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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센터 첫 확진 의사 “콜센터 얘기에 검사 결정, 하루 이틀 확산 막아”
“최장 10시간 연속 근무, 화장실·식사 못 갈 정도 검사 몰려…의사가 해야 될 일일 뿐”
2020-03-23 06:00:00 2020-03-23 06:00:00
[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단순 감기일 수 있지만, 집단으로 좁은 콜센터에서 일한단 얘기를 듣고 지역사회 감염 걱정에 바로 검사를 진행했습니다.”
 
대한민국 안 그런 곳이 없겠지만, 서울 은평구도 하루하루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서울 첫 집단감염인 은평성모병원을 시작으로 신천지 전수조사에 이어 구로 콜센터 집단감염까지 덮쳤다. 덕분에 3월 초까지만 해도 서울 자치구 가운제 진료횟수와 검사횟수에서 1위를 차지했다. 지금도 검사횟수 2868건(17일 기준)으로 서울에서 다섯손가락 안에 든다.
 
특히, 서울 최대 집단감염인 구로 콜센터도 은평구에서 시작했다. 지난 7일 노원구에 거주하는 구로 콜센터 직원 A씨가 은평구 선별진료소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은평구보건소는 역학조사에서 같이 점심을 먹은 밀접 접촉자 4명을 밝혀냈고, 이들 중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어 확진자 거주지인 노원구와 콜센터 소재지인 구로구에 알려 콜센터 전직원 당일 자가격리 조치를 이끌어냈다.
 
김시완 의사(51)가 처음 선별진료소에서 마주했을 때 A씨는 가벼운 기침일 뿐 해외 여행력도, 특정지역 방문이력도 갖고 있지 않았다. 이미 하루에 300명씩 줄 서 검사를 기다리는 상황에서 48시간 후 증상이 심해지면 다시 오라고 돌려보낼 수 있을 갈림길이다. 그는 “환자가 젊고 증상도 가벼워 다른 일을 했다면 더 지켜볼 상황”며 “언젠가 터졌을 문제지만 지역사회 감염이 우려됐던 시기라 하루 이틀 덜 번지게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시완 의사가 서울 은평구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평구
 
지난 2010년부터 은평구보건소에 근무하는 베테랑인 그는 코로나19가 유행한 이후 보건소 진료업무를 중단하고 1월 말부터 선별진료소에 투입됐다. 지금이야 의사 5명, 간호사 5명에 안내요원 20명까지 체계를 갖췄지만, 초기엔 은평성모병원까지 터지면서 아침 7시부터 밤 10시까지 주 7일 근무를 계속했다.
 
의료인력 자체가 모자라니 교대인력이 없어 10시간 연속으로 식사도 못하고 화장실도 가지 못한 채 근무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은평구의사회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에서 적극적으로 나섰고, 검사량도 줄어 지금은 다행히 3시간 연속 방호복 입는 일이 많이 줄었다. 그는 “긴장된 상태를 지속하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끼니도 잊고 소변도 안 마렵다”며 “밖에 나오면 그 때 와서 한꺼번에 쏟아진다. 밤에 자려고 누워도 긴장이 안 풀려 2~3시간 자고 새벽에 다시 나왔다”고 말했다.
 
선별진료소의 주 목적은 PCR검사이지만, 그는 사례분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접촉자나 유증상자들도 많이 찾지만, 단순 의심자나 가벼운 증상의 경우 실제 양성으로 나올 확률은 높지 않다. 때문에 무조건 검사를 실시하는게 아니라 증상 정도, 특정지역 방문이력, 해외 여행력, 신천지 교인 여부 등을 바탕으로 의사환자, 유증상자, 사례 미해당자를 분류한다. 기다리는 줄이 길 경우 아예 한 명은 나가서 사례분류부터 해 단순 의심자를 안심시켜 돌려보내기도 한다.
 
지금까지 수백 건 넘게 PCR검사를 진행하고, 많은 확진자를 상대해보면 노하우 같은 게 생길까. 그는 “검사결과 양성으로 나올 비율은 3~4%로 높지 않아 마주했을 때 위험한 사람 같다고 느낌이 들어도 아닌 경우가 많다. 다만, 확진자로 나온 사람들은 거의 그 느낌이 들었던 사람들이다. 무증상이라 돌려보내는 사람들도 느낌이 들면 꼭 한 번 더 당부하는데 나중에 다시 오더라”고 말했다.
 
방역 최일선에서 힘든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그는 '피곤'과 '예민'이란 단어 대신 감사와 미안함을 얘기했다. 그는 “검사받느라 코와 목에 자극이 심할텐데 묵묵히 참아준 환자들에게 고맙고 잘해주지 못해 미안하다. 제 일 제쳐두고 달려와준 동료 의사들까지 다들 힘 닿는 데까지 최대한을 해줘 힘든 시간이지만 고맙고 좋았다. 해야 될 일이고, 제가 아니면 다른 사람이 할 수 없는 대체불가한 의사의 일이다. 다들 끝나고 밥이나 한 끼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겪어보니 우리 사회가 감염병에 대한 전혀 준비가 안 돼 있다. 민방위 같이 앞으론 1년에 몇 번이라도 감염병 관련 교육과 훈련이 이뤄졌으면 한다”며 “수시로 소독하고 야외근무를 하는 탓에 아직 내복을 입는데 빨리 코로나19가 끝나서 내복을 벗었으면 좋겠다”고 마무리했다. 
 
김시완 의사가 서울 은평구 선별진료소에서 환자를 보고 있다. 사진/은평구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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