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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태 3연임 제동나선 금융당국…'관치' 논란 증폭
금감원 검사 관련 회추위 일정 연기 요구
금융권 인사개입·관치금융 지적
2018-01-15 17:33:36 2018-01-15 17:33:36
[뉴스토마토 문지훈 기자] 김정태 하나금융지주(086790) 회장이 3연임 도전에 나선 가운데 금융당국의 연이은 압박으로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가 차기 회장 선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 회추위는 이날 서울 시내 모처에서 차기 회장 후보 16명에 대한 면접을 진행했다.
 
이날 면접은 금융감독원이 하나금융 회추위에 일정 연기를 권고한 이후 진행된 것이어서 금융권 안팎의 시선이 집중됐다.
 
금감원은 지난 12일 하나금융 회추위가 초청한 간담회에서 하나금융 및 KEB하나은행을 둘러싼 의혹의 사실관계가 규명되지 않았다는 점을 이유로 일정 조정을 권고했다.
 
금감원이 하나금융 회추위에 일정 연기를 권고한 것은 현재 검사를 진행 중인 아이카이스트 특혜대출 의혹 및 중국 투자 의혹 등 때문이다. 현재 금감원은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과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벤처기업 아이카이스트 특혜대출과 중국 특혜 투자 등에 대한 검사를 진행 중이다. 차기 회장 후보들의 의혹에 대한 검사가 진행 중인 데다 현재 차기 회장 선임 일정이 예년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일정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하나금융 회추위가 기존에 계획한 대로 15일 16명의 후보에 대한 면접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양측의 갈등 양상으로 번졌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이 노골적으로 민간 금융사 인사에 개입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차기 회장 후보의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회추위원들이 판단해 선정 시 반영하면 되는 일"이라며 "회장 선정 과정 중간에 일정을 연기해달라고 하는 것은 인사개입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수차례 금융사의 지배구조에 대한 개선 작업이 이뤄졌음에도 사외이사 선임, 셀프 연임 등의 문제가 지속되고 있어 추가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학계 관계자는 "이사회가 경영진으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한다는 것은 기본사항"이라며 "독립적인 이사회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경영진이 사외이사를 선임하면 안 되는데 지금까지 그 부분에 미흡한 점이 지속돼왔다"고 말했다.
 
관치금융 논란에도 그동안 금융사의 지배구조를 비롯해 금융지주 회장의 '셀프연임' 등에 대해 강력히 비판해온 금융당국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15일 "금융권 적폐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얼음장처럼 차갑다"며 "금융인 중 '간섭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생각을 빨리 고쳐야 한다"고 경고했다.
 
금감원의 하나금융 차기 회장 선출 연기 권고에 대해서는 "KEB하나은행에 제기되는 몇 가지 의혹들이 해소될 때까지 선임 절차를 연기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차원의 취지로 알고 있다"며 "권고를 받아들일지는 회추위가 결정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최 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은 하나금융 회추위가 금감원의 권고를 사실상 거부한 이후 나온 것이어서 3연임에 도전하는 김정태 회장과 하나금융 회추위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은 이번 차기 회장 선출과 관련해 작년 말부터 금융당국의 압박을 받아왔다. 하나금융은 작년 말 금융당국의 잇따른 지적에 현직 회장을 회추위에서 제외하기로 하는 등 지배구조 개선안을 내놓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회추위가 최종 후보 선정을 기존 일정보다 늦추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하나금융은 15일과 16일 2일에 걸쳐 면접을 진행한 뒤 22일 차기 회장 후보를 확정할 계획이었다.
 
금융권 또 다른 관계자는 "회추위 입장에서는 기존 일정대로 추진했다가 금감원 검사 결과 현재 의혹과 관련해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날 경우 책임론을 피하기 어려워진다"며 "금융당국의 권고를 무시하기 힘든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왼쪽)과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사진/뉴시스, 하나금융지주
 
문지훈 기자 jhm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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