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어주는기자)경제학의 눈으로 청춘의 절망 위로하다
'경제적 청춘' 조원경 지음|쌤앤파커스 펴냄
결혼·취업 포기하는 N포 세대…객관적 현실 이해·합리적 선택 해야
입력 : 2017-05-18 08:00:00 수정 : 2017-05-18 08:00:00
[뉴스토마토 권익도기자] 몸도, 마음도 청춘인 것이 사치인 시대다. 20~30대 청년들은 연애, 결혼, 출산도 모자라 취업, 인간관계까지 포기하고 있다. 부모의 노후 자금에 빨대를 꽂아 제 돈처럼 사용한다는 ‘빨대족’,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기대어 사는 젊은이들을 일컫는 ‘캥거루족’ 등 각종 신조어들도 넘쳐난다. 소셜미디어(SNS) 속 멋져 보이는 타인의 삶에 자존감은 바닥까지 내려간다. 혼술에 혼밥을 아무렇지 않게 여기면서도 마음 한 켠은 어쩐지 허전하다.
 
기획재정부 국제금융심의관이자 국내 최고 실물경제 전문가인 조원경씨는 신간 ‘경제적 청춘’에서 절망에 빠진 청년들이 넘쳐 나는 오늘날 한국 사회를 들여다 본다. 태어나 적당한 소득으로 좋은 가정을 꾸릴 수 있게 장려하는 것이 참된 사회지만 오늘날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특히 ‘꿈’이란 단어마저도 사치에 가깝게 들리는 청춘들에겐 다른 어떤 세대들보다도 세상이 각박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러한 절망적 환경 속에서도 그 원인을 제대로 이해하고 불확실성의 늪에서 빠져 나오려는 20~30대들이 있다. 그들은 “개천에서 용나기 어렵다”거나 “이번 생은 망했다”는 시대적 한탄 속에 인생의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는다. 경제적으로 따져보고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며 자신이 딛고 있는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려는 시각을 기른다. 저자가 말하는 ‘경제적 청춘’들의 모습이다.
 
책은 그런 경제적 청춘의 삶을 함께 고민하는 저자의 논리로 전개된다. 세계적인 경제 석학들의 이론을 주제 곳곳에 배치해 여러 가능성을 유연하게 고민해 볼 수 있는 길을 안내한다. 경제적 청춘들이 최선의 해결책이라 여겨온 방안들도 그 앞에선 재검토해 볼 만한 사안들이 된다.
 
가장 서두에 언급되는 주제는 청년들의 결혼이다. 오늘날 젊은 세대에게 결혼은 선택의 문제가 되고 있다. 일부 젊은이들은 비싼 주거, 혼수 비용 때문에 아예 포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저자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게리 베커의 입을 빌려 꼭 비관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결혼하면 ‘규모의 효과’를 누릴 수 있어요. 한 사람이 사는 것보다 두 사람 이상이 함께 살면 식비나 주거비가 적게 들죠. 남자와 여자의 노동은 서로 보완재 역할을 하고요. 무형의 정신적 포만감도 결혼의 편익에 속합니다.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배우자나 가족이 생기는 ‘보험효과’는 결혼이 꼭 미친 짓만은 아닌 이유입니다.” 베커의 주장을 소개하는 저자는 “결혼이 꼭 돈으로만 표현되지 않는 ‘남는 장사’란 믿음을 줄 수 있도록 하는 게 국가의 일”이라고 말한다.
 
다음으로 언급하는 주제는 빚에 관한 내용이다. 오늘날 대학생들부터 사회초년생에 이르기까지 젊은이들은 늘 돈에 쫓기는 삶을 살고 있다. 대학 등록금이나 집을 담보로 한 신용 대출 등의 규모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러한 환경에 돈을 쪼개 합리적인 소비와 저축을 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도 많다.
 
저자는 이러한 젊은 세대들에게 미국 경제학자 프랑코 모디글리아니의 ‘생애주기 가설’을 소개한다. 현재 소득에 맞춰 소비를 결정하는 것이 아닌 남은 평생의 소득을 고려해 지금의 소비를 결정하라는 얘기다. 그는 “그렇다고 학자금 대출, 주거비, 결혼 비용 등 녹록지 않는 현실을 도외시 하라는 것은 아니다”며 “수명 주기에 맞춰 장기적인 관점에서 소비 계획을 짜는 연습을 지금부터 해야 자신이 자기 삶의 주인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또 정보의 홍수 속에서 가능한 모든 대안을 탐색해보려는 젊은이들에겐 허버트 사이먼의 ‘만족화’ 개념을 소개한다. 각박해진 현실 속 자신에게 최적의 선택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론 ‘이만하면 됐다’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더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만족의 개념을 아는 사람은 어느 지점에서 의사 결정을 멈추고 행복을 찾으려 노력한다. 현실에 적당히 순응하는 것과는 다르다. 자신의 수준에서 나를 합리적인 결정으로 스스로 행복해지기를 선택하는 것이다.”
 
책의 후반부는 청년 문제에서 시작한 논의를 사회 전반적인 담론 차원에서 이끌어 간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교육 개혁의 문제부터 미국 트럼프 시대와 영국의 브렉시트로부터 불거진 경제의 불확실성에 대한 대처, 유럽에서 논의 중인 국민소득에 관한 문제까지 다양하게 짚는다. 특히 스위스와 프랑스에서 시행한 노동 시간 단축 등의 사례는 우리 사회도 고려해 볼 만한 정책적 실험들이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젊은 세대에게 “훗날 지나간 세월을 놓고 자신의 선택에 대한 기회비용을 아쉬워 하지 말자”며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선택지를 정답이라 생각하고 좌절해선 안된다”고 조언한다. 또 “사회의 그림자에 웅크린 청춘에서 벗어나 스스로 삶을 개척하고 사랑하는 경제적 청춘이 되길 바란다”며 “그러려면 국가도 사회도 그리고 우리도 스스로 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경제적 청춘'. 사진/쌤앤파커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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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익도

자유롭게 방랑하는 공간. 문화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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