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롱환자 적발 강화하는데…60일 지나면 환수 못 해
입력 : 2020-08-10 15:23:38 수정 : 2020-08-10 16:36:15
[뉴스토마토 박한나 기자] 정부가 자동차보험 사기 등 이른바 나이롱환자에 대한 적발 강화에 나섰지만, 환수 규정이 미비해 실효성 시비가 끊이지 않는다. 허위·부당 청구 의료비를 적발하더라도 60일이라는 이의제기 기간이 지나버리면 이를 환수할 수 없어 '반쪽짜리' 개정안이라는 지적이다.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의 의료기관에 대한 현지확인심사를 강화하고, 자동차보험 진료비 심사 결과에 대한 보험사의 이의제기 기간을 연장하는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이하 자배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7일부터 40일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자동차보험 진료비 전문심사기관인 심평원이 의료기관의 진료비 청구내역, 제출자료 등에 대해 사실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을 경우 언제든 현지확인심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심평원의 진료비 심사결과에 대한 이의제기 처리기한을 현행 30일에서 60일로 연장했다. 
 
그러나 환수 규정이 약해 실익이 크지 않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번 개정안대로 진료비 심사를 강화해 의료기관의 불법 청구를 적발해도 보험사가 60일 안에 이의제기하지 않으면 부당청구된 의료비를 환수할 방법이 없다.  
 
부당 청구 의료비는 이의제기 기간에 관계없이 끝까지 환수가 필요하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자배법만 허점이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의 경우 보건복지부가 현지조사를 통해 의료기관의 허위·부당 청구가 밝혀지면 의료기관으로부터 부당이득을 회수할 수 있다. 의료급여법과 국민건강보험법에 근거해서다. 
 
실제 자배법 미비로 보험사가 대법원에서 패소한 사례가 있다. 대법원은 대한약침학회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 없이 약침액을 만들어 전국 한의원에 판매한 것은 불법행위지만, 자배법에 근거 조항이 없다는 이유로 더케이손해보험(현 하나손해보험)의 구상권 청구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자배법 제19조 '심평원의 심사 결과에 이의가 있으면 30일 이내에 자보수가분쟁심의회에 심사를 청구할 수 있고, 기한 내 청구하지 않으면 양측이 심사 결과에 합의한 것으로 본다'는 조항에 근거해 판결했다. 더케이손보가 이의제기 기한 내에 이의제기를 하지 않아 합의한 것으로 본 것이다. 
 
보험사가 정정심사 후 돌려받지 못한 보험금 규모가 연간 100억원 이상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당하게 지급된 보험금을 환수하지 못하는 결과는 선량한 보험소비자의 자동차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진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의제기 기간을 조금이라도 연장해줬다는 점에선 이번 개정안이 긍정적이지만, 심평원의 결정대로 보험금을 지급한 후 나중에 불법행위로 확정된 경우가 문제"라며 "불법 약침액 진료비는 금액이 적었지만, 이같은 불법행위가 확정되면 언제든지 환수할 수 있도록 자배법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가 자동차보험 진료비의 허위·부당 청구를 막기 위해 규제를 완화했지만 보험업계 반응이 시큰둥하다. 사진/뉴시스
박한나 기자 liberty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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