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16~17세기 조선시대 골목길과 집터, 생활유물을 그대로 만날 수 있는 유적전시관이 서울 공평동에 자리잡았다. 서울역사박물관은 12일 종로구 우정국로 26 센트로폴리스 지하 1층에 ‘공평도시유적전시관’을 개관했다.
전시관은 투명 유리바닥과 관람데크를 걸으면서 발 아래로 생생하게 펼쳐지는 16~17세기 건물 터와 골목길을 관람할 수 있다. 조선시대부터 현대까지 수백년간 사용된 골목길 42m는 실제로 걸을 수 있다. 가상현실(VR) 영상기기로 그 당시 가옥 안으로 들어가 볼 수도 있다. 청동화로와 거울, 일제강점기 담배가게 간판 등 그 당시 생활상을 보여주는 유물 총 1000여점도 만날 수 있다.
연면적 3817㎡로, 서울 최대 규모 유적전시관이다. 이 건물 지하 1층 전체가 조선 한양부터 근대 경성에 이르는 역사의 흔적과 유구·유물을 원 위치에 고스란히 보존한 살아있는 현장박물관에 해당한다.
전시관은 도심 재개발 과정에서 개발과 보존의 공존을 유도한 민관 협력 보존형 정비사업 모델의 첫 사례다. 2015년 사대문 안 공평동 정비사업 중 대단위로 발굴된 도로와 골목, 집터 같은 매장문화재를 원 위치에 전면 보존하면서도 용적률 인센티브를 통해 민간 사업시행자의 손실을 보전했다. 서울시는 이렇게 개발과 보존이 공존하는 방식을 일명 ‘공평동 룰’로 이름 붙여 앞으로도 도시개발에서 발굴되는 매장문화재 관리 원칙으로 삼을 방침이다.
서울시는 지난 2015년 사대문 안에 위치한 공평동 1·2·4지구 도시환경정비사업 추진 과정에서 조선시대 전기부터 일제강점기에 이르기까지 4개 문화층에 건물지와 골목길 등 유구·유물을 발굴했다. 이후 문화재청, 사업시행자와 반년이 넘는 기간 동안 수많은 협의를 거쳐 전면보전하기로 합의했다.
사업시행자는 당초 용적률 999%(A동 22층, B동 26층)에서 용적률 인센티브(200%)를 받아 총 1199%(A동 26층, B동 26층)으로 건축해 지난 7월 준공했다. 전시관은 서울시에 기부채납해 한양도성박물관, 청계천박물관, 백인제가옥, 돈의문전시관 등과 같이 서울역사박물관 분관으로 운영한다.
전시관의 핵심 콘텐츠는 각각 다른 형태의 가옥 3채를 각각 다른 방식으로 복원해 조선 한양의 집을 간접 체험해 볼 수 있는 공간이다. 현재 남은 건물 터와 과거 실제 가옥을 비교해보고 당시 모습도 상상해볼 수 있다.
전시관 입구에서 바로 만날 수 있는 ‘전동 큰 집’ 터 앞에는 1/10 크기로 축소한 모형과 영상이 있어 당시 모습과 현재 집터를 비교할 수 있다. ‘골목길 ㅁ자 집’ 터에서는 가상현실 영상기기를 착용하고 디지털로 복원된 집 내부를 둘러볼 수 있다. ‘이문안길 작은 집’은 집터 내에 실제와 동일한 크기로 재현했다.
전시관 내부 전체는 ▲개발과 보존의 상생 ▲조선시대 견평방 ▲근대 공평동 ▲도시유적 아카이브 4가지 주제의 공간으로 구성했다. 특히, 견평방은 조선 한성의 행정구역 중 하나로 현재 공평동 일대가 바로 수도 한양의 중심에 해당한다. 시전, 궁가, 관청 등 다양한 시설과 계층이 혼재됐던 견평방의 형성과 도시구조를 그래픽 영상, 건물 모형 등을 활용해 다채롭게 소개한다. 또 시전 배후지로서 견평방에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양한 생활유물을 통해 볼 수 있다.
전시관 관람시간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관람료는 무료다. 공휴일을 제외한 매주 월요일과 1월1일은 휴관한다. 박원순 시장은 “2015년 공평동 도시환경정비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조선 한양에서 근대 경성에 이르는 역사도시 서울의 골목길과 건물터가 온전하게 발굴됐다”며 “민간 사업시행자의 협력으로 도시유적과 기억을 원래 위치에 전면적으로 보존해 도시정책의 선례로서 큰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12일 개관한 서울 종로구 공평동 공평도시유적전시관. 사진/뉴시스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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