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산을 오르내리며 알바니아의 수도 티라나로 가면서 5년 전 오늘 한반도에 찾아든 평화의 봄을 회상합니다. 그때 나는 인류 최초로 아시럽대륙을 성공적으로 화석연료의 도움 없이 오직 두 다리의 힘만으로 거의 완주를 하고 베이징 근방을 달리고 있었습니다. 나는 평화의 올리브가지를 입에 물고 판문점을 통과 하여 광화문에 도착하는 평화의 상징적인 인물이 될 꿈에 부풀어 있었습니다. 노영민 주중대사는 대사관에 초대하여 남북연락사무소가 설치되면 나의 북한통과를 의제로 상정하겠다고 약속하였습니다.
“나는 평화를 바라는 8천만 겨레의 염원으로 역사적인 만남을 갖고 귀중한 합의를 이루었습니다.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리고 있음을 함께 선언하였습니다.”-문재인 대통령
“북과 남이 오늘 이렇게 다시 두 손을 맞잡기까지 참으로 긴 시간이 흘렀고 우리 모두는 너무 오랫동안 이 만남을 한마음으로 기다려 왔습니다.” -김정은 위원장
“한반도의 평화,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 1주년을 맞이하여 나의 진심어린 축하를 보내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이번 1주년 기념행사가 일치, 대화, 형제적 연대에 기반한 미래가 실제로 가능하다는 희망을 우리 모두에게 줄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판문점선언을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에서 기적같이 피워낸 한 송이 꽃이었습니다. 얼음 밑에서 피어낸 꽃이었고 바위틈에서 자라난 한 그루의 늠름한 소나무였습니다. 온 겨레가 환호했고 곧 평화와 평화의 날이 닥쳐올 것이라는 희망이 생겼습니다. 우리 모두는 통일에 대한 기대로 가슴 설레었습니다. 세계의 시선은 한반도에 집중됐었습니다.
정전 70년, 위정자들은 늘 정권 유지를 위해서 전쟁위기를 부축이며 강조해왔지만 지금처럼 위기감이 고조된 적은 없었습니다. 동북아의 지정학적 영향권에 있는 남북한 포함해서 미국과 일본 등 모든 나라들은 ‘선제공격’ ‘선제타격’을 공공연하게 떠벌이면서 참수작전 군사훈련으로 뒷받침해가면서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습니다. 미국은 이미 1950년부터 북한을 선제 핵공격 할 수 있다고 공언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북의 정권의 종말을 공언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평화헌법을 사문화시키고 군사력 강화에 힘쓰고 있습니다.
북은 예전에는 한미훈련 할 때는 웅크리고 있었는데 북은 핵전력 완성 후 자신감으로 한미군사훈련 직전에 미사일을 쏘는 대담성을 보였습니다. 북은 언제 어디서든 미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핵무기를 고체연료를 이용하여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또 이에 맞선 한국은 압도적으로 우세한 군사력으로 대응한다는 개념입니다.
한반도의 모든 풀리지 않는 문제는 전쟁이 종식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전쟁 중인 나라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겨야하는 명제가 있습니다. 이기기 위하여 경쟁적으로 군사력을 확장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이제 이 모든 부조리와 고통 고리를 끊어버리기 위해서도 정전현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군사훈련, 무력시위로는 평화를 이룰 수 없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도 군사훈련에서 시작했습니다.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은 세르비아국경 가까운 보스니아의 사라예보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전개하기로 했습니다. 지금의 한미 군사훈련과 같은 그런 군사훈련이었습니다. 오스트리아의 황태자 페르디난트는 이 군사훈련을 독려하고자 사라예보에 도착했습니다. 19세의 세르비아 청년 프란치프가 쏘아올린 총성이 울렸다. 제1차 세계대전을 알리는 신호탄이었습니다.
세르비아의 코앞에서 펼쳐지는 불안한 전쟁연습이 900만 명이 넘는 인명을 죽음으로 몰고 유럽을 불바다로 몰고 갔던 1차 세계대전의 도화선이었습니다. 한, 미, 일 전쟁연습은 다시는 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평화는 그렇게 오지 않습니다. 평화는 절대 힘의 과시로 오지 않습니다. 진정으로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할 것이 아니라 평화를 준비해야합니다. 평화가 곧 경제고 미래의 먹거리이기 때문에 평화는 그 어떤 기술적 혁명보다도 더 생산성이 높습니다.
팔천만 겨레와 온 세계가 이목을 집중한 가운데 남과 북 정상이 뜨겁게 두 손 마주잡고 선언하고 약속한 ‘판문점 선언’은 세월이 흐르고 정권이 바퀴어도 지켜야할 굳은 맹세입니다. 평화의 희망을 되살리는 힘은 결국 시민들에게서 나옵니다. 휴지장이 되어버린 판문점 선언에 생기를 불어넣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지만 시민이 해야 합니다. 시민들이 회초리를 들고 준엄하게 꾸짖어야 합니다.
세계는 지금 각자도생을 하면서 이념과 진영논리에서 멀어졌는데 우리만 이념과 진영논리 속에 스스로 목줄을 묶어 동맹의 개가 되고 있습니다.
“북한의 핵 공격 시 미국의 핵무기로 압도적이고 결정적인 대응을 하겠다.” 과연 이 사람의 머릿속에는 8천 만 겨레의 생명과 안전에 관심이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듭니다. 백 년 전 왕과 무능한 신하들의 어리석은 처신이 나라를 잃고, 그것은 분단으로 이어지고, 분단은 전쟁으로, 전쟁은 다시 분단의 고착화로 이어져 끊임없이 우리 민족에게 고통을 안겨주었습니다. 어리석고 무능하고 사리사욕만 채우려는 지도자가 역사의 불행과 고통을 안겨주는지 오늘 우리는 다시 되새겨 보아야 합니다.
애당초 분단은 우리의 뜻이 아니었습니다. 강대국들의 힘의 논리에 의하여 희생양이 되어 해방과 동시에 분단의 운명에 처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분단되어 피를 나눈 부모, 형제는 갈라져 피눈물을 흘리길 어언 70여 년, 피눈물은 대동강과 한강을 원한으로 가득 채워 흘렀습니다.
아 아! 백두산 천지에서 두 손 맞잡은 통일의 희망은 바람에 날아갔고, 역사에 길이 남을 판문점 선언은 휴지장이 되어 거리에서 이리 밟히고 저리 밟히어 쓰레기가 되고 말았습니다.
“가자! 북으로, 오라! 남으로, 우리 온 겨레 판문점에서 만나 어화 둥실 얼싸안고 한바탕 춤을 추자꾸나!”
길이 아무리 멀고 험해도 가지 못 할 길은 없습니다. 불확실의 안개 속으로 뛰어든 지 어언 9개월여 수많은 장애를 하나씩 게임 즐기듯 즐거움으로 제거하면서 묵묵히 한 걸음씩 옮겨놓았습니다. 여러 가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다 헤치고 여기까지 왔다. 평화의 길도 결코 쉽지는 않겠지만 결코 못 갈 길도 아닙니다. 이제 남은 두 달여 일정, 엎어지면 기어서라도 기어이 교황청에 가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알현하고 ‘판문점에 오셔서 평화의 성탄미사를 집전’하시기를 간절한 소망을 담아 부탁드리고야 말 것입니다.
강명구 평화마라토너가 평화달리기 208일째인 지난달 27일 주민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강명구 평화마라토너)
강명구 평화마라토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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