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커머스의 공습)염가 공세에 속수무책…유통공룡 뒷북 대책만
압도적인 초저가 공세로 국내 시장 초토화
가품, 정체물명 의약품, 성인용품 등 판매 부작용도
시류 읽지 못했던 민관…주도권 내줄 위기 몰려
2024-05-10 16:15:01 2024-05-10 17:22:11
 
[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최근 유통업계의 화두는 단연 'C커머스(중국 이커머스)'의 국내 시장 공습입니다. C커머스의 선봉으로 여겨지는 알리익스프레스(알리), 테무 등은 압도적인 염가 제품들을 토대로 사실상 우리 유통 시장을 초토화하고 있는 실정인데요. 이들 기업은 초저가 공세 과정에서 규정에 어긋나는 가품이나 정체불명의 의약품까지 상습적으로 판매하며, 이에 따른 소비자 피해 역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습니다.
 
이에 국내 유통업체들은 한목소리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공정하지 못한 경쟁이 이뤄진 것이 이 같은 사태를 초래했다 지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민관이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넓히는 C커머스 확대 시류를 읽지 못해 뒷북 대책을 마련하는데 급급했고, 무엇보다 이에 대응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발굴하지 못한 것이 더 큰 문제였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알리익스프레스(알리) 및 테무의 모바일 앱 월간활성이용자(MAU) 추이 그래프. (제작=뉴스토마토)
 
초저가 공산품 폭격…부작용도 속출
 
12일 애플리케이션(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알리의 모바일 앱 월간활성이용자(MAU)는 859만명, 테무는 824만명으로 1위 쿠팡(3091만명)에 이어 2·3위를 기록했습니다. 6개월 전인 작년 10월만 해도 알리는 613만명, 테무는 265만명에 불과했는데요.
 
이렇게 C커머스가 국내 시장에 단기간 내 안착할 수 있었던 것은 초저가 공산품을 무기로 수요층을 공략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입니다. 알리와 테무에서는 같은 공산품이라 해도 가격이 국내 업체 대비 10분의 1에 불과한 사례들을 심심치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특히 중국에서 생산된 제품을 직접 판매하고 배송까지 진행하는 구조를 갖춰 중간 마진을 대폭 삭제한 것이 이 같은 초저가 공세의 원동력입니다. 여기에 알리나 테무는 대규모 자본을 토대로 파격적인 할인 프로모션을 수시로 진행하며 국내 소비자들을 유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염가 공세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알리나 테무 등에서는 해외 유명 브랜드 제품과 흡사한 가품들이 여과 없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청소년에게 유해한 성인용품, 전문의 처방 없이 판매돼서는 절대로 안 되는 의약품 등 국내 온라인 유통 금지 품목까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실정인데요.
 
이에 알리와 테무 등은 이 같은 품목들의 판매를 근절하기 위해 인공지능(AI) 기반의 알고리즘을 통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판매 업자에게 강력한 제재를 가하겠다고 지속적으로 밝혔지만, 아직까지 문제는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달 초 서울시 발표에 따르면 알리, 테무 등 중국 온라인 쇼핑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어린이용 완구 일부 제품에서 기준치의 158배에 달하는 유해 물질이 검출돼 소비자들의 전반적인 주의도 요구됩니다.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한국 대표가 지난해 12월 6일 '지적재산권 및 소비자 보호 강화'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알리익스프레스)
 
예정에 없던 C커머스 급성장…수세 몰린 유통공룡
 
이 같은 C커머스의 공습으로 국내 유통업계는 오프라인, 온라인 할 것 없이 수세에 몰린 상황입니다. 유통업체들은 최근 국내 각종 규제로 중국 업체들과의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실제로 국내 판매자가 중국에서 상품을 매입해 판매하는 경우 각종 관세 및 부가세 등이 붙지만, 중국 업체들은 이 같은 규제에서 벗어나 있습니다. 사실상 역차별인 셈입니다.
 
게다가 C커머스의 상품들은 국가통합인증마크(KC·Korea Certification) 인증, 식품의약품안전처 마크 등 의무사항을 거치지 않고 유통되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됩니다. 이미 안전성에 결함이 있는 제품들이 들어올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죠.
 
정부 역시 이 같은 논란을 인식하고 유통 업계와 함께 대응 방안 논의에 나섰지만, 아직 구체적인 해결책은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C커머스의 급성장세 자체를 상정하지 못한 터라, 이에 따른 각종 문제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음에도 대응이 한 박자 늦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죠.
 
하지만 정부뿐만 아니라 유통업체들 역시 뒷북 대책 마련에 급급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먼저 롯데, 신세계 등 기존 유통 공룡 기업들의 경우 이미 수년 전부터 온라인 채널 강화를 천명하고 나섰지만 아직까지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는 이들 기업이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전후한 1차 이커머스 패권 다툼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한 탓입니다.
 
당시 유통업계는 언택트(Untact·비대면) 소비 문화 확산과 함께 패러다임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급격히 전환되는 시기였는데 롯데, 신세계 등 기존 유통 기업들이 오프라인 DNA를 기반으로 온라인에 접근하다 보니 이 같은 경쟁을 이겨내지 못하며 쿠팡, 네이버 등에 사실상 주도권을 내준 것이죠.
 
문제는 이 같은 각축전에서 살아남았던 쿠팡, 네이버 역시 향후 이커머스 시장에서의 순항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는 겁니다. 사실 이들 업체에게 있어 C커머스의 공세는 예정에 없던 일입니다. 코로나19 시기에는 단순히 더 빠른 배송과 속도 경쟁을 이겨내면 되는 싸움이었지만, 저가 제품이 물밀 듯이 쏟아져 들어오는 현시점에서는 이 부분만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기는 어렵습니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쿠팡은 영업이익이 4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1% 감소하며, 2022년 3분기 이후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이 줄었는데요. 이는 알리, 테무 등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국내 이커머스 시장 자체 경쟁이 심화한 것과 무관치 않습니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이커머스 업황은 기본적으로 진입장벽이 높지 않은 만큼, 막대한 자본력이 향방을 가르는 경향이 있다"며 "이미 C커머스가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었는데, 업계 전반적으로 이에 대한 대비가 미흡했던 점이 아쉽다. 정부는 물론 업계도 온라인, 오프라인을 나누지 말고 국내에서 C커머스의 시장 지배력을 낮출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협업해야 할 때"라고 말했습니다.
 
서울 광진구 동서울우편물류센터에서 물류 관계자들이 택배 분류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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