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평 기자] 지난달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공공기관 동반성장 평가 결과에 따르면 전체의 54.5%에 달하는 공공기관이 '우수' 이상 등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절반이 넘는 기관이 동반성장 평가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음에도 중소기업계는 저성장 국면 속에서 여전히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어 동반성장 평가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됩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달 21일 '2024년도 공공기관 동반성장 평가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뉴스토마토 K-정책금융연구소가 평가 대상으로 삼은 13개 정책금융기관 중 동반성장 평가에 포함된 기관은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한국무역보험공사·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한국주택금융공사·주택도시보증공사·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 7곳입니다. 이 가운데 신보·기보·무보·중진공·주금공·캠코는 '최우수' 등급을 받았고,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전년보다 한 단계 상승한 '우수' 등급을 기록했습니다.
동반성장 평가는 공공기관이 중소기업과 함께 추진한 동반성장 활동의 성과를 측정한 결과입니다. 정책금융기관이 수행한 각종 사업과 활동이 중소기업과의 실질적인 협력과 성장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평가 결과는 이들 기관이 중소기업과 동반성장을 이뤘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공공기관 동반성장 평가 등급은 총 5단계로 '최우수', '우수', '양호', '보통', '개선 필요' 등급으로 나뉩니다. 이 중 상위 등급인 최우수, 우수 등급을 받은 기관은 전체 평가 대상인 134개 공공기관 중 73곳으로, 전체의 54.5%에 달했습니다. 동반성장 평가는 100점 만점 기준으로 실적 80점, 체감도 조사 20점으로 구성되며, 총점이 96점 이상이면 최우수, 92점 이상 96점 미만이면 우수 등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결과와 달리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여전히 경기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공공기관들이 중소기업 지원책을 내놓고 사업을 추진하고 실적을 거둬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정작 중소기업계는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경험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입니다.
실제로 올해 초 발표된 각종 경기전망지수, 기업심리지수 등은 모두 비관적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부 조사에서 소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지만, 여전히 체감경기는 평균치를 밑돌았습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해 1월 기업경기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 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85.9로 지난해 12월과 비교해 1.4p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한 해인 2020년 9월 CBSI 지수는 83.4으로 나타났습니다. CBSI 지수는 평균 100을 기준으로 삼아 100을 웃돌면 경제 전반에 대한 기업 심리가 낙관적임을 나타내고, 밑돌면 비관적임을 의미합니다. 한은이 발표한 CBSI 지수는 지난해 11월부터 넉달 연속 하락하면서 지난 2월엔 85.3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이달 발표된 CBSI 지수는 87.9로 소폭 상승했습니다.
중소기업계 경기 전망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1월 발표한 '2025년 2월 중소기업 경기전망조사'에 따르면, 2월 업황전망 경기전망지수(SBHI)는 67.4로 전월 대비 0.6p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21년 1월 65.0을 기록한 이후 4년 새 최저치를 기록한 것입니다. 해당 조사는 지난 1월13일부터 17일까지 307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중기중앙회가 조사를 진행한 결과입니다. 지난달 발표된 '2025년 4월 중소기업 경기전망조사'에서는 경기전망지수가 75.7을 기록하며 2개월 연속 상승했지만, 여전히 비관적임을 나타냈습니다.
체감도, 평가에 20%만 반영…"수혜대상 체감도, 세밀히 평가해 반영해야"
전문가들은 경제 체감상 어렵다고 느끼는 현실과 관련해, 현재 20%밖에 되지 않는 체감도 조사 비율을 문제로 지적했습니다. 평가시 체감도를 더욱 세밀하게 평가해 반영해야 한다는 겁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공공기관연구센터 소장을 역임한 라영재 건국대 건강고령사회연구원 교수는 "동반성장 평가와 현실과의 괴리 때문에 평가 자체에 대한 효과성에 의문이 생길 수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동반성장 평가는 공공기관이 동반성장에 대한 노력을 기울이게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라도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평가받는 기관이 노력한 것만 가지고 평가를 하기 때문에 나오는 한계"라며 "해당 기관의 동반성장에 대한 노력이 수혜 대상인 중소기업, 자영업자, 협력업체에 더 효과가 있거나 실질적으로 더 좋아졌는지 등을 세밀히 평가해 반영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정책금융기관 관계자 등은 동반성장 평가 제도가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고 평가하면서도 최근 악화된 경제 상황으로 인해 체감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말했습니다. 한 정책금융기관 관계자는 "예산 등 사업 진행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지만,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반영되기 때문에 신규 사업 기획할 때나 기존 사업 개선할 때 동반성장 평가 지표를 아무래도 고려하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그는 중소기업 등이 어려운 부분과 관련해선 "대내외 경제 상황이 워낙 좋지 않아 상생협력이나 동반성장을 위한 사업을 진행하는 데도 큰 효과가 보이지 않는 것 같다"면서도 "그럼에도 동반성장 평가와 경영평가가 중요하다 보니 기관에 주어진 예산에서 동반성장 관련 사업에 더욱 확대 투입하는 실정"이라고 전했습니다.
2022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를 의결하기 위해 열린 2023년 공공기관운영위원회 회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김지평 기자 jp@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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