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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첫발 뗀 남북대화, 욕심은 금물
2018-01-11 06:00:00 2018-01-11 06:00:00
최한영 정경부 기자
9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의 성과는 적지 않다. 양측은 평창 동계올림픽에 북한 대표단·선수단 등 파견, 군사당국 회담 개최, 각종 남북문제를 대화·협상으로 푼다는 내용의 공동보도문도 발표했다. 2년 만에 재개된 남북대화인데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2일 회담 개최 제의 시 “북측과 사전교감은 없었다”고 말한데 비춰보면 의미는 더 크다. 그래서인지 향후 장밋빛 전망을 점치는 의견들이 쏟아진다.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서는 평창 동계올림픽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올 경우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묻는 질문도 나왔다.
 
많은 이들의 기대대로 향후 남북관계에 좋은 일만 가득할까. 천만의 말씀이다. 9일 회담 공동보도문에 군사회담 개최가 포함된 것을 놓고 우려가 나온다. 군사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남북관계가 진전되기 어려운 것은 맞지만 북측이 대북 확성기방송 중단 등을 요구할 경우 어떻게 할 것이냐는 등의 반론이 나온다. 국방부에서 대북정책을 총괄하는 대북정책관이 아직 공석인 상황에서 우려는 커진다.
 
호재가 악재로 바뀌어버린 예는 남북관계에서 숱하게 찾아볼 수 있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페이스북에 7·4 남북공동성명 발표 두 달 후인 1972년 9월 서울에서 열린 남북 적십자회담 상황을 설명했다. “기대가 컸고, 북한 대표단이 지나는 길목마다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였다. 그러나 회담이 시작되었을 때 기대감은 분노로 전환했다. 처음 해보는 회담이라 서로 잘 모를 때여서 생중계를 했다. 북측 대표 윤기복이 ‘위대한 수령’ ‘혁명의 수도 평양’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난리가 났다.” 당시 세대가 아니어서 회담을 보지 못했지만, 상황은 충분히 짐작된다.
 
문제는 또 있다. 보수정부 시기 남북관계 단절로 상당수 우리 국민들 사이에 북한에 대한 감정의 골이 깊은 상태다. 김대중·노무현정부 시기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세현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은 책 ‘정세현의 정세토크’에서 남북관계 단절로 북한의 잘 모르는 부분에 대한 악의적 상상력이 넘쳐난다고 지적한다. 일부 전문가들도 북한에서 나오는 정보를 제멋대로 해석하면서 많은 이들에게 혼란을 준다는 것이다. 현 정부도 분명 신경써야 할 부분이다.
 
문 대통령도 신년 기자회견에서 향후 남북관계 전망을 놓고 “이제 시작이고 첫걸음이다. 출발은 좋았지만 너무 앞서가면서 이런저런 가정을 할 단계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단번에 남북관계를 진전시키겠다는 과욕을 버리고 한걸음씩 조심스럽게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 앞으로 회담에 나서게 될 협상단의 능력과 준비상황을 믿고 ‘진득하게’ 기다려주는 것도 필요하다. 남북관계가 불난 집에 호떡 구워먹고 말일이 아니지 않는가.
 
최한영 정경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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