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1가구1주택의 공상
입력 : 2020-12-23 00:00:00 수정 : 2020-12-23 00:00:00
1가구1주택 법안이 논란이다. 이 법을 접한 혹자는 공산주의냐고 비판한다. 그러나 이 법은 굳이 그런 격앙된 반응으로 접근할 게 아니라 법안이 나온 근시안적 발상에 주목해야 한다. 법안은 불필요한 다주택자를 규제하고 전 국민에게 자가 주택 기회를 제공하는 정의롭고 평등한 목적을 가졌다. 하지만 겉보기만 그럴 뿐 결국 주택 빈부 격차를 더욱 키울 뿐이다.
 
당신이 법에 따라 1주택 보유만 가능하다고 가정하자. 서울 강남에 집을 가졌다면 그 가격은 지금보다 천정부지로 뛸 것이다. 다주택자가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일시적 매물은 나올지 모른다. 하지만 그 매물은 금방 채워질 것이다. 강남에 대한 수요는 전국적이기 때문이다. 애초 매물이 나올지도 의문이다. 강남에 집을 가진 부자들은 한번 팔면 되사기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신중에 신중을 기할 것이다.
 
강남 집을 차지했다면 그 후에는 절대적인 거래 우위에 선다. 강남에 입성할 유일무이한 티켓을 지닌 것과 같다. 그 때부터는 부르는 게 값이다. 당신이 정말 강남 입지가 필요해서 집을 산 것이라면 되파는 것이 어렵다. 한번 팔면 다시 입성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이기 때문이다. 그 점을 노려 돈 많은 자산가들이 강남 똘똘한 한 채에 공격적으로 투자할 수도 있다. 그리고 가격이 미쳐 날뛰는 과정을 만끽할 것이다. 가구 조사가 어려운 외국인 혹은 검은 머리 외국인이 가구 수를 속여 강남에 여러 채를 보유할지도 모른다. 투기를 근절할 수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착각이다. 이 법으로 외국인 혹은 검은머리 외국인 좋은 일만 시켜준다. 이는 비단 강남만이 아니라 전국 모든 알짜 부지에서 벌어질 법한 부작용이다.
 
반대로 현재 집이 없거나 매우 열악한 입지 조건의 집을 보유했다면 혹은 직장이나 학교 때문에 거주이전을 하고 싶다면 이 법의 벽에 막혀 좌절할 것이다. 좋은 입지의 집은 가격이 미친 듯이 날아오를 것이고 지금 가진 집의 가치는 추락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번 집을 가지면 이전하기 어려운 규제가 입지에 따른 집값 격차를 갈수록 벌리게 된다. 그게 평생 좁힐 수 없는 계층 간의 거리가 될지 모른다. 주택 빈부격차가 고착화되는 셈이다. 그래서 법이 기대한 평등은커녕 갈등과 불평등만 커질 것이다.
 
정부가 섣불리 중재한다고 강남 사유부지를 매입해 그 곳에 공공주택을 짓는다고 하자. 그 비싼 땅을 산 세금은 결국 주택가격으로 매울 수밖에 없다. 강남 모든 집이 국유화된다고 하면 인위적으로 가격을 조정할 수는 있다. 그러면 강남은 더 이상 강남이 아니게 된다. 2 3의 강남이 새로 생기거나 또 다른 부촌이 부상할 것이다. 정부가 그럴 때마다 같은 과정을 반복할 수는 없다. 그게 설사 전국토의 국유화로 가능해진다고 해도 돌이킬 수 없는 경제적 오류를 범하게 된다. 단편적으로 주택 건설은 더 이상 산업 역할을 할 수 없다. 그에 따른 일자리 문제나 국내외 자본의 해외 이탈 등이 모여 자산 가치를 폭락시키고 경제를 파탄 내게 된다.
 
이 법이 논란이 되자 발의자인 진성준 의원은 1가구 1주택 소유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원칙을 법률로써 명문화하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원칙에 따라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는 강화하되 무주택, 1주택에 대한 혜택을 키울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그러면서 현재도 무주택자가 청약할 때 가점을 부여하고 다주택자에게 과세를 중하게 부과하듯 1가구 1주택 원칙은 이미 제도화돼 있음을 강조했다.
 
그렇다. 이 원칙은 이미 가동되고 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신규 법안과 현 제도의 원리는 같다. 그래서 그 원리에 따라 지금도 서울 강남 주택 보유자는 거래 우위에 있고 그 밖의 지역은 소외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현 제도의 부작용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하면 같은 실수를 반복할 뿐이다.
 
이재영 온라인뉴스부 부장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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