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사기극”…트럼프 역행에 태양광 ‘위기’
트럼프, ‘탄소중립’ 기조 역행
저소득층 재생E 지원금 폐지
송전 프로젝트 대출보증 중단
한화큐셀·OCI, 대규모 투자 중
“지지층 결집·성과 과시 발언”
2025-08-22 14:55:06 2025-08-22 16:15:33
[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세기의 사기극”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면서, 국내 태양광 업계가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을 표어로 내걸고 화석연료 개발을 핵심 공약으로 강조했으며, 취임 첫날 파리기후협정에서 탈퇴하는 등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 기조에 꾸준히 역행해온 바 있습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재생에너지 산업에 대한 인허가와 대출보증 지원까지 중단하며 태양광·풍력 산업을 벼랑 끝으로 몰아세우고 있습니다. 업계는 아직 구체적인 정책이 발표되지 않았지만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만큼 향후 추이를 예의 주시한다는 입장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1일(현지시간)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워싱턴 D.C. 치안 강화 조치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탄소중립’ 역행하는 트럼프
 
지난 2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설립한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우리는 풍력이나 농민을 파괴하는 태양광을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며 “전력원으로 풍력 발전기와 태양광을 짓고 의존해온 어떤 주들이건 전기와 에너지 비용이 기록적 수준으로 증가하는 것을 보고 있다”고 적었습니다. 이어 그는 태양광·풍력 발전을 “세기의 사기극”이라며 “미국에서 어리석음의 시대는 끝났다”고 덧붙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다른 게시물에서 “관용은 없다”며 “환경보호청(EPA)은 낭비와 남용으로 얼룩진 모든 녹색 지원금을 폐지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이어 리 젤딘 EPA 청장이 한 방송에서 “지금까지 290억달러 이상이 취소됐으며, 이는 공공사업국(WPA) 연간 운영 예산의 세 배 이상”이라고 발언한 내용을 인용했습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인 지난 1월20일 파리기후협정에서 탈퇴하며 탄소중립 기조에 역행하는 포문을 열었습니다. 이후 바이든 행정부의 대표 정책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포함된 친환경 산업 지원 조항을 조기 종료하는 등 재생에너지 정책을 잇따라 폐기했습니다. 
 
EPA가 지난 7일 전임 행정부 시절 출범한 70억달러(약 9조7000억원) 규모의 ‘모두를 위한 태양광(Solar for All)’ 프로그램을 전격 중단한 것도 이러한 배경입니다. 저소득층 90여만 가구의 전기요금 부담 완화를 위해 배정됐던 지원금을 폐지하면서, 리 젤딘 EPA 청장은 “EPA는 더 이상 이 쓸데없는 사업을 지속할 권한도 자금도 없다”며 “EPA는 이 프로그램을 영구 종료하고 납세자들에게 70억달러를 절감시켰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지원 철회는 대형 인프라 사업에도 적용됐습니다. 지난달 24일 미국 내 최대 재생에너지 송전 프로젝트인 ‘그레인 벨트 익스프레스’가 연방정부의 49억달러(약 6조8000억원) 규모 대출 보증이 취소되면서 사실상 중단됐습니다. 이 사업은 미 중부에서 생산된 재생에너지를 동부 여러 주로 공급하는 초대형 송전망으로, 완공에는 총 110억달러(약 15조4000억원)가 소요될 예정이었습니다. 미 에너지부(DOE)는 “정부가 이 프로젝트를 지원할 필요성이 낮다”고 철회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이외에도 미 농무부(USDA)는 지난 18일 농촌 지역 투자사업을 대상으로 한 대출 보증 프로그램에서 태양광과 풍력 설비에는 적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어 지난 20일 트럼프 행정부는 전력 수급 불안에 대비해 폐쇄 예정이던 미시간주 JH캠벨 화력발전소에 운영 연장 명령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한화솔루션 큐셀부문의 미국 조지아주 달튼 공장. (사진=한화큐셀)
 
태양광 업계 “정치적 계산”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파괴적인 친환경산업 정책 기조가 이어지면서, 국내 태양광 업계에도 경고등이 켜지고 있습니다. 최근 한국 기업들은 미 태양광 시장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의 태양광·풍력과 관련한 거친 발언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한화솔루션은 미 조지아주에 약 3조2000억원을 투자해 잉곳·웨이퍼·셀·모듈 생산시설을 모두 갖춘 ‘솔라 허브(Solar Hub)’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미국 내 최대 규모 태양광 통합단지로 평가되는 이 시설은 연간 8.4기가와트시(GW)의 전력을 생산해 약 130만가구에 공급할 수 있는 규모입니다. 
 
OCI홀딩스 역시 태양광 지주사인 OCI엔터프라이즈를 통해 미국 사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자회사 미션 솔라 에너지가 모듈 생산을 담당하고, OCI에너지는 텍사스주를 중심으로 대규모 발전소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개발 사업을 맡고 있습니다. 
 
풍력 분야에서는 CS윈드가 2021년 미국 최대 풍력타워 공장을 인수한 뒤 현지 시장에 본격 진출해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LS전선 또한 초고압직류송전(HVDC) 전력용 해저케이블을 미국 현지에서 생산하기 위한 준비에 착수한 상태입니다. 
 
OCI홀딩스 자회사 OCI에너지가 운영하는 미국 텍사스 샌안토니오 베어카운티의 알라모1 태양광 프로젝트 전경. (사진=OCI홀딩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에 대해 업계는 긴장감을 늦추지 않으면서도 내년 중간선거를 겨냥한 정치적 메시지로 보고 있습니다. 한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이번 발언은 ‘290억달러 절감’을 앞세운 성과 과시에 가깝고, 내년 중간선거를 겨냥해 지지층 결집을 의식한 정치적 메시지로 해석된다”고 했습니다. 그 배경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사실과 맞지 않는 점이 적지 않다는 점을 꼽았습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풍력, 태양광으로 인한 전기료 인상은 사실과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면서 “태양광의 균등화발전단가(LCOE)는 가장 저렴한 수준”이라고 지적했습니다. LCOE는 에너지원의 평균적인 전력 생산 비용을 뜻하며,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에 따르면 새로 가동된 대규모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의 91%는 신규로 건설되는 석탄·가스 발전소보다 비용이 낮은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그러면서도 업계는 향후 추이를 신중하게 지켜보겠다는 입장입니다. 이 관계자는 “향후 실제로 재생에너지와 관련해 불리한 정책이 나올 가능성이 있어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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