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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도 AI다)③사라지는 '신약' 진입장벽…국내제약 도약기회
센터 설립·인프라 구축 초기단계…"정부 규제 완화·지원 중요"
2017-11-08 06:00:00 2017-11-08 06:00:00
[뉴스토마토 최원석 기자] 글로벌에선 인공지능을 활용한 신약개발이 본격화되고 있다. 인공지능이 제약업계 판도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측되면서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국내는 신약개발에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수준이 선진국에 비해 미흡하다.
 
제약사 개발팀 관계자는 "글로벌 추세에 따라 신약개발에 인공지능을 사용한다는 데 공감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인공지능을 활용한다는 건지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며 "R&D 연구력과 자본력이 우세한 상위 제약사조차도 인공지능에 대한 인식이 떨어지는 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제약업계가 적극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인공지능이 전통적인 신약개발 프로세스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오히려 인공지능을 활용하면 국내 제약업계가 글로벌로 도약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조언한다.
 
국내 제약업계 시장 규모는 약 21조원에 달한다. 약 1200조원 규모 전세계 의약품 시장의 1.8%에 불과하다. 2016년 기준 의약품 제조업체는 540여개에 달하지만 상위 30개사가 전체 의약품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매출 1조원이 넘는 제약사는 3개에 불과하다.
 
신약개발은 기술집약적인 산업이다. 막대한 투자와 장기간의 연구가 필요하다. 제약사가 신물질 탐색에서부터 신약 상용화까지 전과정을 진행시키기 위해선 규모의 경제가 필수적이다. 인공지능은 국내 제약업계의 한계점으로 지적되는 신약개발의 절대적인 투자금 부족과 자본 집약성을 완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소수 인원만으로도 신약후보물질을 탐색하거나 다른 제약사의 실패한 신약을 도입해 새로운 의약품으로 재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약산업이 분업화·전문화된다는 의미다. 인공지능 신약개발 전문 신생 벤처기업도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공지능을 적용하면 10명 이하 소형 제약기업도 블록버스터 신약을 개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인공지능 활용은 비단 혁신신약이나 바이오의약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국내 제약업계에 활발한 개량신약과 복합제 개발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실제 국내 업체 스텐다임은 이미 시판됐거나 임상 단계에서 안정성이 검증된 약물을 활용해 새로운 용도를 찾아내는 데 인공지능을 사용하고 있다. 크리스탈지노믹스와는 암, 류머티즘, 간질환 신약 후보물질 발굴에 대한 협약을 맺고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스텐다임 관계자는 "인공지능과 시스템생물학 기술을 접목해 효과적인 약물 개발 연구를 하고 있다"며 "기존 신약에 대한 적응증(적용질환) 변경, 복합제 성분 조합에 데이터가 많기 때문에 인공지능 활용 가치가 높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국내 제약업계에 인공지능에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어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인공지능 신약개발 지원센터(가칭)'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배영우 한국제약바이오협회 4차산업 전문위원은 "제약사들이 공통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 인프라 구축과 전문인력 양성을 기획하고 있다. 주요 제약사는 대부분 센터 설립과 인공지능 인프라 구축 사업에 참여한 상태"라며 "퍼플릭 데이터부터 먼저 쓰도록 일단 운영하면 글로벌 제약사와의 (인공지능 기술) 갭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인공지능 신약개발 활성화를 위해선 정부 차원의 규제 완화가 필요하고 말한다. 정부는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출범시켜 인공지능 시대에 대비하겠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공지능은 빅데이터가 기반이 되는데, 선진 시장에 비해서 우리나라는 개인 유전체 및 진료정보 등의 접근 규제가 심하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 등 각종 정보보호 규제에 대한 제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승준 한국바이오협회 부설 한국바이오경제연구센터장은 "우리나라는 전세계에서 ICT(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 정보통신기술) 분야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제약·바이오 산업을 키우기 위해선 정밀의료, 유전체, 디지털 헬스케어 등과 융합과 연결이 중요하다"며 "단순 새로운 시장의 규제를 완화하는 것에서 나아가 초기 시장 형성을 유도하는 시각으로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월 서울 마포구 에스플렉스센터에서 열린 4차산업혁명위원회 출범 및 제1차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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