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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 '도급 금지 범위' 논란…"김용균법 맹점 이용"
회사 "부수작업만 외주화"…노조 "현장 모르고 하는 소리"
2020-01-09 17:57:02 2020-01-14 14:50:20
[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현대제철이 위험한 업무를 수행할 직원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도급 금지 범위'를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오는 16일부터 시행되는 ‘김용균법(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이 규정한 '아연도금 작업자 도급 금지' 조항의 맹점을 이용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최근 아연도금 작업자 채용공고를 내면서 기존 2인 1조로 근무하던 체제에서 1명만을 직접 고용해 위험업무 전체를 담당하게 하는 업무체계 개편을 추진 중이다. 
 
민주노총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는 이날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회사는 작업을 ‘부산물 제거’와 ‘아연투입 지원’으로 분리해 부산물 제거 작업만 원청 소속 노동자를 투입하려는 것 같다”며 “현장은 절대 그렇게 작업 될 수가 없다. 도금작업은 제철공장 냉연공정에서 가장 힘든 업무”라고 비판했다.
 
노조에 따르면 도금작업에서 금속 표면에 아연을 입히는 본 작업은 기계로 한다. 노동자들은 기계에 아연을 투입하고 불순물을 제거하는 작업을 하는데 이 과정에서 아연을 녹이는 용해로에 하반신이 빠져 중증 화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상시적인 위험에 시달려왔다. 
 
문제는 작업자들이 해온 업무 중 산안법이 규정하는 도급금지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 수 있느냐다. 회사는 아연 투입과 불순물 제거라는 ‘직접작업’ 외에는 모두 ‘간접작업’으로 보고 외주화해도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반면 노조는 작업장 안에서 아연괴를 나르거나 제거한 불순물을 밀봉해 반출·폐기하는 잡무도 있고, 작업 자체가 워낙 위험해 언제 사고가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2인 1조로 일을 해왔으며 업무를 분리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노동부에 따르면 도급이 금지되는 도금작업의 범위는 전처리와 마무리까지 일련의 과정이 다 포함된다. 금지 취지는 도금작업에서 사용되는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으로, 단순 운반이라고 할지라도 작업장 내에서 이뤄지면 금지 범위에 포함된다.  
 
앞서 현대제철은 해당 채용 공고에서 △직영 관할 계약직(촉탁직) △55세 이상 고령자 우대 △결격사유 없을 시 만 60세까지 계약 예정 등을 제시해 논란이 되자 공고를 수정한 바 있다. 
 
노조는 그간 도금작업을 해온 하청노동자 24명의 직접 고용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제철 관계자는 “산안법 시행으로 직접 고용하는 일자리가 늘어난 것인데 기회를 전체에게 열어둬야 한다”는 취지로 승계고용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번 논란으로 원청의 직고용만 규정하고 정규직 여부 등을 명시하지 않은 산안법 자체도 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산재 발생 가능성이 높은 위험업무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자는 취지인데, 별정직이나 계약직은 정규직에 비해 상대적으로 원청 책임성이 약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고 김용균씨 어머니인 김미숙 김용균재단이사장은 “재계는 기업하기 힘들다고, 정치권은 기업 눈치 보느라 ‘산안법’을 누더기로 만들었다”며 “정부는 법을 재개정해 취지를 잘 살려달라”고 호소했다. 
 
정부의 엄격한 감독 책임 역시 언급됐다. 노조는 도금작업은 개정 전 법령으로도 외주화를 위해서는 고용노동부로부터 도급 인가를 받아야 했는데 회사의 인가신청도, 노동부 감독도 없었다며 정부의 보다 강력한 산재 예방 의지도 촉구했다.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이사장(앞줄 왼쪽 여섯번째)과 금속노조 현대제철 순천공장 비정규직지회가 9일 오전 10시 청와대 사랑채에서 ‘현대제철 위험의 외주화 금지 편법 꼼수 회피 규탄 및 정규직 전환 촉구 기자회견’을 여는 모습. 사진/최서윤 기자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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