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LG, 전경련 공식탈퇴…구본무-전경련 악연 끝내 결별로
2016-12-27 15:18:45 2016-12-27 16:25:03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국정조사 1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재영기자]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끝내 해체의 길로 접어들 전망이다. LG그룹이 탈퇴를 첫 공식화했다. 1999년 빅딜 이후 사실상 전경련에 발을 끊었던 구본무 회장이 결별을 택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탈퇴 의사를 밝혔던 삼성, SK 등 다른 그룹들도 시기와 방식을 조율하고 있다. 공기업들의 탈퇴 행렬은 이미 본격화된 터다.  
 
LG는 27일 “올해 말로 전경련 회원사에서 탈퇴키로 하고, 최근 전경련 측에 이 같은 방침을 정식으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LG는 내년부터 전경련 회원사로서 활동에 참여하지 않을 계획이며, 회비 또한 납부치 않기로 했다. 구 회장은 청문회에서 “전경련은 헤리티지재단처럼 운영하고 친목단체로 남아야 한다”며 대대적인 쇄신을 요구했지만, 탈퇴 의사는 부인했다.
 
다른 그룹들도 탈퇴 채비를 서두르게 됐다. 청문회에서 삼성은 탈퇴 방침을 분명히 했고 SK, CJ도 해체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삼성은 “특검 등 여러 일정이 많아 회비 정산 등 세부적인 절차를 진행하지 못했을 뿐 이미 탈퇴 입장을 밝혔다"며 "향후 회비 납부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SK도 “탈퇴의사에 변함이 없다”고 했다. KT도 탈퇴 의사를 전경련에 전달했다.
 
산업은행 등 금융기관들에 이어 그룹사들까지 줄 이탈하면 전경련의 존속은 어려워진다. 전경련의 한해 예산 400억원 중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그룹이 내는 회비가 절반 정도다. 당장 내년 1월 정기 회장단 회의가 열릴지도 미지수다. 전경련은 최근 긴급회의를 열어 쇄신방안을 마련코자 했으나 주요 회원사들이 불참하면서 무산됐다. 임기가 2개월여 남은 허창수 회장의 후임을 찾는 일도 막막하다. 내년 2월 정기총회까지 쇄신안과 후임 회장 선출이 여의치 않으면 존속의 의미도 더 이상 찾기 어렵다. 
 
탈퇴 첫 테이프를 끊은 구 회장은 이미 전경련에 발길을 끊은 지 오래다. 과거 LG반도체가 현대전자로 넘어간 사건의 앙금이 강하다는 후문이다. 당시 정부가 구조조정을 주도했고, 그 과정에서 중재 역할을 한 것이 전경련이었다. 구 회장은 “자식 같은 기업을 강제로 빼앗겼다”며 분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LG 관계자는 “LG반도체 매각은 정부 강요에 의한 구조조정이었다”며 “사건 이후 전경련을 멀리하게 됐고 회장 후보로 언급된 적도 없다”고 귀띔했다.
 
한편, LG 역시 계열사들의 갹출로 총 78억원을 마련, 전경련을 통해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했다. 대가성 지원 의혹과는 멀어 특검의 칼날에도 한발 비켜나 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