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토마토칼럼)국감증인 실명제 도입했지만
2018-10-04 06:00:00 2018-10-04 06:00:00
[뉴스토마토 차현정 기자] 매년 반복되는 ‘부실국정감사’다. 본연의 취지인 감사와 생산적 논의는 없고 정쟁만 난무한다. 이번 국감 역시 첫 단추를 꿰는 일부터가 쉽지가 않다. 당장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의 ‘비인가 행정정보 유출’ 문제를 놓고 여야 간 확전이 거듭하고 있는데다 청와대의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임명 강행으로 정국 문제가 꼬이고 있어서다. 일부 상임위원회가 아직까지 국감 증인채택에 합의하지 못한 이유기도 하다.
 
국감하면 또 떠오르는 게 호통이다. 국감 때면 국회가 기업인을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불러다 놓고 윽박지르는 일이 관행화한지 오래다. 기업인을 종일 대기시키고 자기 할 말만 하는 의원들 탓에 답변시간은 고작 몇 초에 그치기 일쑤다. 약점을 들추기 위해 비리를 폭로하고 무관한 질문으로 기업인에 망신주기 언행을 일삼는 것도 마찬가지다.
 
달라져야 했고 그래서 도입된 게 있다. 작년 국감 때부터 시작된 국감 증인신청 실명제다. 국회에 증인 출석을 요구할 경우 어느 의원이 누구를 증인으로 채택하자고 했는지 알 수 있도록 신청 의원 이름과 그 이유를 밝히도록 한 제도다. 부실국감, 호통국감의 폐단을 근원적으로 해소하고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자는 게 도입 명분이다. 증인으로 부르겠다고 으름장을 놓다가 협상 과정에서 민원이 해결되면 슬쩍 빼주는 식의 관행도 끝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투명한 공개에 따라 감시가 시작되면 자신의 특권이 사라질까 우려도 있었지만 정치권 스스로 만든 기능이다. 불필요한 기업인 증인 채택은 최소화하겠다는 약속이다.
 
어김없이 국감 시즌이 시작된다. 10일에 시작돼 29일에 종료된다. 하지만 올해 국감에도 기업인은 대거 국감대에 호출됐다. 국감인지 기업감사인지 헷갈릴 정도다. 행정부를 견제해야 할 국감인데 애꿎은 기업 팔만 비튼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일부 상임위의 경우 증인 신청 사유와 신청 의원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다. 증인신청 실명제를 어긴 것이다. 당장 증인 채택에서 빠진 기업이라도 마냥 안심할 순 없다는 분위기다. 국감 진행 중에도 일정에 따라 추가 증인 채택 가능성이 열려있어서다.
 
국정감사는 국회가 국정 전반에 관한 조사를 행하는 것으로 국회가 입법 기능 외에 정부를 감시, 비판하는 기능을 갖는다. 그 목적은 하나다. 국회가 행정부의 정책 결정과 집행 실태를 파악해 비효율성을 방지하고 투명성을 높인다는데 있다. 그렇게 발견된 문제점을 지적하고 바로잡으면 된다. 꼭 필요한 증인만 부르면 된다. 문제가 보이는 기업의 문제를 꼼꼼히 지적하고 개선책을 제시하려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대기업의 민원이나 특정단체의 압박에 휘둘려서도 안 될 것이다. 증인신청 실명제 도입 2년차. 증인신청 실명제가 효과를 거둬 내실 있는 ‘정책국감’으로 이어질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 문재인정부의 두 번째 국정감사가 본래의 목적에 충실한 국정감사가 될지 기대해 본다.
 
차현정 정치부 기자(ckck@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