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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70만 찾은 새우젓축제 “마포나루는 지금 새우젓 천국”
돼지열병에 울상짓던 강경 상인 “수도권 소비자 만나 천만다행”
2019-10-20 13:07:53 2019-10-20 13:09:13
[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여기 오니 새우젓 냄새가 진동하네.”
 
18~20일 서울월드컵공원 평화의 광장 일대는 그야말로 새우젓으로 가득찼다. ‘제12회 마포나루 새우젓축제’를 찾은 70만명(마포구 추산)의 사람들은 행사장에 들어서면서 도심 어느 곳에서 볼 수 없었던 수많은 새우젓 풍경과 향기에 감탄사를 내뱉었다.
 
조선시대 전국 유명 산지에서 올라오던 소금과 젓갈이 집결돼 도성으로 향하던 마포나루를 재현한 새우젓축제는 김장철을 앞두고 소비자들은 서울에서 구경하기 어려운 양질의 새우젓을 만나고, 상인들은 수도권 소비자들을 만날 수 있는 상생의 장이다. 
 
전문가들이 추리고 추렸다는 15곳의 전국 유명산지 새우젓 판매업소들은 상점마다 20명 안팎에 사람들이 줄 서 높은 인기를 보여줬다. 혹시나해서 상점가 뒷쪽 판매예비용 드럼통까지 확인했지만, 모두 산지에서부터 오는 과정을 담은 거래내역서가 밀봉돼 있고, 마포문화원 명의의 검수확인서가 일련번호와 함께 찍혀 신뢰를 더했다.
 
강경·광천·부안·소래 등 젓갈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특산지 상점들이 직접 현지에서 공수한 젓갈을 판매하고 있었다. 강경은 양념된 젓갈인 맛젓갈이 특히 뛰어나고, 소래는 어민들이 직접 만들고 판매하니 신선도 면에서 다른 지역보다 앞선단다. 광천은 토굴에서 숙성시켜 새우젓이 유명하고, 신안은 천일염 중에서도 알아주는 천일염을 숙성과정에 사용해 품질이 뛰어나다. 
 
가격은 올해 새우젓 가격이 오른 것을 감안하면, 상인들이 배 아플 정도로 10~20% 가량 싸게 구입할 수 있었다. 새우젓 중 가장 알아준다는 육젓 최상품을 1kg에 8만원, 중품이 7만원, 오젓 4만원, 추젓 2만원에 판매했고, 명란젓, 낙지젓, 어리굴젓, 오징어젓, 갈치속젓, 벤댕이젓, 꼴뚜기젓, 황석어젓, 토하젓 등 수십가지의 각종 젓갈도 맛깔난 모습으로 소비자를 만났다.
 
판매업소마다 문전성시를 이룬 탓에 ‘직원’급 상인들은 다들 웃음꽃이 활짝 피었지만, ‘대표’급이나 ‘사장’급 상인들은 많은 매출에도 지나치게 낮게 가격이 책정됐다며 쓴웃음을 보였다. 한 상인은 “정말로 남는게 많지 않아 박리다매하는 수밖에 없어 열심히 팔고 있다”며 “그래도 안 좋은 경기에 최상급으로 고르고 골라 가져왔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는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지역경기가 나쁘다 못해 아예 죽어버린 상황이었다. 이맘때쯤 열릴 예정이던 광천토굴새우젓축제, 강경젓갈축제 등은 진작에 취소돼 매출은 커녕 방문객조차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강경에서 온 한 상인은 “축제가 취소되면서 큰 걱정이었는데 여기에 와서 이렇게 많은 손님을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기쁨”이라며 “수도권 소비자들을 만날 수 있다는게 천만다행”이라고 말했다.
 
산지에서 직접 상인들이 올라오다보니 서울에선 전통시장에서 보기 어려운 정겨운 풍경도 빚어졌다. “아니에유”, “한 번 맛만 보랑께” 등 ‘본토’ 출신 상인들의 찰진 사투리가 이어지자 곳곳에선 “이런 사투리 너무 오랜만이다”라며 반가운 반응을 보였다. 같은 고향 출신을 알아보며 때아닌 호구조사를 한다거나, 고향사람에게만 덤을 조금 더 주다가 다른 손님들에게 타박받는 일조차 정겹게 비쳐졌다.
 
새우젓하면 김치를 빼놓을 수 없다. 마포구에 사는 외국인들이 ‘베테랑’ 주부들에게 김치 만드는 법을 배우는 외국인 김치 만들기 행사도 열렸다. 새우젓과 무채, 고추가루 등이 들어간 김칫소를 보고 “너무 빨갛다”며 기겁을 하던 외국인들도 어느새 김치에 골고루 양념을 묻히면서 서로 만든 김치를 맛보기도 했다. 러시아에서 온 다티아나는 “한국에 온지 10년 됐는데 처음에 매운 음식을 잘 못 먹다가 이제는 가끔씩 생각난다”며 “김치를 만들어 본 건 처음인데 직접 만들어서 그런지 더 맛있다”고 말했다.  
 
18~20일 서울 월드컵공원 평화의 광장 일대에서 열린 마포나루 새우젓축제에서 한 상인이 새우젓을 담고 있다. 사진/박용준기자
 
18~20일 서울 월드컵공원 평화의 광장 일대에서 열린 마포나루 새우젓축제에서 한 상인이 새우젓을 판매하고 있다. 사진/박용준기자
 
18~20일 서울 월드컵공원 평화의 광장 일대에서 열린 마포나루 새우젓축제에서 한 외국인이 김치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박용준기자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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