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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기대와 인내 사이 균형찾기
2018-09-07 06:00:00 2018-09-07 06:00:00
소위 미래성장동력이라 불리며 세간의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는 업종에는 공통적 특성이 있다. 냉정하게 바라보면 하나같이 현재 시점에선 성장의 실체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특히 제약·바이오업종의 경우 이같은 특징이 두드러진다. 신약 임상 1상에 성공했다는 뉴스들은 수두룩하지만 실제로 신약개발에 성공해 상당 물량을 계약하기에 이르렀다고 공식 발표하는 경우는 그야말로 가뭄에 콩나듯 한다. 그런데도 일단 시장에 소문이 번지기만 하면 주가는 오른다. 이같은 맹점을 아는 기업, 그 중에서도 투자금이 아쉬운 기업은 결국 소문내기의 유혹에 흔들리고 만다. 이쯤되면 말의 힘, 소문의 힘으로 크는 업종 아니냐는 비아냥도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다.  
 
견고한 실적보다는 신약 개발 기대감에 기대어 자금이 마치 밀물과 썰물처럼 몰렸다가 빠지는 제약·바이오업종도 이제는 달라져야 할 때다. 차세대 미래 신약을 개발 중이라는 화려한 수식어만 앞세울 뿐 수익을 전혀 내지 못하는 기업들, 공매도 종목으로 더 유명한 기업들이 업계의 주요 축을 이루고 있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물론 신약개발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긴 하다. 어떤 기업은 운이 좋게도 불과 수년의 연구개발(R&D) 기간만으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기도 하지만, 때로는 10여년이 지나도록 투자에 걸맞은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기업들도 수두룩한 게 현실이다. 문제는 이 중에서 투자자를 현혹하는 데에만 골몰하는 듯한 기업들이 오랫동안 걸러지지 않고 있었다는 점이다. 사기성 짙어보이는 쭉정이 기업들이 업계 전반의 건전한 투자심리, 성장 가능성을 흔들도록 더이상 내버려둬선 안된다.
 
지난 5일 식약처가 금융위와 협업을 통해 과장이나 허위 정보 유통을 통한 불공정거래 방지에 적극 나서겠다고 천명했다는 소식은 그런 측면에서 볼 때 반갑다. 마침 6일에는 지난해 의약품 수출액이 40억달러를 돌파했고, 특히 선진국으로의 수출 또한 늘었다는 공식 집계도 나온 상황이다. 제약·바이오업종에 대한 기대감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으면서도 신뢰도를 공고하게 쌓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분위기가 모처럼만에 조성된 셈이다.
 
경제 전반적으로 볼 때 소득주도성장 외에 혁신성장의 역할 및 중요성이 한창 커지고 있는 이 때, 성과내기 좋은 정책에 유혹되기보다는 기반을 다지고 내실을 기하는 정책에 좀더 힘을 주려는 정부 차원의 움직임이 필요해보인다. 앞서 지난해 정부는 시중자금이 부동산에 몰리는 대신 유망 바이오나 IT 같은 성장 가능성 있는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으로 향하게 하겠다며 코스닥 활성화를 주창한 바 있다. 하반기로 접어든 현재 시점, 연초와 달리 코스닥의 불씨는 시들해진지 이미 오래고 부동산 시장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 붐업에 대한 드라이브를 너무 성급하게 걸지는 않았으면 한다. 정부 주도의 성장은 결국 근본적인 혁신성장이라고 보긴 힘든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오랫동안 거품 논란에 시달려온 제약·바이오 업종에 대해서는 더욱 조심성이 필요한 때다.
 
정부가 시장을 선도해나가려 하기보다는 시장 실패를 보완하기 위한 방책을 찾는 게 급선무다. 블록버스터급 신약이 팡팡 터지는 것은 사실 로또 1등 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라는 점을 인정하되, 바이오시밀러 강국을 넘어 개발신약 강국을 중장기적 목표로 삼아 한걸음 한걸음 천천히 내딛어야 한다. 규제를 풀 부분은 풀되 실제 능력을 과대포장하는 것엔 철퇴를 내리는 한편 투자자들이 완전히 시장을 외면하지 않도록 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묵묵히 R&D에 투자하는 제약·바이오기업들에 든든한 지원군이 될 것이다. 
 
김나볏 중기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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