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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의 해’ 밝았다…재계, 기대·불안 상존
최순실 사태에 여야 모두 경제민주화 칼날…"정국 불안이 새로운 위기일 수 있어"
2017-01-01 17:45:36 2017-01-03 17:29:55
 
[뉴스토마토 이재영기자] 대선의 해가 밝았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신정부 출범에 대한 국민적 갈망이 높은 가운데, 경제계의 머릿속은 복잡하기만 하다. 대내외 장기불황에,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으로 인한 보호무역과 중국의 사드 보복 등 수출길은 이미 비상이다. 시장 신뢰 회복과 지배구조 개선 등 과제도 산적하다. 여기에 특검까지 펼쳐졌다. 대선 지형도 또한 재벌개혁을 근간으로 한 경제민주화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불안은 증폭됐다. 재계 관계자는 1일 "어떻게든 현재의 불안은 종식돼야 한다"면서도 "정국 불안의 종식이 새로운 위기를 의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재계는 역대 정권의 기조와 정책에 따라 흥망성쇠를 반복해왔다. 군사정권 시절 산업화는 기간산업을 주도한 재벌이 국가경제의 거대한 축으로 부상토록 했다. 달콤했던 정경유착 뿌리는 수십년이 지난 오늘날 재계 숨통을 죄는 부메랑이 됐다. 재벌 중심의 기형적 구조도 고착화됐다. 김영삼 정부의 외환위기는 경제계를 패닉에 빠트렸고, 김대중 정부에서 진행된 금융개혁, 구조조정, 출자총액제한 등은 노무현 정부까지 이어지는 정책 근간이 됐다. 이명박 정부 들어 정책은 시장친화적으로 바뀐다. 바통을 이어받은 박근혜 정부도 경제민주화 대신 규제철폐를 내걸었다. 최순실 사태가 터지기 직전까지도 개혁이란 미명 아래 각종 경제활성화법을 밀어붙였다. 
 
현 정부가 국민적 분노의 대상이 되면서 차기 대선 주자들은 여야 가릴 것 없이 정경유착 근절과 재벌개혁으로 방향을 설정할 수밖에 없게 됐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불공정한 재벌경제 타파를 경제개혁의 첫째 과제로 꼽았다. 순환출자 해소,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 강도 높은 규제 방안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최근에는 “재벌개혁이 경제를 살리는 출발”이라고까지 했다. 또 “10대 재벌에 대해 특별하게 개혁을 지켜보고, 그중 삼성에 대해선 더욱 제대로 지켜보겠다”며 삼성을 주요 타깃으로 설정했다. 같은 당의 이재명 성남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박원순 서울시장(지지도 순) 등 다른 주자들도 수위만 다를 뿐, 재벌개혁에 대한 의지만큼은 일치한다. 특히 이 시장은 재벌해체론과 함께 최순실 사태에 연루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을 주장, 재계를 긴장케 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공정거래위원회를 경제검찰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을 제시했다. 과거 ‘삼성동물원’, ‘LG동물원’ 발언도 재차 부각되고 있다. 안 전 대표는 현 정부의 상징과도 같은 창조경제혁신센터에 대해서도 “대기업에 독점 권한을 주는 국가 공인 동물원”이라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이미 대선 출마를 선언한 천정배 전 대표의 경우, 안 전 대표보다 재벌개혁 의지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야권이 또 다시 후보단일화 등 세력 결집에 나설 경우 정의당 노선도 일부 수용해야 한다.    
 
범여권으로 눈을 돌려도 상황은 나아지질 않는다. 새누리당이 마땅한 대선주자가 없는 가운데 개혁보수신당(가칭)의 유승민, 남경필, 원희룡 등 차기 주자군의 경제정책도 재벌개혁으로 방향이 설정돼 있다. 유 의원은 새누리당 원내대표 시절 법인세 인상을 강하게 주장하며 청와대와 마찰을 빚은 바 있으며, 남경필 경기지사와 원희룡 제주지사는 과거 남··정으로 불리던 원조 소장파 멤버다. 다만, 이중 원 지사는 대선 출마 의지가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으며, 남 지사는 기업 이해를 배제하는 극단적 개혁 기조와는 거리가 멀다.  
 
대선 출마 의지를 굳힌 것으로 알려진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아직 본격적 검증대에도 오르지 않아 정책 방향이 백지 상태다. 재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10대그룹을 중심으로 반 전 총장에 대한 호감이 높다. '풍부한 경륜을 바탕으로 한 안정성'을 지지 이유로 삼지만, 속내는 앞선 여야 주자들과 달리 재계에 대한 친화적 이미지에 기인한다는 지적이다. 한때 친박 주자로 거론될 정도로 반 전 총장의 기조는 '우향우'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다만 분명한 것은 과거와의 단절 없이 더 이상의 미래는 없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대선 주자들의 외교통일안보 정책도 재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박근혜정부 들어 개성공단이 전격 폐쇄되고, 사드 배치로 중국과의 마찰이 본격화되는 등 이미 정치는 경제가 됐다. 한미 FTA 재협상을 대선 공약으로 내건 트럼프 행정부도 난제로 꼽힌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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