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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생산자물가 0.7%↓…3년만 최대폭 하락
한은 "농산물 가격, 유가 하락 및 수요 부진이 원인"
2019-10-22 07:30:40 2019-10-22 07:30:40
[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지난달 생산자물가가 전년 동기 대비 세 달 연속 하락하며 하락폭은 지난 2016년 이후 3년 만에 최대폭을 기록했다. 생산자물가가 석 달 연속 내림세를 이어가면서 10월 소비자물가 역시 마이너스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김장철 앞두고 연이은 태풍에 배춧값이 지난해 10월(8468원) 대비 두배 이상 뛴 1만9720원으로 오른 가운데 10일 오전 서울 성동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한 외국인이 채소코너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2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생산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0.7% 떨어져 7월(-0.3%), 8월(-0.6%)에 이어 세 달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하락폭은 지난 2016년 9월(-1.1%) 이후 3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품목별로 보면 농림수산품 가격이 전년동월대비 8.0% 떨어졌다. 이는 지난해 폭염과 집중호우로 농산물 가격이 급등한 데에 따른 기저효과다. 전년동월대비 농산물 가격은 12.8%, 축산물 가격은 4.2% 하락했다. 세부품목별로 보면 농산물 중에는 무(-49.0%), 토마토(-38.3%), 수박(-38.1%), 건고추(-30.9) 등이 큰 폭으로 내렸다. 
 
국제유가가 1년 전보다 20.8% 내려가면서 석탄 및 석유제품(-12.3%), 화학제품(-4.9%) 등을 포함한 공산품도 1.9% 하락했다. 석탄 및 석유제품 가운데 나프타(-22.8%), 경유(-10.3%), 휘발유(-14.2%) 등이 크게 떨어졌다.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시설과 유전에 대한 드론 공격으로 원유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며 국제유가가 급등한 지난달 16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주유소에서 휘발유가 리터당 2000원이 넘는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이날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과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10% 넘게 급등했다. 사진/뉴시스
 
반도체를 포함한 컴퓨터, 전자및광학기기는 전월대비 0.4% 떨어지면서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핵심 수출 품목인 DRAM 생산자물가는 1년 전보다 48.4% 하락했다. 글로벌 수요부진과 재고 영향으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농산물 가격과 국제유가 하락 이 외에도 수요부진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이 줄어든 것도 생산자물가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 관계자는 "농산물과 국제유가 등 공급측 요인 외에 수요측 요인도 생산자물가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생산자물가는 국내 생산자가 시장에 공급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변동을 나타내는 것으로 한두 달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지난 7월 생산자물가가 33개월 만에 하락하면서 8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0%로 나타났다. 생산자물가가 두 달 째 내리막을 보였던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4%로 사상 첫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병 초기 급등했던 돼지고기 가격이 소비심리 위축과 유통물량 증가 영향으로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14일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돼지고기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전월대비로 생산자물가는 0.1% 올라 8월에 이어 두 달 연속 상승세를 나타냈다. 주로 농림수산품 물가가 2.3% 오른 영향이다. 축산물의 경우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파동으로 돼지고기 가격은 전월대비 11.9% 올랐다. 달걀도 17.8% 상승했다. 농산물 가운데 배추(68.2%), 무(43.2%), 토마토(28.7%) 파프리카(122.8%) 등도 한 달 전에 비해서는 큰 상승폭을 보였다.
 
한은 관계자는 "돼지고기, 달걀 등의 축산물 공급 감소로 해당 물가가 오른데다 지난달 추석 명절로 관련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공산품 물가는 전월대비 보합세를 나타냈다. TV용 LCD(-4.9%), D램(-0.9%) 등 컴퓨터, 전자 및 광학기기가 0.4% 하락했지만, 석탄 및 석유제품은 0.5% 올랐다. 
 
서비스 물가는 전월보다 0.2% 하락했다. 7~8월 여름 휴가철 수요로 올랐던 음식점 및 숙박, 운송 물가가 각 0.6% 하락하며 물가를 끌어내렸다.
 
생산자물가지수에 수입물가를 더한 국내공급물가지수는 중간재 가격 하락으로 전년동월대비 -0.8%를 기록했다. 생산자물가지수에 수출물가를 더한 총산출물가지수는 103.48로 석유제품과 반도체 가격 하락에 따라 전년동월대비 1.6% 떨어졌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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