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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서울역 회군에 죄책감, 5·18하면 노무현 떠오른다"
"이명박·박근혜정부 5·18 기념식 폄하에 분노…이제 제대로 기념식 치러 다행"
2020-05-17 17:52:19 2020-05-17 17:52:19
[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1980년 5월 이른바 '서울역 회군'이 전두환 신군부의 계엄군 광주 투입으로 연결됐다면서 5·18 광주에 대한 죄책감과 부채의식을 드러냈다. 5·18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으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꼽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광주MBC의 5·18 민주화운동 40주년 특별기획 '문재인 대통령의 오일팔'에 출연해 "서울지역 대학생들이 매일 서울역에 모여 민주화를 요구하는 대대적인 집회를 함으로써 결국은 군이 투입되는 그런 빌미를 만들어 줬다"며 "결국 결정적인 시기에 퇴각 결정을 내린 것 때문에 광주 시민들이 정말 외롭게 계엄군하고 맞서게 됐다"고 언급했다. 
청와대는 17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2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올해 40주년을 맞은 5·18 민주화 운동 관련해 광주 MBC와 인터뷰를 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사진/청와대
그러면서 서울역 회군을 거론했다. '서울역 회군'은 서울역 지상 광장에 20여만명의 대학생들이 모여 전두환 신군부에 계엄령 해제와 민주화 추진을 요구하다 군 투입 소식에 자진 해산한 사건이다.
 
당시 경희대 복학생 대표였던 문 대통령은 그 결정에 반대했지만, 총학생 회장단들은 후일을 도모하자며 해산을 결정했다.
 
문 대통령은 "그 사실에 엄청난 죄책감을 느꼈고, 저뿐만 아니라 광주 지역 바깥에 있던 당시 민주화운동 세력들 모두가 광주에 대한 어떤 부채의식, 그것을 늘 가지고 있었다"면서 "그 부채의식이 이후 민주화운동을 더욱 더 확산시키고 촉진시키는 그런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5·18에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으로 자신과 함께 부산 민주화운동을 이끌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당시 변호사)을 꼽았다.
 
문 대통령에 따르면 1980년대 이후 부산 지역 민주화운동은 5·18 광주의 진상을 알리는 것이었다. 문 대통령은 "6월 항쟁이 일어났던 1987년 5월에는 당시 노무현 변호사와 내가 주동이 돼 부산 가톨릭센터에서 5·18 광주 비디오, 말하자면 관람회를 가졌다"고 회고했다.
 
이어 "영화 상영하듯이 하루 종일 모니터로 광주 비디오를 보여주는 것이었다"며 "부산 시민들이 줄을 서서 기다려 비디오를 보고, 그때 비로소 광주의 진실을 알게 된 분들도 많았다"고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부산 지역 6월 항쟁의 큰 동력이 됐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런 일들을 함께했던 노무현 변호사, 광주 항쟁의 주역은 아니지만 광주를 확장한 그런 분으로서 기억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자서전 '운명'을 보면, 1987년 전두환정권이 '4·13 호헌조치'를 발표하자 노무현·문재인 변호사는 부산지역 변호사 24명과 '부산변호사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이어 5월에는 노 변호사가 상임집행위원장, 문 변호사가 상임집행위원을 맡은 부산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국본)을 결성해 부산 지역 6월 항쟁을 주도하고, 전두환 정권의 '6·29 선언'을 이끌어내는데 기여했다.
 
문 대통령은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 때 5·18 기념식에 대통령들이 참석하지도 않고,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도 못하게 해 유족들이 따로 기념행사를 가지는 식으로 기념식이 폄하되는 것이 참으로 분노스러웠다"고 밝히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야당 대표로 참석해)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굉장히 민망하고 부끄러운 심정이었다"며 "기념식을 마치고 우리 일행들은 따로 묘역을 방문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기도 했다"고 일화를 소개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5·18민주화운동이 정부기념일로 제정된 1997년부터 2008년까지 참석자 모두가 '제창'했지만, 이명박정부가 출범하고 2009년부터 2016년까지 '국론분열'을 이유로 '합창'으로 변경됐다. 그러나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2017년부터 다시 제창됐고, 문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17년과 2019년 두 차례 광주 5·18 기념식을 찾았다.
 
문 대통령은 "내가 대통령이 된다면 5·18민주화운동을 광주지역 차원에 국한하지 않고 대한민국 전체 민주화운동을 기념하는 행사로 승화시키고, 제대로 기념식을 치러야겠다는 각오를 갖고 있었다"면서 "그런 각오와 약속을 실천할 수 있게 돼 아주 뿌듯하게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5월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9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한 뒤 희생자 안종필의 묘를 찾아 참배하고 어머니 이정님씨를 위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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