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반도체 굴기' 앞세운 중국 맹추격…LCD 악몽 재연되나
YMTC, 연내 32단 낸드 양산…"기술 격차 여전하지만 인력 유출 등 경계"
2018-10-29 07:00:00 2018-10-29 07:00:00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지난 8월 칭화유니그룹의 자회사인 YMTC는 '2018 플래시 서밋'에서 64단 3D 낸드 개발에 성공했고, 성능과 내구성 등에서도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었다고 발표했다. 해당 제품의 양산 일정도 2020년 초에서 2019년 중반으로 앞당겼다. 2016년 11월 32단 개발을 알린 지 2년여 만의 성과다.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추격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국내 업계는 일단 단기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개발을 완료한 32단 제품도 원가 등을 이유로 양산을 하지 못하고 있고, 기술 격차도 여전히 크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마냥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이미 한국은 같은 장치산업인 LCD 왕좌를 중국에 내준 악몽이 있다. 
 
중국은 지난 2014년부터 반도체 육성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전세계 반도체 소비량의 60%가량을 자국이 소화하는데 반해 생산능력은 없어 장기간 무역적자가 지속된 까닭이다. 2014년 6월 '국가 반도체산업 발전 추진 요강'을 발표하고 반도체투자펀드를 설립했다. 펀드를 통해 중국 반도체 산업에 투자된 금액은 2년간 1500억위안(약 26조원)에 이른다.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업은 중국의 대표 반도체 기업인 칭화유니그룹은 스프레드트럼, RDA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등을 인수하며 몸집을 키웠다. 중국의 반도체 육성은 '중국제조 2025'에서 보다 구체화됐다. 반도체를 비롯한 차세대 정보기술을 10대 핵심 육성산업으로 선정하고,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로 높인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국가 지도자들도 수시로 현장 시찰을 돌며 반도체 육성을 독려하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 4월 우한에 위치한 반도체 업체 우한신신(XMC)을 방문해 "반도체는 인체의 심장과 같다"며 "심장과 같이 중요한 반도체 영역에서 세계적 수준에 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커창 국무원 총리는 지난 18일 벨기에의 반도체 연구기관 IMEC를 찾았다. 아셈(ASEM) 정상회의 참석차 벨기에를 방문하면서 공식 일정에 포함시킬 정도로 애착이 크다. 이 자리에서 리 총리는 "하나의 기술이 상업화되기 위해서는 거대한 시장이 필요한데,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이라며 적극적인 협력 의지를 피력했다.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칩 중 하나"라는 말을 듣고는 안경까지 벗어 제품을 관찰하는 열의도 보였다.  
 
중국은 반도체를 키우기 위해서라면 미국과의 무역 마찰도 불사한다. 올 초부터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닫는 미중 무역분쟁의 본질은 기술패권 경쟁이다. 중국 첨단산업 발전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조치라는 것이 중론이다. 이에 맞서 중국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글로벌 3대 D램 업체에 대한 담합 조사에도 착수했다. 자국 기업이 성장할 때까지 정치적 수단을 통해 해외 기업들의 공세를 막아내는 중국의 전형적 전략이다. 이병인 한중시스템IC협력연구원 원장은 "반도체 굴기를 국가적 의제로 설정한 만큼 중국은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관련 인력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BOE가 국내 LCD 원조 기업인 하이디스를 인수해 빠르게 기술력을 키운 전략이 반도체 분야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이미 상당수의 국내 기업 출신 엔지니어들이 고액의 연봉을 받고 중국 기업으로 이직한 것으로 확인된다. 일례로 중국의 파운드리 기업 SMIC는 지난해 삼성전자의 '핀펫 장인' 양몽송 전 부사장을 영입해 조기에 14나노 핀펫 공정을 완성했다. 국내 기업 한 관계자는 "입사 동기들 중 상당수가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다"며 "수년간 노력해서 얻은 노하우가 한 순간 경쟁사로 넘어가는 셈"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전방위적 노력에 중국 반도체 경쟁력은 점차 향상되고 있다. 연말부터는 낸드플래시를 시작으로 내년에는 메모리반도체 양산이 현실화될 전망이다. YMTC는 1만장의 32단 낸드 공급 계약을 수주하고 2기, 3기 공장 증설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D램에 주력하는 푸젠진화, 허페이신장은 내년 중 대량 생산에 나선다. 다만 이들의 움직임이 국내 업체에 당장 위협이 되는 것은 아니다. 중국 업체들의 생산 수율을 90%로 가정하더라도 중국 원가가 한국 대비 4~5배 높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계획 중인 생산 일정들 역시 장비 발주나 장비 셋업, 공정 셋업, 공정 단순화, 수율 확보까지 최소 3년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관측된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