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광등·냅킨 아끼던 회사는 어떻게 HBM 1위가 됐나
SK그룹, 종랍 전력 수립 ‘이천포럼 2025’ 개막식
곽노정 SK하닉 사장 “SK 만나면서 기적 같은 일”
최태원 회장 “글로벌서 이길 소버린 AI 만들어야”
2025-08-18 16:18:38 2025-08-18 16:43:39
[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20여년 전 전기료를 아끼기 위해 사무실에 형광등을 하나씩 빼고 사내 식당에 냅킨 비용이라도 아껴보자고 전 사원들 손수건 가지고 다니기 운동을 했던 회사였는데, 이 모든 기적 같은 일들은 2012년 SK그룹을 만났기 때문에 가능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이 18일 SK 이천포럼 2025에 참석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SK)
 
SK그룹이 인공지능(AI) 혁명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18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워커힐에서 개최한 ‘이천포럼’에서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아사 직전까지 갔던 회사가 SK를 만나면서 세계 최초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과 글로벌 D램 시장 1위, 시총 200조원 달성 등 도약을 이뤄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SK하이닉스의 전신 하이닉스반도체는 2000년대 말 메모리 업계를 휩쓸고 지나간 D램 가격 경쟁으로 생존위기에 직면했는데, 그 당시 회사가 처한 어려운 경영환경을 설명한 것입니다. 그는 “하이닉스는 해외 출장 경비가 없어 개인 마일리지로 항공권을 끊을 것을 구성원들에게 부탁해야 했었다”며 “이들은 강제로 무급 휴가도 가야했고 수석급 이상은 월급의 10%를 반납했다”고 회상했습니다. 이어 "당시 앞이 보이지 않았고, 이대로 끝나는 것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회사 전체를 압도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곽 사장은 “문 닫기 직전까지 갔던 그 경험이 저희를 더 강하게 했고 그 두려움이 힘이 됐다”며 “하이닉스반도체가 지금의 SK하이닉스가 됐다”고 강조했습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12년 SK그룹에 인수되면서 현재 국내를 대표하는 반도체 기업으로 탈바꿈했습니다. 
 
곽 사장은 “9년 전에 회장님의 근본적인 변화가 없으면 갑작스러운 죽음이 올 수 있다고 한 말씀처럼 지난 몇 년은 이 말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입증한 시간”이라며 “SK가 단기성과에 매몰되지 않고 과감히 미래 투자를 지속했기에 오늘의 HBM 신화가 가능했다”고 했습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8일 SK 이천포럼 2025에 참석하는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끝으로 그는 SK의 기업문화인 ‘수펙스(Super Excellent Level·SUPEX) 추구 정신을 강조했습니다. 곽 사장은 “수펙스는 인간의 능력으로 도달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을 지향한다는 그 자체의 뜻을 넘어 끊임없는 혁신과 개선을 지속하자는 의미”라며 “수펙스 추구 정신이 오늘날 SK를 만들고 앞으로의 SK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열린 이천포럼 2025에는 최태원 SK 회장을 비롯해 최재원 수석부회장, 최창원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SK 계열사의 주요 경영진들이 참석했습니다. 특히 최태원 회장은 ‘한국 AI 생태계 구축‘에 대한 강연을 들은 뒤 기자들과 만나 “소버린(주권형) AI는 국내에서만 (경쟁)하는 것이 아닌 글로벌 전쟁”며 “글로벌적으로 이길 수 있는 소버린 AI를 우리가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소버린 AI는 자국의 기술을 토대로 만들어진 AI 기술을 의미합니다. 현재 이재명정부는 LG AI연구원, SK텔레콤, 네이버클라우드 등 총 5개 회사가 포함된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자체 AI 파운데이션 모델’ 구축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여기서 만들어지는 한국의 대표 AI 모델이 단순 한국어를 사용하는 개념이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AI 서비스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이날 첫 번째 세션에서 열린 ‘한국 AI Biz, 생태계 구축과 SK의 전략적 역할’ 강연에서 AI 전문 컨설팅사 딕비(DigBI)의 윌리엄 퐁 딕비 최고전략책임자(CSO)도 “인터넷이 처음 나왔을 때와 같이 현재의 AI는 배아 정도의 상태일 뿐”이라며 “대규모언어모델(LLM)도 중요하지만 그 이상을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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