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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탄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정상화까지 최대 6개월"
올해 영업익 전년비 60%가량 감소 예상…설비 교체·피해 보상 등 비용도 증가
2020-03-04 15:42:04 2020-03-04 17:42:30
[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로 경기가 얼어붙으며 화학제품 수요도 감소한 가운데 롯데케미칼이 대산공장 폭발로 이중고를 겪게 됐다. 공장 정상화까지 최대 6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며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50~60%가량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4일 롯데케미칼에 따르면 이날 새벽 발생한 충남 서산시 대산읍 나프타분해공장(NCC) 폭발 사고로 회사는 전체 13개 생산공장 중 9개 공장 가동을 멈췄다. 오후 5시 현재 산화에틸렌유도체(EOA), 에틸렌글리콜(EG) 등을 생산하는 4개 공장은 아직 가동 중이지만 앞으로의 상황을 지켜본 후 추가로 가동 중단에 나설 수 있다.
 
NCC는 화학 제품의 원료가 되는 에틸렌, 프로필렌, C4 유분, 열분해 가솔린을 추출하는 설비다. 불이 난 설비에서는 연 110만톤의 에틸렌을 생산할 수 있는데 이는 롯데케미칼 전체 에틸렌 생산 능력의 25% 이상 비중을 차지한다. 에틸렌, 프로필렌 등은 합성수지나, 합성고무 같은 제품 생산에 쓰이는 원료다. 화학공장은 이 원료를 변형하거나 합성해 제품을 만드는데 원료 설비가 폭발하면서 전체 공장이 마비될 위기인 셈이다.
 
4일 새벽 롯데케미칼 대산공장 NCC에서 불이 나며 실적 타격이 예상된다. 사진/뉴시스
 
특히 이 설비의 핵심인 압축 공정을 담당하는 단계에서 화재가 난 것으로 알려지며 업계에서는 수리에 적어도 1개월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화학공장 특성상 사고 조사 후 화재 현장을 정리하고 다시 설비를 놓은 후 가동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만약 설비 전체를 바꾸게 되면 인도 기간까지 더해 최대 6개월이 걸릴 수도 있다.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에는 NCC가 한 대뿐이기 때문에 공장 내 모든 생산이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다른 회사 공장에서 만든 원료를 가져와 제품을 생산할 수는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에틸렌이나 프로필렌은 운반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회사들의 물량 밀어내기 때문에 재고는 많이 남는 상황"이라면서도 "에틸렌과 프로필렌은 기체라 다른 공장에서 가져오는 게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장이 멈추게 되면 롯데케미칼 실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분기 기준 대산공장 NCC 영업이익은 500억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만약 6개월간 공장이 멈춘다면 단순계산으로 롯데케미칼 실적에서 1000억원이 빠질 수 있는 셈이다. 새로운 생산 설비를 들여오는 비용과 인근 주민 피해보상에 따른 지출도 늘어난다.
 
증권가에서도 이날 화재 후 롯데케미칼의 연간 실적 추정치를 낮추고 있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가동률 회복까지 최소 6개월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롯데케미칼 올해 연간 영업이익을 전년보다 64% 감소한 3966억원으로 하향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검토하지는 않았지만 다른 공장에서 원료를 가져오는 방안도 고민 중"이라며 "일단 폭발 원인부터 조사한 후 수습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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