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육군의 시계를 되돌린 박찬주
입력 : 2019-11-06 07:00:00 수정 : 2019-11-06 07:00:00
최병호 정치부 기자
대한민국 육군엔 장교단 정신이라는 게 있다. 장교가 정신적 기준과 행동의 지표로 삼아야 할 신조인데,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다'는 뜻의 '위국헌신(爲國獻身)'이다. 이 말은 안중근 의사가 쓴 '위국헌신 군인본분'이라는 유묵에서 비롯됐다. 8자에 담긴 상징성과 기상이 커서 군대에 관한 각종 기념물과 비석 등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말이기도 하다. 이 말이 장교단 정신으로 제정된 건 2003년이다.
 
당시는 참여정부 때였다. 국방부는 장교단 정신을 만든 지 2년 후 장기 국방개혁안인 '국방개혁2020'을 발표했다. 국방개혁안을 만들고자 장교단 정신을 제정한 건 아닐 테다. 하지만 구태여 장교단 정신을 수립한 건 미래 선진강군을 만드는 데 장교의 역할과 임무가 그만큼 크고, 정신혁명이 필요하다는 걸 인식했다는 방증이다. 
 
육군에 정신혁명을 강조한 건 역사적 과오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다. 건군 주역들의 친일논란과 군사독재 부역이다. 역대 육군 참모총장을 보면 초대 이응준 중장부터 19대 서종철 대장까지 일본군에 복무한 바 있다. 육군이 1940년 광복군 창설에서 그 뿌리를 찾지 못하고 광복 후 조직된 조선경비대를 기원으로 삼았던 것도 건군 주역들이 부끄러운 역사를 가리려고 한 것이라는 주장이 있을 정도다. 군은 광복 이후엔 5·16 군사정변과 12·12 군사반란에 가세했다.
 
특정 우두머리를 위한 사조직이 아닌 국민의 군대로 만들고자 하는 정신혁명과 자구노력은 10년 넘게 진행됐다. 올바른 역사인식과 국가·안보관을 확립하는 교육이 강화됐고 육군에선 대대급에도 정훈장교가 배치됐다. 대외적으로는 대민봉사나 비상시에 시민을 구한 군의 모습을 부각하는 데 중점을 뒀다. 육군사관학교 출신을 우대하던 진급체계도 변모하고 있다. 친일이나 군사독재를 떠올리게 하거나 그에 관련된 오해를 살 만한 일은 더 경계하게 됐다. 
 
하지만 노력은 허사가 됐다. 박찬주 전 제2작전사령관 탓이다. 4일 그의 기자회견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기자는 누구보다 군의 정신혁명 필요성에 공감했고 개선되는 군의 모습에 애착을 갖고 응원했다. 그런데 박 전 사령관은 삼청교육대를 운운하고, 자신이 30여년간 복무한 군을 민병대로 폄훼했다. 참여정부 땐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한국측 실무단장을, 2011년엔 군 상부지휘구조 개편추진단장을 했음에도 지금 와선 '전작권을 전환하면 군대가 무력화된다'고 말한다.
 
특히 공관병 갑질 논란을 제기한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을 향해 "군에 갔다 오지 않은 사람이 군대를 무력화시킨다"라고 주장했다. 기자는 육군 학사장교 52기로 군에 복무했으니 한 마디만 하겠다.
 
"박 전 사령관은 이제 그만 자중하시라."
 
최병호 정치부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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