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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언 유착' 공 넘겨 받은 법원, 누구 손 들어줄까
단독재판부 사건이지만 사안 중요성 감안해 합의부 배당 가능성
의사결정 방해할 정도였는지 관건…한 검사장은 공모 입증이 관건
2020-08-05 16:49:56 2020-08-05 16:50:50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신라젠 전 대주주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 대표를 취재목적으로 협박 한 채널A 이동재 전 기자가 재판에 넘겨지면서 공은 법원으로 넘어갔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진웅)는 5일 이 전 기자를 형법상 강요미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법원으로 넘어온 사건은 하루 이틀 후 재판부에 배당된다. 법정형 기준으로는 단독재판부가 맡아야할 사건이지만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중대한 사건인 만큼 합의부에 배당될 가능성도 열려있다. 
 
'검언유착 의혹' 사건의 핵심 피의자로 꼽히는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7월1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쟁점은 법원에서 이 기자의 강요미수 혐의가 인정될지 여부다. 강요미수는 형법 제324조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규정에 따른다. 미수범도 같이 처벌하되 감형한다.
 
대법원은 강요미수죄 성립을 매우 좁은 범위에서 인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의 '국정농단' 상고심에서 "협박은 사람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의사실행의 자유를 방해할 정도로 겁을 먹게 할 만한 해악을 고지하는 것을 말한다"면서 "협박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발생 가능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 정도의 구체적인 해악의 고지가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파기환송심에서 박 전 대통령과 최씨, 그들의 국정농단에 가담했던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차은택 전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등의 강요죄는 모두 무죄 판단됐다.
 
이후 강요미수죄가 유죄로 판단된 하급심을 보면 피해자가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한할 정도의 겁을 먹었고, 피고인은 발생 가능할 정도의 구체적인 해악을 고지한 점이 명확하게 드러났다. 대전지법 천안지원 권순남 부장판사는 지난 4월 상해, 감금, 강요미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강요미수 판단을 보면 A씨는 사실혼 관계에 있던 피해자와 헤어지면서 피해자가 현장 소장으로 근무하던 곳에서 해고됐다. A씨는 피해자를 때려 상해를 가한 다음 '너 죽여버린다. 네 딸도 죽여버린다. 신고하면 죽여버린다'고 소리치며 위협하고 사무실로 피해자를 끌고 들어가 '오늘 여기 묻어버린다'고 소리치며 피해자를 위협했다. 겁을 먹은 피해자에게 종이와 볼펜을 주면서 '피해자가 공사장에 오지 않고 참견하지 말 것'이라는 각서를 쓸 것을 요구했지만 피해자가 응하지 않아 미수에 그쳤다.
 
강요미수죄는 보통 상해, 협박 등 혐의와 함께 기소된 사례가 많았지만 강요미수만 적용된 판례도 있었다. 창원지법 형사1부(재판장 최복규)는 지난 4월 강요미수 혐의로 기소된 B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인용했다. B씨는 새벽 4시쯤 대합실에서 기차를 기다리고 있던 피해자에게 부산까지 무료로 택시를 태워주겠다며 수차례 택시 탈 것을 강요했다. 겁을 먹은 피해자는 상당한 충격을 받았으나 지인이 마침 현장에 도착해 범행에서 벗어나 범행은 미수로 그쳤다.
 
이를 이 기자 사례에 비춰보면 이 기자가 이 전 대표의 의사결정을 방해할 만큼 겁을 먹게 했는지, 구체적인 해악의 고지가 있었고 그 해악이 발생 가능한 것이었는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 기자가 이 대표에게 제보를 요구하며 "(협조)안 하면 그냥 죽는다. 지금보다 더 죽는다" 등의 말을 한 것을 '협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기자 측은 "상대방의 의사를 억압, 제압할 만큼의 구체적인 해악의 고지는 없는 사안임이 명백하다"고 맞서는 상황이다. 
 
검찰은 후배기자인 백모 채널A 기자도 강요미수를 적용해 기소했다. 2인 이상이 함께 범행을 한 점이 인정되면 공동강요미수가 돼 법정형에 2분의 1이 가중될 수 있다. 다만 공동강요가 성립하려면 강요 행위를 적극적으로 함께 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 지난 6월 수원지법 안양지원 이용제 판사는 공동강요, 공동강요미수, 모욕 등으로 기소된 C씨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C씨는 임대아파트 입주 과정에서 건설사와 갈등을 빚으면서 입주예정자들 수십명과 함께 수차례 사무실을 찾아가 "되냐 안 되냐, 안 되면 우리 죽기로 했죠", "세무조사 해서 먼지 안 나오는데 있나, 국세청에 가겠다", "준공 못 나게 누워버리겠다", "신나 가져와, 내가 뿌릴게" 등의 말로 협박했다.
 
만약 이 기자 측이 주장한대로 협박의 주된 수단인 '편지'를 이 전 기자 혼자 쓴 것임이 명백하고, 함께 기소된 후배기자는 제보자를 만날 때 선배 기자가 시켜 두 차례 동석했을 뿐이라면 범죄 성립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검찰은 한동훈 검사장도 이 기자와 공모해 여권 인사의 비위를 캐려 했다는 정황으로 기소하려 했지만 아직 공모관계를 입증하지는 못했다. 수사팀은 기자들이 이 전 대표 가족의 거주지를 찾고 편지도 썼다고 밝히자, 한 검사장이 "그건 해 볼만 하지"라거나 "그런 거 하다 한 건 걸리면 되지”라고 말한 점을 유착의 근거로 봤지만 입증할 만큼의 증거를 확보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추가 수사로 공모관계를 적시하기 위해서는 공동의 의사와 서로의 행위를 이용한 실행이 입증돼야 한다. 대법원은 공동정범의 범위에 대해 "2인 이상이 공동해 죄를 범해야 하고 주관적 요건인 공동가공의 의사와 객관적 요건이 공동의사에 의한 행위 지배를 통한 범죄 실행 사실이 모두 필요하다"면서 "공동 가공의 의사는 특정한 범죄행위를 위해 일체가 되어 서로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용해 자신의 의사를 실행에 옮겨야 한다"고 판시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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