
김영택·이우찬 기자 ykim9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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