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토마토 이해곤기자]법인세 인상에 대한 논의가 국회에서 논란이 되는 가운데 법인세를 인하하면 기업 투자가 늘어난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경영진의 사익 추구가 이러한 효과를 반감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법인세율 변화가 기업투자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기본적으로 2002년부터 2014년까지 한국의 상장기업을 분석한 결과 법인세평균실효세율이 1%포인트 인하될 때 투자율은 0.2%포인트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KDI는 법인세율 인하에도 기업투자가 부진하기 때문에 이를 인상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어 이를 엄밀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연구 의도를 밝혔다.
정부는 지난 2009년 기업소득 2억원 초과 기업에 대한 법인세율을 25%에서 22%로 낮췄고, 2012년에는 22% 최고세율에 대한 과세표준을 2억원 초과에서 200억원 초과로 높였다. 이로 인해 과세표준 2억원 초과 200억원 이하 구간의 세율은 22%에서 20%로 낮아졌다.
하지만 이 같은 법인세율의 인하에도 불구하고 기업투자는 부진했고, 이에 따라 법인세율을 인상해야 한다는 여론이 대두됐다.
KDI는 기업 투자 등 경영에 대한 의사결정은 법인세율 뿐만 아니라 재무상태 및 투자 불확실성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결정되는 만큼 기업 특성을 가능한 한 통제하고 법인세율 변화가 기업투자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KDI의 분석 결과 법인세 평균 실효세율이 1% 포인트 내려가면 투자율은 0.2%포인트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현금성자산 비중이 1%포인트 낮아져도 투자율은 0.34% 상승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경영진이 회사 자산에 대해 사익을 추구하는 행위가 심해 법인세율 인하에 따른 효과를 떨어뜨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경영진이 영업이익과 현금성자산의 0.09%를 사적으로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됐고, 미국의 0.01%보다 9배나 높았다.
보고서는 "경영진의 사적이익 추구가 법인세율의 인하 효과를 28% 떨어뜨린다"며 "한국은 이를 감독하는 주요 장치가 선진국보다 취약하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인세평균실효세율이 영구적으로 1%포인트 인하될 때 기업의 투자율은 단기적으로 0.29%포인트 증가하지만 경영진의 사익 추구가 가능한 환경에서는 투자율이 0.21%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결국 법인세율 인하에 따른 가용자금의 일부를 사익을 위해 현금성자산으로 축적하고 투자 확대의 폭이 감소로 연결되는 것이다.
남창우 KDI 연구위원은 "정부는 법인세율 인상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이사회 구성과 운영의 독립성을 강화해 경영진에 대한 감시·감독 기능을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외이사제도의 독립성 강화와 함께 기업공시, 외부감사 및 기업평가 제도에 대한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있는 만큼 외부의 기업감시에 대한 시장규율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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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기획재정위원회 법인세 관련 공청회가 열린 서울 여의도 국회. 사진/뉴시스
세종=이해곤 기자 pinvol197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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