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신한은행이 상대적으로 저임금을 받는 창구 전문 직원을 일반 직군으로 대거 전환하기로 했습니다. 직원 간 차별을 해소하고 조직 내부 단합을 도모해, 전체적인 업무 부담을 완화하자는 노조의 건의를 받아들인 것입니다.
다만 노노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데다 공채로 들어온 일반 직군 직원들에게는 '역차별'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일반 직군으로 전환할 경우 장기적으로 은행 수익성에 부담이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5년간 일반직 전환 350여명 불과
21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신한은행은 3분기 노사협의를 통해 'RS 직군' 직원 350명을 일반 직군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지난해 신한은행이 RS 직군을 일반 직군으로 재채용한 규모는 67명에 불과했지만, 이보다 5배 가량 늘린 것입니다. 또한 일반 직군 전환 과정에서 필수로 이수해야 하는 직무 과목 중 일부를 철폐하거나 면접을 2회에서 1회로 축소하는 등 절차도 간소화했습니다.
RS직군은 신한은행이 2011~2013년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일괄 전환한 직군으로 주로 은행 창구에서 입출금과 개인 고객 수신 등 업무를 담당합니다. RS 직군은 그동안 일반 직군 대비 임금이나 복지 수준이 낮아 저임금 직군으로 불렸습니다. 현재 신한은행 내 RS 직군은 1700여명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신한은행 노사는 지난 2020년 노사 협의를 통해 RS 직군 일반 직군 전환에 합의했습니다. 당시 신한은행 노사는 △당행 2년 이상 재직 △방카 4종·펀드3종 자격증 동시 취득 △직무베이직 RS과정 중 수신·여신·외환 전 과목을 이수한 직원 등 조건에 맞춰 일반 직군 전환을 해주는 것으로 합의했습니다. 즉 RS 직군 직원으로 2년 이상 일하고 기준 자격조건을 충족해야 일반 직군으로 전환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신한은행 노조는 최근 5년간 RS 직군을 일반 직군으로 전환한 사례가 350여건도 되지 않는다며 이번 노사 협의를 통해 일반 직군 전환 규모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RS 직군의 업무 범위가 원화 및 외화 모출 (출금·반출), 서무, 담보대출 등으로 확대될 예정이라 업무 확장성에 따라 일반직 전환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노조에 따르면 내부 RS 직군 직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무조건적인 업무 확대는 부당하다는 의견이 과반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노조 관계자는 "RS 직군 당사자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일반 직군 전환 재채용 규모의 대폭 확대를 사측에 요구한다"며 "일반 직군 전환을 원하는 직원들이 수요 및 업무에 걸맞는 임금을 받을 수 있게 모두 일반 직군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채용 확대를 요구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수백대 1 경쟁률 뚫었는데 '역차별'"
은행권에서 RS 및 텔러 직군을 일반 직군으로 전환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은행들은 몇년 전까지만 해도 창구에서 근무하는 텔러를 계약직·무기계약직 형태로 채용했습니다. 이후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하위 직군'을 신설하며 임금 차등도 뒀습니다. 이로 인해 기존에 없던 저임금 직군이 생겨났고 현재도 각 은행에 수천명씩 남아 있는 상황입니다. 그동안 은행들은 고과나 시험 성적이 우수한 직원들에 한해 매년 100~300여명 정도를 일반 직군으로 전환했으나 전체 규모에 비하면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앞서 KB국민은행과 IBK기업은행이 텔러 직원을 일반 직군으로 일괄 전환했을 때도 역차별 논란은 불거졌습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014년 4200명에 달하는 모든 창구 사무직원들을 일반 직군으로 일괄 전환했습니다. 기업은행도 2018년 3000여명 규모의 창구 텔러 직원들을 일반 직군으로 변경했습니다.
문제는 일발 직군 전환 추진 과정에서 ‘역차별’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입사한 대졸 공채 일반 직원과 동일 직군으로 인정받게 되면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습니다. 신한은행 일반직 직원들은 창구 텔러 직원들이 상대적으로 단순 업무를 담당하면서도 일반 직원 대비 60~70% 수준의 적지 않은 임금을 받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은행 수익성에 미칠 영향도 부담 요인입니다. 현재 정규직 임금의 60% 수준을 받는 저임금 직군 인력을 일관 전환 시 대규모 급여 인상과 복리후생 비용 증가가 불가피하기 때문입니다. 새 정부가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 구조를 해결해야 한다는 친노동정책 기조를 내세우고 있는 가운데 은행의 고정비용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계약직, 비정규직 등 저임금 직원의 정규직 및 일반 직군 전환 사례는 많지 않고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인원이 변한다"며 "모든 직원이 일반 직군이라면 회사가 부담해야 할 인건비 등이 늘어나기 때문에 결정하기 어려운 사안인 듯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입사 기준이나 선발 과정이 달랐고 여기에 연봉 수준도 차이가 있어 단순히 생각할 문제는 아니다"라며 "승진이나 인사 적체가 이뤄질 수 있어 세부적인 논의가 필요할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신한은행이 상대적인 저임금 직군으로 분류되는 창구 직원을 일반직으로 전환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해당 논의는 노조의 건의로 직원 간 차별을 해소하고 조직 내부 단합을 도모해 전체적인 업무 부담을 완화하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사진은 신한은행 본점 로비에서 고객들이 대기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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