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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수·민수 공략 2030년 글로벌 항공기업 도약할 것"
김조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 인터뷰
"항공우주 정부 수요가 유일, 산업 장기 육성책 마련 시급"
고정익 세계 5위 평가, 수리온 닥터헬기 사업 추진
2019-07-16 06:00:00 2019-07-16 06:00:00
[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한국항공우주산업(KAI)는 지난 1999년부터 20년간 항공기와 위성 등 모든 비행체를 생산하는 명실공히 대한민국 항공우주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이다. 국내 방산업계가 횡령 등 부정부패로 몸살을 겪는 과정에서 취임한 김조원 사장은 비리의 온상으로 낙인찍힌 KAI를 혁신할 수 있는 인물로 크게 주목 받았다.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감사원 사무총장직을 역임하며 쌓은 행정 노하우를 바탕으로 국제 기준에 걸맞은 시스템 구축, 경영시스템의 선진화를 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사장이 꾀한 혁신 경영의 성과는 국내외에서도 통했다. 그는 자주국방을 위한 군수 사업은 물론 동남아, 남미, 유럽을 돌며 직접 해외 수주활동을 챙기고 있다. 현재 KAI는 2030년 매출 20조원, 세계 5위 항공우주업체로 도약하는 더 큰 꿈에 도전 중이다. 
 
김조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이 15일 서울 충정로 서울사무소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국산 항공기 경쟁력은 어느 정도 수준인가.
한국항공우주산업(KAI)는 지난 1999년부터 20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항공기와 위성 등 비행체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전 세계에서 항공기와 위성, 무인기까지 종합적으로 만드는 회사는 5개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완제기 수출의 경우 7개국에 148대 수출했다. 이것은 우리가 만든 완제기 성능이 우수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고 지금도 말레이시아, 아르헨티나, 파라과이와 스페인까지 완제기 수출 마케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군에서 소유하는 훈련기와 경공격기와 같은 고정익은 세계 5위 안에 든다고 자부하지만 회전익인 헬리콥터 분야는 선진수준으로 도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KAI 역대 최대 규모의 우주사업인 '425사업' 계약을 체결하며 위성·발사체 총괄업체의 토대도 마련했다. 
 
완제품부분품 생산·유지·보수까지경제적 유발효과 클 것 같다.
항공우주산업은 최첨단 과학기술이 집약된 미래 산업이자 동시에 고용 창출에도 크게 이바지할 수 있는 산업이다. 평균적으로 항공기 한 대를 구매했을 때 50년을 쓴다고 한다. 즉 한번 수출하면 항공기와 부품 개발, 양산, 정비에 이르기까지 50년간의 일거리가 확보되는 것이다. 
수출국인 페루, 인도네시아, 이라크, 필리핀 등에 우리 직원들이 나가서 일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과 공동 개발을 할 경우에도 그 비행기가 팔리는 한 부분품은 카이가 계속 만들어서 공급을 하게 되며 이익도 나누게 된다. 즉 동반자가 되는 것이다. 카이는 한국형전투기(KF-X), 소형무장헬기(LAH) 등 대형 국책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함에 따라 지난해 670여명 채용에 이어 올해에도 410여명을 채용했고, 추가 80여명 채용 예정으로 약 1100개의 신규 일자리 창출에 기여했다. 
 
KAI의 중장기 계획이 있다면.  
중장기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군수를 기반으로 민수시장 진입과 물량확대가 필수다. 세계 항공우주 시장은 700조 원(2017년 기준) 규모로 이 가운데 민항기 시장은 여객·화물 운송 수요 증가로 확대 추세에 있다. 2030년 세계 항공우주산업 규모는 1100조를 육박하고 특히 아태 지역의 수요는 향후 20년간 연평균 4.6% 지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주 재미있는 비유로 중국 13억 인구 중에 여권보유자는 전체 인구의 5% 수준으로 1억명이 채 안 된다. 향후 여권보유자가 20%까지 늘어난다면 민항기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 항공 산업은 군수 쪽에만 기울어 있다. 중국과 일본이 2021년 상용화를 목표로 민항기를 개발하는 동안 한국은 대형 OEM의 2차 협력업체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게 현실이다. 항공산업의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군·민수 균형 발전이 필수적이다. KAI의 발전이 곧 우리나라 항공 우주산업의 발전이다. 이에 KAI는 기존 주력 사업인 KFX, LAH, LCH 등을 통해 장기적, 안정적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민수 분야 성장에 집중할 계획이다. 항공기 동체, 날개, 파일런 등의 요소기술을 확보해 민수 분야의 전략적 수주 물량을 확대하고, 미국의 보잉이나 유럽의 에어버스와 같은 글로벌 기업들과 공동개발 사업 투자를 통해 첨단 민항기 개발에서 생산·납품까지 책임지는 업체로 도약할 것이다. 
 
