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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개싸움만도 못한 여의도 정치
2017-10-27 06:00:00 2017-10-27 06:00:00
지름 3~4m의 둥근 바닥에 높이 1.5m 가량의 벽으로 사방을 두른다. 일반경기에서는 주심 한 사람이 경기를 진행하나, 내기경기나 우승자결정전에서는 주심 이외에 두 사람의 부심이 협력한다. 경기시간은 30분을 원칙으로 하되, 무승부일 경우에는 5분 쉰 뒤에 다시 붙인다.
개싸움이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는 개싸움의 규칙을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싸우다가 한쪽이 세 걸음 이상 달아나고, 다른 쪽이 한 발 이상 앞으로 나서면 후자를 이긴 것으로 한다. 또한 3분 이내에 비명을 지르는 쪽은 진 것으로 친다. 싸움 중 3분 이상 일어나지 못하면 진 것으로 치는데, 시작 후 20분 전까지는 3분을, 그 뒤부터는 5분까지 기다린다. 개 주인은 반드시 유니폼을 입어야 하며, 주인이 경기 도중 수건을 던지면 기권으로 인정한다.
 
개싸움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 나라에서 불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 세계에선 나름의 엄격한 규칙을 적용한다. 그런데 요즘 여의도 정치판, 특히 야당을 보면 불법 개싸움만도 못하단 생각이 든다. 최소한의 원칙도, 룰도 없이 그냥 살아남는 자가 이기는 승부다.
 
자유한국당 서청원 의원은 최근 기자회견을 자청해 “당과 나라를 위해 홍준표 대표 체제는 종식돼야 한다”고 했다. 홍 대표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국정농단의 간접적 책임을 물어 탈당을 압박한 데 따른 반발이다.
 
서 의원은 홍 대표가 물러나야 할 이유 중 하나로 “홍 대표가 검찰 수사와 관련해서 과거 내게 협조를 요청한 일이 있다”고 폭로했다. 홍 대표는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 측으로부터 1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2심 재판(무죄)에 이어 3심을 기다리고 있다.
 
서 의원은 증거를 담은 녹취록을 갖고 있다고도 했다. 녹취록의 내용인 즉 홍 대표가 자신에게 돈을 건넸다고 주장한 윤모씨에게 진술을 번복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윤씨는 서 의원의 측근이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에 따르면 서 의원은 9월 초에도 홍 대표를 찾아가 그런 녹취록이 있음을 알렸고, 둘은 격하게 다퉜다고 한다. 지금 한국당의 꼴이 이렇다.
 
녹취록의 존재 자체가 이미 불순함을 내포하고 있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것을 무기로 당 대표까지 지낸 중진 의원이 같은 당 현직 대표를 상대로 두 차례나 협박했다면 그 또한 기상천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서 의원의 이런 행동을 두고 당내에선 “막장도 이런 막장이 없다”는 말까지 나왔다.
 
국민의당 이용주 의원도 가관이다. 법사위 국감장에서 홍 대표 관련 객관적 자료를 확보했다며 “우리당은 객관적 자료를 확보했는데 검찰은 왜 미온적으로 대처하느냐”고 따졌다. 이 의원이 언급한 증거는 녹취록으로 보인다. 이 의원은 대선기간 자신이 이끈 공명선거추진단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 증거조작사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았던 인물이다. 자성하고 또 자성해야 할 그가 다시 면책특권 뒤에 숨어 증거를 들먹이니 의심부터 든다.
 
증거나 녹취록이 있다면 공개하거나 검찰에 건네면 될 일이다. 거기서 위법 사실이 드러나면 관련자는 법의 심판을 받으면 된다. 그러나 알 수 없는 증거는 꼭꼭 숨겨둔 채 협박하며 정치적 이득만 보려 하니, 이게 제1야당인 한국당과 제2야당인 국민의당의 현주소다.
 
지저분한 정치공세는 여의도에서 가장 먼저 사라져야 할 적폐 중의 적폐다. 그런 적폐들이 쌓여 국민의 신뢰를 잃고 국회가 이 모양 이 꼴이 됐다.
저급한 정치로 정치생명 연장을 꿈꾸는 사람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김의중 정경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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