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경축사)이 대통령 투트랙에…일, 13년 만에 '반성'
국익 중심 실용외교 '대원칙'…셔틀외교 통해 '상생 협력'
"흡수통일 추구하지 않을 것"…대북 정책서 '인내' 강조
2025-08-17 16:08:08 2025-08-17 17:17:40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8·15 광복절 80주년 경축사를 통해 일본과의 관계에서 과거사는 원칙대로 대응하되 미래지향적 협력을 추구한다는 '투 트랙 전략'을 명확히 했습니다. 대일 외교에서 역사 문제를 분리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대신 경제·기술 등의 분야에서는 '파트너십'을 발전시키겠다는 겁니다. 
 
이에 이사바 시게루 일본 총리 역시 패전일 전몰자 추도사를 통해 13년 만에 '반성'을 언급했습니다. 다만 침략·가해에 대한 표현이 빠지고 여전히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을 봉납했다는 점 등은 여전히 풀어가야 할 숙제로 남았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80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일 '동반자'에도…진정한 사과 '과제'
 
이 대통령은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광복절 경축식에서 "올해는 광복 80주년인 동시에 한·일 수교 60주년이 되는 해"라며 "과거를 직시하되 미래로 나아가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우리 곁에는 여전히 과거사 문제로 고통받는 분들이 많이 계신다"며 "입장을 달리하는 갈등도 크게 존재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본에 '과거사'를 언급한 것은 윤석열씨의 취임 첫해인 2022년 이후 3년 만입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우리는 독립지사들의 꿈을 기억한다"며 "가혹한 일제 식민 지배에 맞서면서도 언젠가는 한·일 양국이 진정한 이웃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놓지 않았던 그 선열들의 간절한 염원을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이날까지 일본에 대해 '마당을 같이 쓰는 이웃이자, 경제 발전에 있어 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동반자'라는 메시지를 반복한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이 산업 발전 과정에서 함께 성장해 왔던 것처럼, 우리 양국이 신뢰를 기반으로 미래를 위해 협력할 때"라며 "초격차 인공지능 시대의 도전도 능히 함께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특히 "국익중심 실용외교의 원칙으로 셔틀외교를 통해 자주 만나고 솔직히 대화하면서 일본과 미래지향적인 상생협력의 길을 모색하겠다"면서도 "일본 정부가 과거의 아픈 역사를 직시하고 양국 간 신뢰가 훼손되지 않게 노력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못 박았습니다.
 
이날 이 대통령의 경축사 메시지 중 일본과의 관계에서 과거사보다는 '미래'와 '협력'이 비중을 크게 차지했습니다. 이재명정부의 대외 정책 기조인 '실용 외교'를 대일 관계에 있어 명확하게 적용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됩니다. 
 
이 대통령은 오는 23~24일(현지시간) 일본 도쿄를 방문해 이시바 총리와 정상회담 및 만찬을 가질 예정입니다. 이때 이 대통령은 한·일 협력과 함께 한·미·일 공조에 대해 논의할 전망입니다. 
 
이 대통령의 '투 트랙' 전략 중 한 축인 과거사에 대해 일본은 13년 만의 '반성'으로 화답했습니다. 이시바 총리는 패전 80년을 맞아 15일 도쿄 일본 무도관에서 열린 '전국 전몰자 추도식'에서 "전쟁의 참화를 결단코 되풀이하지 않겠다"며 "그 전쟁의 반성과 교훈을 이제 다시 가슴 깊이 새겨야 한다"고 했습니다. 
  
다만 이시바 총리의 반성이라는 언급이 명확한 주어를 가지고 있지 않은 데다, 진정한 사과의 표현도 없다는 점에서 비판이 나옵니다. 게다가 이시바 총리는 태평양전쟁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 대금을 봉납했고, 차기 총리로 거론되고 있는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대신은 지난 15일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습니다. 이시바 총리에 대한 일본 내 사퇴 여론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과거사 문제의 해결에 큰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은 셈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신뢰회복 기반 '평화 통일'…9·19 합의 복원
 
대통령의 취임 첫 광복절 경축사는 의미가 남다릅니다. 광복절은 일제로부터 독립한 날이기도 하지만, 남북 분단의 시작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역대 대통령들은 대부분 한반도 정책의 기본 방향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김일성 주석'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했습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경우 북한의 핵 투명성을 전제로, 남북의 핵에너지 공동개발을 설파했습니다. 또 김대중 전 대통령은 남북 교류협력의 시대를 열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국방력 강화를 외쳤습니다.
 
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전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시기에도 '통일 시대'에 대한 염원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다만 윤씨의 취임 후 '담대한 지원'이라는 첫 메시지에도 남북 대결구도는 '적대적 두 국가'라는 결과를 도출하고 말았습니다.
 
결국 남북 관계의 단절 속에서 이 대통령은 '신뢰 회복'을 기반으로 한 '평화 통일'을 추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대통령은 "남과 북은 서로의 체제를 존중하고 인정하되 평화적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의 특수관계"라며 "어떠한 형태의 흡수통일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특히 '9·19 군사합의'의 선제적이고 단계적 복원 의사를 밝히며, '인내'하는 대북 관계를 설파했습니다.
 
다만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지난달 28일 담화에서 "한국과 마주 앉을 일도, 논의할 문제도 없다"고 밝힌 뒤 광복절 경축사에 대해서도 반응하지 않고 있어 남북관계 개선에 인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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