항공산업 발전을 위한 과제는 무엇이 있는가
국내 항공우주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운송과 운항에 치중하던 항공 산업 구조를 제조·정비로 확대해야 한다. 이는 KAI만의 노력을 넘어 정부의 장기적 육성 정책 마련과 지원이 필수적이다. 미국의 경우 생산품의 50%이상을 국내에서 조달하는 ‘Buy American Act’를 실천하며 자국 산업보호 측면에서 150%까지 추가 개발 비용을 지불한다. 일본은 국외 구매비용의 200%를 상회해도 국내개발을 추진한다. 항공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핵심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R&D)과 인프라 지원은 물론 정부나 공공기관이 국산 제품을 적극 채택해야 한다. 
나아가 민간 부문의 항공수요 창출과 도전적 연구개발 환경 조성을 위한 제도·규제 개선이 절실하다. 군 수요는 정부에서 장기 계획을 가지고 수요를 창출하고 발전할 수 있지만, 민간 영역에서의 수요확보를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도심 속 고층빌딩에 설치된 헬기 이착륙장은 소방법을 적용하여 설치된 것이 대부분으로 헬리콥터가 안전하게 이착륙 할 수 있는 항공법이 적용된 헬기 착륙장은 극히 일부다. 헬기 이착륙이 가능한 시설 확보와 더불어 법규 정비가 중요한 이유다. 이러한 법규 정비가 없다면 아무리 정부나 업체가 노력해도 수요를 창출할 수 없다. 수요가 없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 
 
방산기업 최초로 부패방지 경영시스템 인증을 획득했다.
글로벌 기업의 경영 화두는 윤리 경영이다. 윤리경영 없이는 세계무대에서 설 수 없다. KAI의 주요고객은 국내외 정부다. 경영시스템 전반을 정비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일하는 기업문화를 정착시킨 결과, 지난해 매출은 전년대비 7000여억 원 증가한 2조7000억원, 수주는 9700여억 원 증가한 2조8000억 원을 달성했다. 지난달 4일에는 이스라엘 IAI와 비즈니스 제트기인 G280에 탑재되는 주날개를 생산·조립하는 60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G280 사업은 향후 국산 민간항공기 개발을 위한 핵심기술과 인프라를 확보하는 전기가 될 것이다. 특히 걸프스트림의 경우 비행기에 들어갈 소재에 대한 공동 연구개발 제의가 와서 현재 약 4건 정도 협상 진행 중에 있다. 매출 증가 대외 신인도 제고를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은 윤리경영 방침에 따라 KAI 구성원 모두가 열정을 쏟은 덕분이다.  
 
최근 닥터헬기 등 신규 사업에도 진출한 것으로 안다.
국가의 최우선 책무는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것이다. 국내 응급의료 체계에서 외상센터 환자들을 위한 시설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게 의료 수송용 헬기다. KAI는 지난 5월 아주대학교병원과 응급의료헬기 일명 닥터헬기 운용사업을 체결했다. 기존 국내에 보급된 6개의 닥터헬기는 주간에만 운영이 되는 문제에 대한 이국종 교수의 강력한 지적이 있었다. KAI는 경제적, 환경적인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요구에 부응하는 것이야말로 국민에 대한 도리라 판단했고 야간을 포함해 24시간 운영할 수 있는 닥터헬기 체계를 오는 9월부터 운영한다. 특히 오는 2021년부터는 1조원 이상을 투자해 만든 국산헬기 수리온을 기반으로 전 국토에서 24시간 응급 의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KAI가 앞장설 계획이다.    
 
김조원 사장이 지난달 열린 스페인 FEINDEF 2019 전시회현장에서 하비에르 살토 마르티네즈스페인 공군사령관에게 국산항공기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KAI
 
임기 3년차다 남은 임기동안 전념하고자 하는 부분은.
항공우주산업은 한국의 미래를 책임질 제조업이다. 그러나 KAI 혼자 항공우주산업을 키워갈 수는 없다. KAI는 항공우주산업 발전을 견인하며 협력업체들도 자립할 수 있도록 부품개발과 연구개발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또한 항공기를 설계, 제작할 수 있는 고도화된 인력을 체계적으로 키울 수 있도록 1~2년 내에 항공우주교육원을 만들 계획이다. KAI 인력은 물론 협력업체 인력 양성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올해 KAI의 모든 구성원은 매출 3조1000억원, 수주 2조6000억원을 목표로 뛰고 있다. 지난 1분기에 FA-50  무장 확장과 수리온 수출형 개발 등 개발비 증가에 따른 영업이익이 다소 주춤했다. 그러나 올 2분기 실적은 수리온 3차 및 마린온 납품 정상화, 이라크 FA-50 납품 진행에 따라 호전될 것으로 예상한다. KF-X 사업은 오는 하반기 상세설계(CDR)를 완료하고 본격적 시제기 제작 단계에 돌입하고, LAH의 경우 이번 달 초도비행 성공으로 비행시험을 진행하는 등 주요사업이 전환기를 맞는 한 해가 될 것이다. 2030년대 중반까지 한국의 항공우주산업이 세계 5위의 글로벌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대담 권대경 정책부장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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