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취약계층 대상 중금리대출 전문 인터넷은행' 설립을 공약하면서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2금융권의 우량 고객이 제4인뱅으로 대거 이탈할 우려가 있어서입니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공약집에는 서민·소상공인 등 금융 취약계층을 위한 중금리대출 전문 인뱅 설립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아울러 기존 인뱅의 중·저신용자 의무 대출 비중을 상향 조정할 방침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사진=연합뉴스)
이 대통령이 취약계층 대상 인뱅을 강조하고 있고, 금융당국 역시 제4인뱅 도입에 대한 의지가 확고해 변수가 없는 한 새로운 인뱅이 탄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금융당국의 예비인가 절차가 진행 중인 컨소시엄은 한국소호은행, 소소뱅크, 포도뱅크, AMZ뱅크 등 4곳으로, 이달께 예비인사 여부를 결정할 계획입니다.
제4인뱅이 본격 출범하면 대출금리가 낮은 인뱅에 수요가 쏠릴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은행권보다 높은 금리를 취급하고 있는 카드사, 저축은행, 캐피탈 등 2금융권에서 우량 고객 이탈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1금융권인 인뱅과 달리 2금융권인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중·저신용자들이 우량고객에 해당합니다. 금융권에선 2금융을 이용하는 중·저신용자 중에서도 우량 고객들이 대출 금리가 낮은 쪽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인뱅 입장에서도 좀 더 안정적으로 우량한 중·저신용자 대상으로 낮은 금리를 제공할 가능성이 큽니다. 기존의 우량 차주들이 대거 이탈할 경우 제2금융권의 건전성이 휘청거릴 수 있단 우려까지 제기됩니다.
다만 제4인뱅과 제2금융권의 고객 군을 둘러싼 본격 경쟁은 제4인뱅의 업력이 어느 정도 쌓여야 가능할 것이란 시각도 있습니다. 저축은행 업계 한 관계자는 "제4인뱅이 소상공인 특화, 중·저신용자 대상 전문은행으로 방향을 정하면 사실상 저축은행 등 2금융권과 고객 군이 겹치게 된다"고 진단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저축은행, 카드, 캐피탈 계통에서도 우량 자영업자들은 은행과 상호금융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제4인뱅 대 은행, 상호금융이 고객 군을 두고 경쟁을 할 것"이라며 "제4인뱅이 중 ·저신용자 판별의 어려움과 신용평가시스템(CSS) 고도화라는 과제를 넘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제4인뱅이 자영업자·소상공인,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금융기관으로 자리를 잡는다면 중장기적으로 저축은행, 캐피탈 등의 고객층을 아우를 수 있는 본격 경쟁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제2금융권이 밀집한 도심.(사진=연합뉴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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