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유 기자] 정부가 중국 단체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시적 무비자 제도를 시행하기로 하면서, 유통업계 전반이 다시금 분주해지고 있습니다.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던 '유커(遊客) 특수'가 재현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8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오는 29일부터 내년 6월30일까지 3인 이상 중국 단체 관광객은 최대 15일간 비자 없이 한국 전역을 여행할 수 있게 됩니다. 특히 제주도의 경우 체류 기간이 30일로 확대돼, 보다 장기 체류가 가능해집니다.
이번 조치는 코로나19 이후 급감한 방한 관광 수요를 회복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됐습니다. 한국관광공사 통계에 따르면 2016년 807만명에 달했던 중국인 관광객 수는 사드 사태와 팬데믹 여파로 지난해 460만명 수준까지 급감한 바 있습니다.
지난 3월23일 서울 명동 거리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번 무비자 제도의 최대 수혜처로는 단연 면세점 업계가 꼽힙니다. 국내 면세점 매출의 약 70% 이상이 중국인 소비에서 비롯되는 만큼, 관광객 유입 확대가 곧 매출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신세계면세점은 최근 중국 우상그룹, 왕푸징그룹과의 협력 강화에 나섰으며,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 역시 중국 국영 면세기업인 중국여유그룹과 공동 마케팅을 논의하는 등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백화점 업계도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는데요. 전체 매출이 정체된 가운데 외국인 매출 비중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대백화점의 외국인 매출 비중은 2022년 3%대에서 지난해 10% 중반까지 크게 늘었습니다. 신세계백화점은 무비자 입국 시행에 맞춰 외국인 고객 대상 쇼핑 혜택을 대폭 강화했습니다. 오는 19일부터 10월 12일까지 '신세계 글로벌 쇼핑 페스타'를 개최하고 패션·코스메틱·건강식품 등 외국인 선호 카테고리 중심의 프로모션을 대대적으로 선보일 예정입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10월 초 중국 국경절 황금연휴와 무비자 입국 허용으로 중국인 관광객 수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K-컬처와 패션·뷰티에 대한 높은 관심 속에 외국인 고객의 백화점 방문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습니다.
'올무다'(올리브영·무신사·다이소), 새로운 쇼핑 강자로 부상
다만 유통 특수가 대형 유통사로만 집중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2025년 1분기 외래관광객 조사'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쇼핑 채널은 로드숍(49.4%)으로, 대형 쇼핑몰(37.5%)이나 시내 면세점(25.5%)보다 높은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이는 외국인 소비 트렌드가 보다 소규모·다변화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최근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는 채널이 바로 이른바 '올무다'(올리브영·무신사·다이소)인데요. K-뷰티, K-패션, K-리빙이 결합된 소비 공간으로 각광받으며 새로운 쇼핑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올리브영은 올해 상반기 외국인 매출 비중이 26.4%에 달했으며, 무신사 역시 지난 7월 기준 외국인 거래액 중 중국인 비중이 27%를 기록했습니다. 다이소는 지난해 외국인 결제액이 전년 대비 50% 이상 증가했죠.
특히 올리브영은 외국인 고객의 쇼핑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외국어 응대 서비스 강화와 지역 맞춤형 매장 운영에 힘쓰고 있습니다. 서울 강남, 동대문, 명동, 성수, 홍대 등 핵심 상권을 비롯해, 외국인 관광객이 늘고 있는 부산·제주 지역 매장을 중심으로 외국어 역량을 갖춘 직원을 배치하고 있으며, 상품 전자 라벨, 결제 공간 등 매장 내 안내 전반에 외국어 표기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CJ올리브영 관계자는 "무비자 한시 허용 등으로 방한 외국인 고객 증가가 예상되는 만큼, 쇼핑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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