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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도로공사, 외주 안전순찰원 직접 고용해야"
손해배상 책임도 인정…근로자지위확인 소송서 원고 최종 승소
2020-05-14 16:35:32 2020-05-14 16:35:32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한국도로공사가 외주업체 소속 안전순찰원을 직접 고용하고, 이러한 의무가 발생하기 전 발생한 차별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는 대법원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14일 조모씨 등 397명이 도로공사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 확인 등 소송에 관한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도로공사는 안전순찰원을 직접 고용했다가 안전순찰업무 외주화를 시작해 지난 2013년 4월 모든 지사의 외주화를 완료했다. 이에 따라 희망퇴직을 신청한 직원으로부터 신청을 받아 안전순찰업무를 위탁하는 용역계약을 체결해 왔고, 조씨 등은 도로공사와 고속도로 안전순찰업무 위탁에 관한 용역계약을 체결한 외주사업체 소속으로 도로의 안전순찰업무 등을 수행했다.
 
하지만 조씨 등은 도로공사에 대한 관계에서 파견법상 파견근로를 제공하는 것이 불법 파견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도로공사를 상대로 직접 고용하란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다. 또 직접고용 의무가 발생하기 전 기간에 대해 도로공사 소속 안전순찰원과 차별한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직접고용 의무가 발생한 후 기간에 대해 도로공사 직접 고용됐더라면 받았을 임금 상당액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심과 2심은 원고 일부 승소로 판단해 도로공사가 조씨 등에게 고용 의사표시를 하고, 손해배상액 일부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용역계약은 외주사업주들이 원고들을 안전순찰원으로 고용한 후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피고의 사업장에 파견해 피고의 지휘·명령을 받아 피고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하는 파견근로자보호법상의 '근로자파견계약'이라고 할 것이고, 원고들은 이러한 근로자파견계약에 따라 파견된 근로자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원고들과 피고 직원은 상호 유기적인 보고와 지시, 협조를 통해 업무를 수행했다"며 "피고는 상황실 근무자를 통해 원고들의 업무 수행 자체에 관해 지시했고, 피고가 원고들의 업무 처리 과정에 관여해 관리·감독했다"고 설명했다. 또 "원고들과 피고 영업소 관리자는 전체적으로 하나의 작업집단으로서 피고의 필수적이고 상시적인 업무를 수행했고, 그 과정에서 원고들은 피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됐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파견법상 차별금지 규정의 문언 내용과 입법 취지 등을 고려하면 사용사업주가 파견근로자와 비교 대상 근로자가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음을 알았는데도 파견근로자가 비교 대상 근로자보다 적은 임금을 지급받도록 하고, 그러한 파견근로자에 대한 차별에 합리적 이유가 없는 경우 이는 파견법 제21조 제1항을 위반하는 위법한 행위로서 민법 제750조의 불법 행위를 구성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사용사업주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임금 차별을 받은 파견근로자에게 그러한 차별이 없었더라면 받았을 적정한 임금과 실제 받은 임금과의 차액 상당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이는 파견법을 위반한 위법한 파견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사용사업주에 직접고용 의무가 발생한 후 파견근로자가 파견사업주로부터 사직하는 등으로 근로 제공을 중단했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파견근로자는 사용사업주의 직접고용 의무 불이행에 대해 직접고용 의무 발생일부터 직접고용관계가 성립할 때까지 사용사업주에 직접 고용됐다면 받았을 임금 상당 손해배상금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사용사업주가 직접고용 의무를 이행했더라도 파견근로자가 근로를 제공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는 사용사업주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해 파견근로자에게 손해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와 같은 경우에는 파견근로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원고용주가 근로자가 제3자를 위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경우 그 법률관계가 파견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는 당사자가 붙인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법리를 재확인하고, 이에 따라 원고들의 파견근로관계를 긍정했다"며 "또 일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 사용사업주는 파견근로자들이 받은 임금차별에 대해 불법 행위에 의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이는 위법한 파견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란 점을 최초로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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