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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뛰는 일본기업)넘치는 일자리…청년실업은 먼 나라 얘기
구직자 1명당 일자리 1.64개, 사실상 '완전고용'…기업들은 인력 확보 전쟁, 외국에까지 손짓
2018-11-12 07:00:00 2018-11-12 07:00:00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일본 경제 회복은 고용 시장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아베노믹스 효과로 자금 사정이 좋아진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면서 인력 수요도 크게 늘었다. 인구 고령화로 생산가능 인구가 줄어든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넘치는 일자리에 기업들은 인력 확보 전쟁에 한창이다. 해외로도 러브콜을 보낸다. 
 
지난달 30일 일본 총무성은 9월 실업률이 2.3%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전달보다 0.1%포인트 하락했다. 9월 실업자 수(계절조정치)는 160만명으로 전달보다 7만명 감소했다. 취업자 수는 3만명 늘어난 6665만명으로 나타났다. 1인당 일자리 수를 보여주는 유효구인배율은 1.64배. 전달보다 0.01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고도성장기였던 지난 1974년 1월과 같은 수준이다. 유효구인배율은 구직자 1명당 기업에서 몇 건의 구인을 하는지를 나타낸다. 이달의 경우 구직자 1명당 일자리 1.64개가 발생했다는 의미다. 고용 선행지표인 신규 구인배율은 2.5배로 전달보다 0.16포인트 상승했다.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다. 
 
 
그러면서 일자리 문제의 초점은 구직난에서 구인난으로 옮겨갔다. 대학생들의 졸업 후 취업 걱정은 먼 나라 얘기다. 일본의 취업정보회사 리쿠르트커리어에 따르면 게이단렌(경단련) 채용 일정이 시작된 지난 6월1일 기준 1곳 이상의 취업이 확정된 졸업예정자는 전체의 68.1%로 나타났다. 8월1일에는 이 비율이 88.0%까지 상승했다. 기업들은 인재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업 간의 무리한 입도선매를 막기 위해 매년 6월 이후 졸업예정자 채용을 시작해왔던 게이단렌도 이 지침을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기업들도 상시 채용에 돌입할 준비를 하고 있다. 취업이 확정된 내정자들이 다른 기업으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해 인맥을 총동원하는가 하면 높은 연봉을 제시하는 유인책도 쓰고 있다. 
 
10년 뒤에는 일본의 일손 부족 규모가 640만명을 넘을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파솔종합연구소와 주오대학 공동조사 결과, 2030년 일본의 일손 부족 규모가 644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일본 전체 인구의 5%에 해당하는 규모로, 일본 수도권 지바현 인구(626만명)보다 많은 수의 인력이 부족해지는 셈이다. 기업들의 인력 수요는 늘고 있는데 고령화와 인구 감소 등의 영향으로 노동 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심화될 것이란 분석이다. 
 
이에 일본 정부는 고령 근로자 확대, 여성 노동력 확충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여성 노동력의 경우 출산·육아 시기 취업률이 떨어지는 'M자 커브'를 해소할 경우 100만명가량의 인력을 추가로 확보할 것으로 추산한다. 정년 연장으로도 약 163만명의 노동력 확보가 예상된다. 동시에 외국인 취업도 적극 독려하고 있다. 
 
지난 2일 일본 정부는 각의(국무회의)를 열어 2개의 새로운 체류 자격을 신설하는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내년 4월부터 외국인 노동자를 대폭 수용하기로 한 일본 정부는 '특정기능 1호'와 '특정기능 2호'라는 새로운 체류 자격을 만들었다. 특정기능 1호는 해당 분야에서 일정한 기능을 보유한 외국인에게 부여하는 것으로, 최장 5년간 일본에 머물 수 있다. 특정기능 2호는 숙련된 기능을 가진 외국인에게 부여하는 것으로, 체류 연장 횟수에 제한을 두지 않고 10년 체류를 하면 영주권도 얻을 수 있다. 이중 특정기능 1호에서 언급한 '일정한 기능'은 돌봄, 건물 청소, 건설, 조선, 자동차 정비, 항공, 숙박, 농업, 어업, 외식 등 단순 노동 분야를 지칭한다. 비숙련 일자리에 한정해 개방의 문턱을 낮췄다는 한계는 있지만 일본의 일손 부족 현상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기업들도 부족한 일손을 메우기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달 15일 SB클라우드, SBJ은행, 와이드테크, 쿄리츠메인터넌스, 마미인터내셔널 등 32개 일본 기업 관계자들이 한국을 찾았다. 한국무역협회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공동 주최한 'IT·콘텐츠 일본기업 채용박람회'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전체 기업의 절반가량이 IT 기업으로 채워졌다. IT업종은 일본 기업 중에서도 구인난이 특히 심각하다. 지난 2016년 10월 기준 IT업계에서 일하는 외국인 수는 4만4000여명으로 1년 사이 20%가 급증했다. 참가 기업들은 박람회를 통해 150여명가량을 채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이단렌은 한국의 전경련과 연계해 취업 연계형 연수 프로그램 '케이무브스쿨'을 운영 중이다. 일본의 항공사, 호텔, 여행사 등 서비스업에 특화된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한다. 
 
동시에 기업들은 장기적인 노동공급 부족에 대비해 설비자동화, 무인화 등 생산성 향상을 위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일본 내각부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 사이 산업용 로봇, 공작기계 등의 수요가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일본 정부도 보조를 맞춘다. 아베노믹스의 세 번째 화살인 일본재흥전략의 후속 조치로 지난해 10월 '커넥티드 인더스트리즈' 정책을 내놨다. 자율주행·모빌리티, 제조업·로봇, 바이오·소재, 플랜트·인프라 보안, 스마트 라이프 등 5대 중점 분야를 설정하고 제반 제도·정책들을 손질해 제조업 혁신을 꾀한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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