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여론질책과 직원반발에 등 떠밀려 사과…박삼구 사퇴해야"
2018-07-06 22:00:08 2018-07-06 22:00:08
[뉴스토마토 양지윤 기자] "우리 회사의 모토가 '아름다운 사람들'인데, 박삼구 회장과 경영진은 이와 거리가 멀어 보인다."
 
6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처음 열린 '아시아나항공 No Meal(노 밀) 사태 책임 경영진 규탄 문화제'. 집회 개최에 앞서 만난 한 아시아나항공 직원은 "경영진의 마인드가 변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운항승무원 유니폼 차림에 검은색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린 이 직원은 "그룹 구성원뿐만 아니라 회사와 연계된 사람들의 삶의 질을 보장한다는 게 아름다운 사람들이라는 모토가 추구하는 방향"이라며 "회사는 직원들이 최대한 고생하지 않게 하고, 어려운 일을 맡으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해줘야 하는데, 지금까지 박삼구 회장과 경영진은 나몰라라 해왔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박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기내식 사태에 너무 안이하게 대처했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는 특히 "박 회장과 경영진은 기내식 대란 발생 당일 혹은 다음날이라도 즉각 대처해야 했었다"며 "여론의 질책을 받고, 직원들이 반발하자 등 떠밀리듯 사과에 나선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을 정상화하는 길은 박 회장의 사퇴에 있다"고 주장했다.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열린 '아시아나항공 No Meal(노 밀) 사태 책임 경영진 규탄 문화제'에서 아시아나항공 승무원이 손팻말을 나눠주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은 집회 시작 전까지는 하얀 마스크를 쓰고, 검은 옷 차림을 한 이들만 주로 보였다. 하지만 오후 6시가 지나자 비행을 막 끝내고 퇴근한 직원들이 속속 합류했다.
 
"시간만 허락된다면, 매번 집회에 참여하고 싶은 심정이에요." 이날 비행근무 직후 문화제에 참석한 객실승무원은 집회가 끝난 뒤  소감을 묻는 기자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객실승무원 유니폼 차림에 검은색 선글라스를 쓴 그의 손에는 비닐로 포장한 국화꽃 한 송이가 있었다. 기내식 공급 지연에 따른 압박감을 견디다 못해 숨진 협력업체 대표를 추모하기 위해 직접 헌화를 준비해 온 것이다.
 
유니폼을 입고 동참한 동료들 역시 검은색 선글라스나 하얀 가면 차림으로 문화제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이들은 "박삼구 회장이 기내식 사태 수습과 관련해 별다른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며 "4일 열린 기자회견이 매우 실망스러웠다"고 입을 모았다.
 
촛불문화제 현장에는 대한항공 직원들도 함께 했다. 앞서 '조양호 오너일가 갑질 사태'를 규탄하며 4차례의 촛불집회를 열었던 대한항공직원연대는 이날 집회 현장 부근에서 갑질 근절 캠페인을 펼치며 힘을 보탰다. 현장에서 만난 한 대한항공 직원은 "오너가의 갑질에 동병상련의 마음이 들어 촛불문화제에 참석했다"며 "두 회사 모두 이번 일을 계기로 그동안 잘못된 경영을 바로잡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