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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 외치던 신세계, 이마트24 옆 '노브랜드' 입점 논란
이마트24 가맹점주, 같은건물 노브랜드 입점에 당혹…"본사 횡포에 배신감"
2018-02-06 17:43:50 2018-02-06 17:43:53
[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신세계(004170)그룹 이마트(139480)가 '노브랜드'를 띄우기 위한 직영점 출점 확대에 나서며, 점주와의 상생을 표방하던 편의점 '이마트24' 근접 상권까지 출점해 논란이다.
 
6일 본지 취재결과 인천 서구에 위치한 '이마트24'의 점주 이모씨는 최근 같은 건물에 노브랜드 직영매장이 입점한다는 소식을 듣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마트24'는 경쟁 편의점과 달리 '노브랜드 제품'이 주된 경쟁력이다.
 
최근까지도 이마트24 점포를 급속도로 늘리는 과정에서 본사는 점주들을 상대로 '노브랜드' 경쟁력을 어필해왔다는 게 점주측 설명이다. 그런데 같은 건물이자 도보로 15보 거리밖에 안되는 곳에 노브랜드 직영점이 입점해 치명적인 상권침해와 매출 타격이 예상된다는 얘기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지난해 편의점사업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위드미'에서 '이마트24'로 사명까지 바꾸고 출점에 가속도를 붙이며 올 1월말 기준 2722개까지 매장을 늘렸다. 지난 1월 이마트24 점포수는 전월대비 95개 늘어나며 점포순증 규모도 두 달 연속 편의점업계 1위를 차지했을 정도다.
 
문제는 이같은 출점 확대 전략이 노브랜드 매장에도 적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상권 곳곳에 포진한 이마트24의 인근 상권에 노브랜드 매장 출점이 이어지며 점주와의 마찰이 우려되고 있다.
 
이마트는 현재 오프라인 핵심동력으로 이마트24와 노브랜드 직영점을 앞세우고 있다. 정부의 대형 쇼핑시설 출점규제와 의무휴업 강화 등으로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기존 오프라인 점포 출점이 사실상 중단됐기 때문이다.
 
노브랜드 매장 입점 소식에 분노한 점주 이씨는 최근 본사측에 항의하고 근본적 대책을 요구했지만, 본사에서는 원론적인 답변만 돌아왔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팀장이라는 분은 제게 심려하는 마음을 이해하고, 편의점의 강점을 살려 같이 매출을 방어하도록 노력하자, 노브랜드 매장과 상이한 제품도 있어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는 등 납득이 되지 않는 답변만 늘어놨다"며 "노브랜드 입점을 강행하고 내가 지치기만을 바라는 것 같아 소송을 진행중이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 건물에 노브랜드 매장이 들어선다는 것도 걱정하는 인근 상인들의 이야기를 듣고서야 알게 됐다"며 "사전에 본사측과 아무런 사전 협의도, 하다못해 통보도 없었고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씨는 "이마트24를 운영중이거나 예정인 점주들이 2차, 3차 피해를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본사의 횡포를 알려야 했다"며 "이마트24를 시작하는 대부분의 이유는 노브랜드 제품의 경쟁력인데 최근 편의점 내 노브랜드 제품 비중을 줄이고 상권 구석구석에 노브랜드 직영점을 입점시키기 위한 꼼수"라고 지적했다.
 
이씨는 점주들이 포함된 경영주협의회에도 이같은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협의회가 본사측의 입장만 대변하는 등 점주들의 눈과 입을 막고 본래 기능을 상실했다는게 이씨의 주장이다.
 
최근 이마트는 이마트24에 노브랜드 제품 비중을 점진적으로 줄이고 편의점만의 자체 PB상품 개발에 나서고 있어 일부 점주들의 불만을 사기도 했다. 한 가맹점주는 "이마트가 점주들을 설득해 이마트24 매장을 늘리면서 동시에 본사가 100% 직영으로 운영하는 노브랜드 매장까지 무분별하게 확대해 이같은 상황이 벌어졌다"며 "노브랜드 출점 확대를 위해 이마트24 안에 있는 노브랜드 제품을 결국 철수시키겠다는 것인데 점주들을 상대로 창업 과정에서 노브랜드 경쟁력을 어필했던 본사측의 태도를 생각하면 이율배반적인 행태로 밖에 안보여진다"고 호소했다.
 
이마트24 관계자는 "노브랜드 출점 계획을 공유하지 않아 관련 내용을 파악하고 있지 않다"며 "사실관계부터 확인후 적절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노브랜드 직영점은 최근 100호점을 넘어섰다. 첫 출점 이후 1년 반이 채 되지 않는 기간에 100호점을 돌파한 것이다. 전통시장 인근 출점 규제 등으로 기업형슈퍼마켓(SSM) 신규 개점이 사실상 멈춘 상황에서 노브랜드 전문점만이 출점을 이어가고 있다.
 
노브랜드 전문점은 이마트가 2015년 개발해 대형마트에서만 판매하던 노브랜드 PB상품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가두점포다. 직영과 가맹점이 섞여 있는 기존 자사 SSM '이마트 에브리데이' 등과 달리 노브랜드 전문점은 100% 직영으로 운영한다. 이마트는 노브랜드가 상생모델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일각에선 골목상권침해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PB상품만 판매한다는 점을 강조해 규제를 피해가며 출점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인천 서구 소재 이마트24 매장이 들어선 건물. 이 건물 우측편 1층에는 같은 이마트계열이자 직영매장인 노브랜드 전문점이 들어설 예정이다. 사진/익명제보자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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