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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곤의 분석과 전망)옳지도, 유능하지도 못한 정당들의 시대
2019-12-23 06:00:00 2019-12-23 06:00:00
올 한 해도 이제 일주일 남짓 남았다. 매년 연말은 다음 해 예산안 처리, 쟁점법안 표결 등으로 인해 정국이 복잡했다. 하지만 올 해 같은 모습은 정말 오랜간 만이다.
 
지난 주 뉴스와 이번 주 뉴스가 같고, 어제 뉴스와 오늘 뉴스가 같다. 내일 뉴스도 비슷할 것 같다.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다.
 
여당을 보자면, 1야당을 배제한 채 내년도 예산안을 통과시키면서 어깨에 힘을 준 이후엔 뭐 특별한 게 없다. 게다가 말이야 바른 말이지, 국회선진화법 이후엔 예산안 통과는 일도 아니다.
 
어쨌든 예산안 통과 이후엔 이른바 ‘범여권’ 정당들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법적, 관행적 의미는 물론이고 정치적 의미도 불분명한 ‘4+1’을 스스로 띄워놓고 이제 와선 “별 거 아니다”고 평가절하하고 있다.
 
점점 누더기가 되고 있는 선거법을 이해하기도 복잡하지만 그에 대한 여당의 논리전개도 복잡하기 짝이 없다. 몇 년 전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몇 달 전 몇 주 전과도 말이 다르다. 당내에서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물론, 얻는 게 있건 없건 간에 제1야당 비난은 기본이다. 꼭 배가 고프지 않아도 시간 되면 꼬박 꼬박 밥그릇 챙기는 듯하다. 검찰 비판도 국그릇 정도는 된다.
 
‘1야당’은 말할 것도 없다. ‘투쟁’만 놓고 보면 헌정 사상 최고다. 독재 시대의 야당들도, 카리스마와 조직력을 겸비해 정권 멱살을 반 쯤 잡고 흔들었던 ‘이회창 총재’나 ‘박근혜 대표’의 보수 야당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당 대표의 삭발에, 단식에, 지지자들을 동원해 국회 경내로 진입하는 모습은 중남미 어디께 좌파 포폴리즘 정당을 방불케 한다.
 
문제는, 그게 다란 점이다.
 
‘4+1’에서 민주당을 제외한 나머지 ‘3+1’도 실소를 자아내긴 마찬가지다. 바른미래당 당적자가 포함된 민주평화당, 그리고 그 민주평화당에서 갈라진 대안정치연대(여기도 바른미래당 당적자가 포함되어 있다), 바른미래당이라고 쓰고 ‘당권파’라고 읽어야 하는 세력 그리고 그나마 정의당.
 
민주당+@라고 불러도 과해보이진 않는다. 하긴 내부에도 스스로를 ‘범여’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많다. ‘입당을 안 시켜줄 것 같고, 시켜준다고 해도 경선에서 큰 감점을 받으니 공천을 장담할 수 없다. 상황 봐서 당적 정리하고 무소속으로 당선된 후 민주당에 입당하겠다’며 자기 계획은 치밀하게 세워놓은 사람들은 많다.
 
여당과 제대로 각도 못세우다가 선거법 정국이 삐끗하자 ‘정론’을 펼치는 정의당도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인다.
 
하나하나 죽 짚어보니 목불인견이다. 양비론이 아니라 전비론(全非論)을 펼치지 않을 수가 없는 노릇이다.
 
심각한 일이다. 가치 있는, 시대를 이끌어 가는 ‘좋은 정당’(good party)은 언감생심이고 기획력, 정무적 판단과 실행 능력을 갖춘 ‘잘 돌아가는 정당’(well party)도 없다.
 
어차피 다 무능하니, 자극도 견제도 되지 않는다. 우리 당이 위기에 빠졌을 때 기대할 곳은 상대정당 밖에 없다. 더 큰 사고를 쳐서 우리를 살려주고야 만다. 우리도 다음엔 상대를 위기에서 구해준다.
 
그래도 예전엔 이 정도는 아니었다. ‘좋은 정당’은 몰라도 ‘잘 돌아가는 정당’은 있었다.
 
예컨대 과거 한나라당이 명실상부하게 ‘잘 돌아가는 정당’(well party)이었다. 상부에는 안보 보수를 대표하는 박근혜, 시장 보수를 대표하는 이명박 그리고 민주주의는 기본으로 탑재하고 세련된 개혁을 표방하는 소장파가 정립했다.
 
공화당-민주정의당-신한국당으로 이어지는 공채 시스템으로 충원된 당료들이 허리 역할을 잘 했다. 여의도연구원은 언론사나 민간 여론조사 회사보다 훨씬 뛰어났다.
 
보수가 문제란 이야기가 아니다. 여야가 손 잡고 웰-파티 운동이라도 펼쳐야 할 판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taegonyou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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