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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 비핵화, 이제 시작이다
2018-06-14 06:00:00 2018-06-14 06:00:00
김의중 정치부장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를, 미국은 북한의 체제를 보장키로 약속하는 공동합의문을 발표했다. 또 새로운 북미관계를 약속하고,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키로 했다. 합의문과 별도로 트럼프는 북한 입장에서 최대 위협이던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중단하기로 해 긴장요소를 제거했다. 북한은 미사일 엔진 실험장을 조만간 폐쇄할 예정이다.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 비핵화)는 명시하지 않았다. 그러나 애초 CVID는 미국이 요구해 온 것으로, 트럼프가 이번 비핵화 합의와 CVID가 차이가 없음을 인정함으로써 논란은 해소됐다.
 
비핵화만큼이나 중요한 합의는 새로운 북미관계를 수립키로 한 부분이다. 수교까진 아니지만, 적어도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한 첫걸음이다. 한반도가 계속해서 긴장 상태를 유지해 온 건 남북관계 때문만이 아니다. 오히려 1953년 한국전쟁 정전 선언 이후 지속된 북미 간 적대관계가 한반도에는 더 큰 위협요인이었다. 이번 합의가 상당히 유의미하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도 이런 맥락이다.
 
다만 북한 비핵화 로드맵이나 핵 폐기 시한, 종전 선언 등의 내용이 빠진 건 분명 아쉽다. 추가 협상을 통해 이들 내용을 포함해 이번 합의문을 보다 구체화될 필요가 있다. 약속의 구체성이 떨어지면 그만큼 다툼의 소지가 많아지고 깨기도 쉬운 법이다.
 
특히 북미는 이미 한 번씩 합의를 파기한 전례가 있다. 제네바합의와 9·19공동성명이다.
 
제네바합의는 1994년 10월 21일 제네바에서 북핵 해결을 위해 북미가 합의한 기본문서다. 기본문서에는 핵 특별사찰을 통한 핵 의혹 해소, 핵 동결과 관련시설 해체,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의한 감시 보장, 핵확산금지조약(NPT) 복귀, 핵연료봉 처리 등이 담겼다. 그 대가로 북한에 40억달러 이상 가는 100MW 용량의 경수로 2기 건설과 산업용 중유 50톤을 제공키로 했다. 그러나 2001년 9·11테러사건을 계기로 부시 행정부가 북한을 3대 테러국가로 지목하면서 사실상 합의를 휴지조각으로 만들었다.
 
반대로 2005년 9월 19일 4차 6자회담에서 나온 9·19공동성명은 북한이 협약을 파기한 사례다. 북한은 모든 핵무기를 파기하고 NPT, IAEA로 복귀하는 대신 200만KW의 대북송전과 경수로를 무상 제공받기로 했다. 하지만 북한은 미국 독립기념일인 2006년 7월 4일(미국 현지시간) 장거리 미사일 대포동 2호를 발사하면서 협약을 공식 파기했다.
 
다시는 이런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판문점선언과 싱가포르 공동합의는 한반도 평화를 진일보시킨 역사적 사건임에는 이견이 없지만, 아직까지 비핵화를 예단하긴 이르다. 지금은 비핵화로 나아가기 위해 첫 발을 뗀 데 불과한 게 엄연한 현실이다.
 
다행스러운 건 2차 북미 정상회담과 후속 실무회담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트럼프는 김정은에게 “워싱턴의 백악관으로 초대하고 싶다”했고, 김정은은 흔쾌히 수락했다. 트럼프는 폼페이오를 통한 북미 간 최고위급 회담도 예고했다.
 
북한 비핵화의 성공 여부는 앞으로 북미가 후속회담을 통해 실현 가능한 시간표를 만들지 여부에 달렸다. 자만은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상대다. 우리정부를 비롯한 관계국 모두는 더 치열하게 협상하고 노력해야 한다.

김의중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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