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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문 정부, ‘인사’ 불신 넘어 ‘정권’ 불신 걱정된다
2018-04-13 08:00:00 2018-04-13 08:00:00
고재인 금융부장
한국 경제의 혈맥인 금융권을 실질적으로 좌지우지 하는 관리감독기관은 금융감독원이다.
 
“금융사에게는 금융위원회보다 금감원이 더 무섭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이를 대변한다.
 
조직상 금융위원회의 산하 기관이지만 금융사의 감독을 맡고 있는 ‘금융검찰’ 금감원의 권력이 막강하다는 얘기다.
 
그런데 최근 그 강력한 파워의 정점에 있는 금감원장 인사를 보면 참 한심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특히 금감원장 인사는 문재인정부 들어 논란과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국민들은 짜증을 넘어 인사에 대한 ‘염증’을 느낄 정도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문재인 정부 초기 신임 금감원장에 김조원 전 감사원 사무총장이 하마평에 올랐었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공직기강 비서관으로 근무한 이력으로 후보에 올랐다는 얘기가 나왔다. 비금융권 인물이지만 감사원 업무 특성상 금융권 적폐청산과 금융개혁의 적임자라는 긍정적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례적으로 시민단체인 참여연대가 나서 김조원 전 사무총장을 반대했다. 비금융권 인물인데다가 사실상 보은인사라는 지적이 이면에 깔린 것이었다. 김 전 총장은 결국 낙마했다.
 
이어 최흥식 전 하나금융지주 사장이 ‘깜짝’ 발탁됐다. 금융권과 정치권 등에서는 황당하다는 반응 일색이었다. 일부에서 평가한 첫 민간출신이라는 신선함도,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으로 연결되는 ‘라인’이라는 비판과 우려에 묻혀버렸다. 시장에서는 김 전 총장의 낙마 배후에는 참여연대 출신 장 실장이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더욱이 최 전 원장은 하나금융 회장 인사에도 개입하는 등 무리수를 두기도 했다. 때문에 김승유 전 회장과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권력 싸움에 최 전 원장까지 동원됐다는 의혹들도 제기됐다. 결국 최 전 원장 역시 과거 하나금융지주 사장 시절 본인의 채용비리에 발목이 잡혀 6개월 만에 불명예 퇴진했다.
 
금감원장 인사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은 김기식 전 국회의원이 새로운 금감원장으로 선임되면서 절정에 달했다. 참여연대 출신이자,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라인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김 원장도 다르지 않았다. 조용한 기간은 1주일도 되지 않았다. 국회의원 시절 산하기관의 비용으로 외유성 해외출장을 갔다는 이력이 불거졌다. 게다가 국회의원 시절 강하게 어필했던 2금융권 20% 금리 인하를 사장들에게 압박하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차기 국회의원 선거를 염두에 둔 무리한 권력 남용이라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위태위태하다.
 
만 6개월 만에 벌써 세 명째. 청와대에서 각 라인 주체들이 금감원장 자리에 자기 사람을 심으려다 보니 “검증은 뒷전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우리나라 경제에서 금감원장 자리는 매우 중요하다. ‘자기사람 심기’ 때문에 한국경제의 혈맥인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훼손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건 또 다른 적폐다.
 
이제 시장을 위한 인사가 아닌 ‘내 사람’을 심기 위한 이기적인 인사는 중단돼야 한다. 문재인정부의 ‘인사’에 대한 불신이 ‘정권’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기 전에 말이다.
 
고재인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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