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조달 절실”…석화업계, PRS로 유동성 확보
회사채 등 기존 자금조달 방식 어려워
PRS, 회계상 부채 잡히지 않아 효과적
장기 관점 고금리·손실 보전 등 리스크
2025-06-26 14:45:43 2025-06-26 18:26:13
 
[뉴스토마토 이명신 기자] 업계 불황으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석유화학업계가 주가수익스와프(PRS) 방식으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업계가 PRS에 손을 대는 것은 부채 증가와 신용등급 하향 전망으로 회사채 조달이 어려워진 탓입니다. PRS는 회계상 부채로 잡히진 않지만, 금리가 높아 장기적으로 재무 리스크가 될 수 있습니다.
 
한화솔루션 여수공장 전경. (사진=한화솔루션).
 
26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효성화학 등 석유화학업체들은 PRS로 약 2조11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습니다. 한화솔루션은 지난 23일 독일 신재생에너지 자회사 큐에너지솔루션 지분을 담보로 국내 증권사들과 PRS 방식으로 총 5000억원을 조달했습니다. 3년 뒤 한화솔루션이 지분을 되사오는 구조로, 이번 계약으로 큐에너지솔루션에 대한 한화솔루션의 지분율은 100%에서 77.35%로 줄었습니다.
 
PRS는 계약 만기 시 주가가 기준가(최초 매입 단가)보다 낮거나 높으면 거래 당사자들이 서로 차익을 물어주는 파생상품입니다. 기준가보다 주가가 오르면 투자자가 매도 기업에 차익을 지급하고, 주가가 기준가보다 낮으면 기업이 손실을 보전하는 구조입니다. 사실상 빚이지만, 형식적으로는 지분을 매각하는 방식이라 부채비율이 늘어나지 않는 게 장점입니다.
 
이에 PRS가 최근 들어 석화업계의 자금 조달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실적 악화와 신용등급 하락 우려로 회사채 등 기존 방식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해외 자회사 지분을 담보로 PRS 계약을 체결해 급한 불을 끄고 있는 것입니다. 석화업계 관계자는 “트렌드는 아니지만 최근 들어 PRS를 하는 기업들이 많이 생긴 것 같다”며 “PRS는 불황인 곳에서는 회계상 부채로 처리되지 않고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효과적인 수단 중 하나”라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롯데케미칼도 지난 3월, 인도네시아 자회사인 LCI 지분을 활용해 6500억원, 지난해 10월에는 미국 에틸렌글리콜(EG) 생산법인 LCLA 지분을 활용해 6600억원을 조달했습니다. 효성화학은 지난 4월 베트남 자회사인 효성비나케미칼의 지분 49%를 담보로 약 3000억원을 끌어왔습니다.
 
다만 PRS는 장기적으로 재무 리스크를 키울 수 있습니다. 주가 하락 시 지분을 인수한 투자자는 매입가보다 낮은 가격에 주식을 처분하는데, 기업이 보전할 금액도 그만큼 커지게 됩니다. 게다가 통상 계약 만기 시 재계약으로 상환 기간을 연장해 높은 이자를 부담해야 합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PRS는 수익 구조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중장기적으로 재무적인 리스크를 떠안을 수 있다”며 “그럼에도 PRS로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은 석유화학업계가 그만큼 상황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라고 했습니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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