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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빗장 건 중국, 유럽 진출 타진…국내 업계 긴장
중국 최대 배터리업체 CATL, 유럽 공장 설립 물색
2018-03-09 07:00:00 2018-03-09 07:00:00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중국 최대의 전기차 배터리업체인 CATL이 유럽시장 전초기지로 삼을 공장을 짓기 위해 부지를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한국산 배터리 수입의 빗장을 걸어 잠근 상태에서 대체시장인 유럽서도 경쟁이 심화될지 우려된다. LG화학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운다. 
 
지난 8일(현지시간) SK이노베이션은 헝가리 코마롬(Komárom)에서 전기차 배터리 공장 기공식을 열었다. 이번 공장은 SK이노베이션의 유럽 첫 단독공장이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말 코마롬 지역 42만㎢ 부지에 8402억원을 들여 배터리 공장을 짓는 계획을 내놨다. 공장은 2020년 완공되고 연간 7.5GWh의 배터리를 생산하게 된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 자료를 보면, 지난해 기준 SK이노베이션의 글로벌 출하량은 0.3기가와트시(GWh)로, LG화학(4.8GWh)과 삼성SDI(2.4GWh)에 크게 밀린다. 헝가리 공장은 물량과 점유율을 극복하려는 SK이노베이션의 야심 찬 계획이다. 이날 기공식에 참석한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은 "10여년 전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처음 기획한 이후 기울여 온 노력들이 유럽 공장 건설 등으로 결실을 맺고 있다"며 "머지않아 전세계 전기차에 SK의 배터리를 공급하게 되는 날이 오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사진/뉴스토마토
 
하지만 SK이노베이션은 유럽시장 공략에서 복병을 만날 전망이다.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최근 중국 최대의 전기차 배터리업체인 CATL은 유럽에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하고 독일과 폴란드, 헝가리 등에서 부지를 찾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CATL의 글로벌 출하량은 9.8기가와트시(GWh)로, 파나소닉(9.9GWh)에 이은 글로벌 2위다. 세계시장 점유율은 16.5%에 이른다. 같은 기간 국내 배터리업체인 LG화학과 삼성SDI는 4·5위, SK이노베이션은 세계 10위권 밖이다.
 
CATL의 유럽시장 노크는 국내 업계에 상당한 위협이 될 전망이다. 현재 중국은 한국산 배터리를 장착한 차량에 보조금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시장 진입을 막고 있다. 이에 국내 업계는 차선책으로 유럽·미국시장에 주력해왔다. CATL 등 중국 업체들이 유럽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하면 국내 업체로서는 경쟁심화와 시장축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해 LG화학과 삼성SDI는 중국시장이 막힌 채 유럽·미국시장을 개척하며 글로벌 톱5를 지켜냈다. 이에 비해 CATL은 자국 시장에서만 수월하게 LG화학의 두 배를 팔며 승승장구했다. 업계 관계자는 "CATL은 지난 2011년 설립돼 지난해까지 중국의 지리자동차와 정주우통객차, 둥펑모터스 등 자국 자동차회사 위주로 배터리를 공급했고, 매출의 99%를 중국에서 발생시키면서도 글로벌 톱2가 됐다"며 "앞으로 유럽 고급차 브랜드에 배터리를 납품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확대할 계획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 업체의 유럽시장 진출이 국내 업계에 위기로 다가오는 이유다.
 
특히 헝가리에서 배터리 공장 기공식을 여는 등 유럽시장 공략에 상당한 공을 들인 SK이노베이션은 빨간불이 켜졌다. LG화학도 폴란드에 공장을 짓고, 삼성SDI도 지난해 헝가리에 공장을 갖고 있으나 이들은 글로벌 톱5에서 선전 중이라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보다는 유리한 면이 있다. SK이노베이션의 헝가리 사업은 최태원 회장이 4차산업혁명 시대의 신경영 전략으로 내세운 '딥 체인지2.0'의 하나라는 점에서 성공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중국과 유럽·미국시장으로 양분됐는데, 중국 업체들은 자국의 전기차 보급정책에 맞물려 중국시장에서 상당한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며 "중국 업체들이 유럽으로 눈을 돌리면 국내 업체들에 큰 위협이 될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재 유럽은 2015년 폭스바겐 디젤게이트을 계기로 휘발유와 디젤을 쓰는 내연기관 자동차를 퇴출하고 전기차 등 친환경차 보급 움직임이 한창이다. 네덜란드와 노르웨이가 2025년, 독일이 2030년, 영국이 2040년부터 신규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할 예정이다. 메르세데스 벤츠와 볼보, 폭스바겐, BMW 등 완성차업체들도 전기차 모델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이에 유럽시장은 전기차 배터리업계의 주요 공략대상으로 떠올랐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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