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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 탄생·이민화 별세·타다 갈등"…다사다난했던 2019 벤처업계
벤처기업협회, '2019 10대 뉴스' 발표…"내년에는 생태계 발전 이루길"
2019-12-17 15:07:24 2019-12-17 15:07:24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벤처기업계에 2019년은 기쁨과 슬픔, 아쉬움이 뒤섞인 한 해였다. 기업 가치가 1조원이 넘는 유니콘 기업이 대거 탄생하고 대형 인수합병(M&A)이 이어지는 등 '제2벤처붐'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기대감 뒤로는 규제로 여전히 가로막힌 신산업 활성화라는 숙제가 남았다. 벤처업계의 대부였던 이민화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을 떠나보내는 아픔도 겪었다. 벤처기업계는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뒤로하고 벤처기업들의 경쟁력 강화와 성숙한 벤처생태계의 발전을 이루는 한 해를 맞이하길 염원했다. 
 
벤처기업협회는 16일 올 한해 벤처생태계의 주요 이슈를 정리한 '2019년 벤처생태계 10대 뉴스'를 발표했다. 벤처업계 전문가의 의견을 통해 올 한해 발표된 정부의 벤처 관련 정책 및 업계 뉴스 중 벤처생태계 내에서 크게 이슈가 됐던 10대 뉴스를 선별했다. 
 
 
벤처기업협회가 꼽은 첫 번째 뉴스는 일본 수출규제로 인한 기술독립 필요성 대두다. 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면서 중소벤처기업 육성 및 대기업-중소벤처기업 간 협력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지난 10월에는 대·중소기업 협의기구인 대중소기업 상생협의회가 출범했다. 
 
다음으로는 유니콘 기업 11개사 및 벤처천억기업 587개사로 증가가 꼽혔다. 올해 국내 유니콘 기업은 지난해보다 5개가 늘어난 11개사로 독일화 함께 공동 5위를 기록했다. 최근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에 인수되면서 유니콘 기업 수는 10개로 다시 줄기는 했지만 2022년까지 20개의 유니콘 기업을 탄생시키겠다는 정부의 목표는 순항 중이다. 벤처천억기업도 지난해 말 기준 587개사로 2017년 대비 15곳 증가했다. 같은 기간 대기업을 제외한 일반천억기업이 3188개사에서 3157개사로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 10일 열린 '벤처창업진흥유공포상 시상식 및 벤처천억기업 기념식'에서 최동진 가스트론 대표가 금탑산업훈장을 수상했다. 사진/벤처기업협회
 
우아한형제들 이외에도 대형 M&A가 꾸준히 이어졌다. 여기어때가 영국 CVC캐피탈에 4000억원에 인수됐고, 수아랩은 미국 코드넥스에 2300원에 매각돼 주목을 받았다. 다만 여전히 국내 벤처 생태계에서는 여전히 '창업-성장-회수'의 선순환 구축이 미진하다. 지난해 기준 미국에서는 150조원 규모의 엑시트가 이뤄졌는데, 이 중 44.5%가 M&A였다. 한국은 그 비율이 2.5%에 그쳤다. 
 
신규 벤처투자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도 고무적이다. 올해 1~10월 신규 벤처투자액은 3조5249억원으로 사상 최고 수준이었던 지난해 동기 대비 22%가량 증가했다. 중기부는 이 같은 투자 열기가 지속된다면 연말까지 4조원 이상의 신규 투자를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양적 성장 이후 과제로는 스케일업 투자와 민간 모험자본 확산, 다양한 엑시트 활성화 등 질적 성장이 제시됐다. 
 
올해 벤처업계에는 이처럼 희망적인 소식들과 함께 스타트업들을 답답하게 하는 환경도 적지 않았다. 벤처업계의 염원이었던 벤처기업특별법과 벤처투자촉진법 개정안, 데이터3법이 끝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점이 대표적이다. 정기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한 법안들은 12월 소집된 임시국회가 시작부터 파행을 겪으면서 사실상 연내 처리가 어려워졌다. 
 
신산업의 태동을 저해하는 규제들도 업계의 고민이다. 올해 초 새로운 사업과 기술이 기존 규제와 부딪힐 경우 기존 규제를 제한적으로 면제·유예해주는 규제샌드박스 제도가 시행돼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규제 소관부처 간 의견 충돌이나 공무원의 소극행정, 극회의 느린 법안처리 속도 등이 한계점으로 남아있다고 지적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으려면 신산업 규제개혁을 통해 신산업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조언이다. 
 
올해에는 '타다 사태'를 비롯해 택시업계와 스마트모빌리티산업의 갈등이 유독 심화됐다. 사진/뉴시스
 
규제로 인해 신산업이 좌초되는 대표 사례는 이른바 '타다 사태'로 불리는 택시업계와 스마트모빌리티업계의 갈등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진입 후 전통산업과 신산업 간의 충돌은 있어왔지만 올해는 특히 더 심각했다. 카풀서비스와 타다 반대를 외치며 택시기사들이 분신이란 극단적 선택을 했고, 검찰은 타다를 기소했다. '타다 금지법'이라 불리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국토위 전체회의를 통과하면서 모빌리티 혁신이 완전히 가로막힐 위기에 처해 우려를 낳고 있다. 
 
이 같은 상황들은 정부의 잇단 제2벤처붐 확산 전략에도 벤처생태계 조성은 더디게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으로 이어진다. 민간의 혁신단체들이 선순환 벤처생태계 조성을 위해 정책로드맵과 세부 정책 과제들을 제시하고 있는데, 정부의 수용 속도가 미흡하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경제 성장과 좋은 일자리 창출, 4차 산업혁명 대응 등을 위해서라도 혁신 벤처생태계 조성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내년 1월부터 50~299인 중소·중견기업에 주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되는 것을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다. 최근 정부가 1년 간의 계도기간을 주고 이 기간에는 근로감독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기업 차원에서 미리 근로시간 단축에 대비해야 한다. 벤처업계에서는 기업 경쟁력 저하를 우려, 그 대안으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와 선택근로제 정산기간 확대를 지속 요청 중이다. 
 
지난 8월 전해진 이민화 명예회장의 별세는 국내 벤처인들에게 큰 슬픔과 충격을 안겨줬다. 이 명예회장은 1985년 국내 1세대 벤처기업인 의료기기업체 메디슨을 창업했다. 1995년에는 벤처기업협회를 설립하고 초대 회장을 지냈다. 그는 벤처업계 발전을 위한 제도 및 인프라를 구축하고 기업가정신을 전파하는데 평생을 헌신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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