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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대한민국 '인플루언서', 그 현상과 전망
2019-04-05 06:00:00 2019-04-05 06:00:00
깜짝 퀴즈 하나 풀어보시면 어떨까? 홍준표, 유시민, 띠예, 이보람, 마이린, 김현중, 김유민, 강민수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물어본다면? 홍준표와 유시민은 알아도, 김유민, 강민수는 모르겠다고 말한다면 당신은 이미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요즘 대세 ‘인플루언서(influencer)’라는 것. 
 
그렇다면 두 번째 질문에 답해보시라.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와 6세 이보람양 중 공식적으로 누가 더 돈을 많이 벌까? 정답은 이 양이다. 이미 홍 전 대표가 공식적으로 ‘TV 홍카콜라를 운영하더라도 내가 가져가는 돈은 한 푼도 없다’고 말했기 때문에 얼마가 되었든 이 양이 더 많은 소득을 올릴 것은 능히 짐작이 간다. 
 
그렇더라도 아직 '아기'인 이 양이 한 달에 얼마나 벌까 궁금한 것은 어쩔 수 없다. 이 양은 총 3개 채널을 가지고 있고 이를 다 합쳐 현재 대략 1750만명이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TV 홍카콜라의 구독자 수가 지난 3월21일 현재 26만1000명이라고 하니 보람 튜브의 구독자 수가 얼마나 많은지 비교가 가능하다.
 
미국 유튜브 분석 사이트 소셜 블레이드에 따르면 보람튜브의 채널 중 하나인 ‘토이리뷰’의 예상 월간수입은 10만 6000달러(우리 돈 1억2000만원)에서 170만달러(우리 돈 19억원) 정도가 될 거라고 한다. 6세 어린이가 한 달에 벌어들이는 수입이 상상을 초월한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결국 이 수입의 본질은 ‘광고 효과’를 겨냥한 기업의 마케팅 비용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인플루언서 마케팅’이라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심도 깊게 들여다봐야 할 필요성이 여기서 나온다고 할 수 있다. 
 
KOBACO에서 발표한 ‘2017 방송통신 광고비 조사’ 자료에 따르면 그동안 꾸준히 발전해오고 호황을 누려왔던 인터넷 광고나 디지털 광고 시장은 2016년 이후 소폭 하락했다. 반면, 모바일 광고 시장 규모는 2016년 기준 1조 9817억원에서 최근 2조6000억원 정도로 커졌다고 한다. 더 구체적으로 보자면, 코카콜라에서 소셜 미디어(SNS)로 마케팅을 할 때 인플루언서를 활용하는 비율이 2015년에는 0%였다가 2년 만인 2017년에는 66%로 급증했다고 한다. 예전에는 유명 연예인들이나 셀럽을 선택해서 집행하던 광고 비용을 일반인 중에 팔로워 수가 1만명 내외인 인플루언서 수백 명으로 대체해 광고를 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기간 동안 코카콜라가 쓴 비용 대비 광고 효율성은 3.41배 정도로 개선되었다고 한다. 
 
이렇게까지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대세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그동안 수동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이고 정보 공급자가 만들어놓은 프레임 속에서만 사고하고 행동하도록 강요받았던 소비자들의 저항의식 때문이 아닐까. 일방적으로 흐르던 정보의 과잉 공급에 질린 소비자들은 자신들의 주장과 의사가 반영되는 새로운 상품과 정보 공유를 갈망하게 되었고 그러한 경향성을 잘 포착해 정보의 비대칭성을 적극적으로 교정해주는 소셜미디어가 발달했다는 점도 한 이유일 것이다. 
 
그동안 미디어의 키워드가 ‘대중성’이었다면 이제 새로운 시장에서는 ‘독특함’, ‘자기다움’이 중요해졌다고 볼 수 있다. 누구나 자기만의 색깔과 매체를 가질 수 있고 ‘남과 다름’이 더 이상 부끄러운 욕망이 아님을 격려 받고 있다. ‘내가 즐거우면 되는 것이고, 그들이 강요하는 방식대로 사고하지 않아도 괜찮은’ 모바일 속 공간은 ‘사회적 평가’나 ‘도덕’과 같은 전통적 명제를 벗어나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인플루언서의 정의도 상당히 다채로와지고, 그 종류도 다양해졌다. 예전에는 셀럽 중심의 인플루언서나 특정계층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매크로 인플루언서’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나 1000명 미만의 고농도 충성파 팔로워를 가진 ‘나노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에 더 주목하는 경향이 생기기도 했다는 것이다. 
 
4일 국회의원 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인플루언서 산업의 전망과 과제’ 라는 제목의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이 행사에서 김현성 인플루언서 산업협회 준비회장은 “과거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유튜버를 백악관으로 불러 간담회를 갖겠노라고 말하는 것을 듣는 순간, 미디어의 성격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국내에서 처음 열린 행사였다. 미국보다야 한참 늦었지만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이라도 갈 길이 먼 국내 인플루언서 시장의 성격과 발전 방향 등을 제대로 정립하고 이들에 대한 체계적 규제와 지원 등을 적극 고민해야 한다.
 
노영희 법무법인 '천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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