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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현장 "'늘봄학교'보다 일·가정 양립 환경 조성이 우선"
정부, '늘봄학교'와 함께 주 최대 69시간 근무 가능한 근로시간 개편안 추진
학부모 "돌봄 서비스 좋지만 노동 환경 개선해 부모 육아 시간 더 보장해야"
교사·전문가 "장기적으로는 일·가정 양립 사회 구조 확립이 최선책"
2023-03-27 06:00:00 2023-03-27 06:00:00
[뉴스토마토 장성환 기자] 정부가 저녁 8시까지 학교에서 아이들을 돌봐주는 '늘봄학교'를 시범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이 맡길 곳 없이 늦은 시간까지 일하는 맞벌이 부부를 위해 국가의 교육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입니다.
 
하지만 정작 교육 현장에서는 국가가 늦게까지 아이를 돌봐주는 것보다 노동 환경을 개선해 부모들이 아이를 일찍 데리러 갈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사회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정부 근로시간 개편안 추진에 학부모 "늦게까지 아이 돌봐줄 테니 더 일하랴는 거냐"
 
26일 교육계에 따르면 현재 정부는 인천·대전·경기·전남·경북 지역 214개 초등학교에서 '늘봄학교'를 시범 운영 중입니다. 이는 초등학교에서 원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아침·저녁 돌봄과 방과 후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는 정책으로 최대 저녁 8시까지 돌봄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2025년에는 전국으로 '늘봄학교'를 확대한다는 계획입니다.
 
당장 돌봄 서비스가 필요한 맞벌이·한부모 가정 등은 '늘봄학교'를 반기면서도 부모의 육아 시간을 더 보장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펼쳐져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특히 정부가 최근 주 최대 69시간까지 근무 가능한 근로시간 개편안을 내놓자 늦은 시간까지 아이를 돌봐줄 테니 부모는 그만큼 더 일하라는 거냐는 반발이 나오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 자녀를 키우고 있는 전 모 씨는 "학교에서 아이를 늦게까지 맡아주면 따로 돌봄 기관을 알아보지 않아도 되고 믿을 수 있으니 좋다"면서도 "부모와 아이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정부가 '가정 돌봄'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에도 신경 써줬으면 한다"고 의견을 표했습니다.
 
맞벌이 부부인 김 모 씨도 "'늘봄학교' 자체는 괜찮지만 정부가 장시간 노동을 허용하는 방향의 정책도 함께 추진하니 국가에서 아이를 맡아주는 대신 더 오래 일하라고 강요하는 듯하다"며 "육아휴직 제도 활성화나 시차출퇴근제와 같이 부모가 아이를 양육하기 더 수월하게 하는 정책을 펼치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정부가 저녁 8시까지 학교에서 아이들을 돌봐주는 '늘봄학교'를 시범 운영하고 있지만 교육 현장에서는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노동 환경 개선부터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사진 = 뉴시스)
 
돌봄 서비스 필요성은 인정…일·가정 양립이 근본 해결책
 
교사들도 '늘봄학교'와 같은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책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노동 환경을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한성준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는 "부모가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일찍 퇴근해서 육아 활동까지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게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할 방향"이라면서 "그렇지만 이러한 방법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늘봄학교'와 같은 정책도 필요하다. 대신 적절한 인력 확보와 함께 꾸준히 예산을 지원해 제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전문가 역시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사회 구조 확립을 가장 최선책으로 언급했습니다.
 
박용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근로자들의 노동 시간을 줄여 자연스럽게 일과 가정 양쪽 다 바로 설 수 있도록 하는 게 가장 좋다"며 "그럼에도 돌봄 서비스가 중요한 제도인 것은 맞다. '늘봄학교'로 인해 돌봄전담사들이 장시간 노동에 혹사당하지 않도록 교대하는 방식으로 하는 등 제도를 제대로 운영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정부가 저녁 8시까지 학교에서 아이들을 돌봐주는 '늘봄학교'를 시범 운영하고 있지만 교육 현장에서는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노동 환경 개선부터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사진 = 뉴시스)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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