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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이번엔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 요구
"단위기간 늘려 일감몰릴 때 집중 근무"…노동계 "근로수당 줄이기 꼼수" 반발
2018-03-11 10:00:00 2018-03-11 10:00:00
[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근로시간 단축으로 부담을 느끼는 경영계가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확대하자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감이 몰리는 시기에 근무 시간을 집중 할당해 생산성을 제고하자는 취지다. 반면 노동자들은 연장 근로수당을 줄이려는 꼼수라며 노동 시간 증가로 산업재해도 늘 것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이성기 고용노동부 차관이 6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노동시간 단축입법 개정안에 대해 설명하며 향후 계획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재근 대한상공회의소 기업환경조사본부장은 11일 “근무시간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어 노동시간을 유연화해야 할 필요가 커졌다”고 말했다. 최종진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문위원도 “기업들이 생산 물량을 맞추거나 일감이 몰리는 시기에 탄력적으로 근로 시간을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영계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를 요구하는 배경으로 현 제도의 낮은 활용도를 꼽는다. 탄력적 근로시간제 적용 기간이 2주 또는 3개월 이내로 짧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실제 고용노동부가 2013년에 발표한 ‘기업체노동비용 부가조사’에 따르면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사용하는 기업은 4.8%에 불과했다. 100곳 중 5곳 정도만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하고 있는 셈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당장의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3개월 내에서 사용할 수 있어 계절적 수요를 반영하기 어렵다”며 “6개월 또는 1년으로 단위기간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경영계는 기술적 측면에서도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 기간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휴대폰 업계의 경우 신제품 출시 전 몇 달 동안 굉장히 집중해서 일을 해야 한다”며 “특정 시기를 놓치면 전체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탄력적 근로시간제 기간을 지금보다 넓게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노동계에선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는 추가 근로만 늘릴 뿐 노동 환경을 악화시킨다며 반발하고 있다. 강훈중 한국노총 대변인은 “탄력적 근로시간제 기간 확대는 사실상 수당 없이 추가 근로를 늘리는 것”이라며 “하루에 8시간 일을 했는데 3시간 더 추가로 연장근로를 해도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적용되면 추가 수당은 붙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로 산업재해가 빈발할 우려가 크다고 노동계는 입을 모았다. 올해 5월부터 시행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따르면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적용할 경우 근로시간을 최대 주당 64시간(탄력적 근로시간제 적용 근로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으로 늘릴 수 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로 인한 장시간 노동은 노동자의 과로와 함께 건강상 위험을 초래 한다”며 “이는 장기적으로 생산성을 하락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측의 의견차가 커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를 위한 사회적 합의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정부는 2022년 말까지 탄력적 근로시간제 사업장 실태조사 및 업종 및 사업장별 특성에 맞는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달 중 고용노동부 부처 내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후속 조치를 내놓을 방침이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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