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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퇴근 후 업무 이메일·카톡…과로사 요건으로 봐야”
“복무시스템 기록만으로 업무시간 정확히 파악 못 해”
2022-10-24 07:00:00 2022-10-24 07:00:00
[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공무원이 퇴근 후 이메일과 카카오톡 메신저 등으로 업무를 처리해 왔다면 정부 복무 관리 시스템에 기록되지 않았더라도 과로사 요건으로 봐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 제7부(재판장 정상규)는 순직유족급여를 신청했다가 거부당한 공무원 A씨의 유족이 인사혁신차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단했다고 24일 밝혔다.
 
A씨는 국토교통부 소속 공무원으로 2019년 12월 임시정부기념관(임정기념관) 건립 추진단에 파견돼 건축시공팀 사무관으로 근무했다. A씨가 맡은 업무는 건축, 토목, 조경 관련 업무와 용지 보상 지원 및 민원관련 업무 등이었다.
 
이듬해 4월23일 A씨는 출근 후 건축시공팀장과 점심식사를 한 후 산책로에서 산책을 하다가 심정지로 쓰러졌고,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던 중인 5월11일 사망했다.
 
같은 해 6월, A씨 배우자는 A씨의 사망이 공무상 사망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인사혁신처에 순직유족급여 지급을 청구했다. 하지만 인사혁신처는 “A씨의 업무내역이 과로라고 보기 어렵다”며 순직유족급여를 지급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A씨의 배우자는 “A씨는 흡연이나 음주를 전혀 하지 않는 등 평소 건강관리에 힘써왔음에도 공무 수행에 따른 과로 및 스트레스로 인해 사망에 이른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A씨는 사업 핵심 관련 업무를 홀로 담당했고, 대통령과 국회의장, 대법원장 등 주요 인사가 참석하는 임정기념관 기공식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 업무를 수행했다”라며 해당 처분이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A씨가 과로로 인한 사망이 맞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의 담당업무 특성상 퇴근 이후나 휴일에도 이메일, 카카오톡 등으로 건설 현장과 관련한 업무를 처리해온 것으로 보인다”라며 “정부 복무 관리 시스템에 기록된 출퇴근 시간만으로 A씨의 실질적인 업무시간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원 감정의는 노동의 양적 측면과 질적 측면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라며 “A씨가 상당한 양의 강도 높은 업무를 수행했다고 볼 수 있고 관련 업무는 정신적 긴장을 동반하는 업무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무와 사망 사이 상당 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됨으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피고가 원고에 대해 한 순직유족급여불승인처분을 취소하고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고 판시했다. 
 
서울가정법원·서울행정법원. (사진=뉴시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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