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뜨거운 여름이 지나고 가을 문턱에 접어드는 9월이 오면 고3을 비롯한 대학 입시를 치르는 전국 수험생들의 마음이 바빠진다. 9월 초부터 대학 입시가 본격 시동을 건다. 수시 접수 마감부터 시작되는 대입은 고3의 경우 대다수가 청춘 초입에 맞닥뜨리는 인생의 첫 갈림길로 불릴 만도 하다.
공부를 하든 안 하든, 잘하든 못하든, 대학에 생각이 있든 없든 대학 입시는 ‘낭랑 18세’들에겐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세상이 변해 그깟 ‘대학 타이틀’이 무슨 소용이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그래도 ‘그 별것 아닌 타이틀’은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많은 이들에겐 인생 상당 부분을 좌우하는 것임을 부인하기는 힘들다.
현행 대학 입시의 큰 줄기는 네 가지다. 수시전형에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과 학생부교과전형(교과), 논술전형이 중심축이다. 학종은 고교 3년간 치르는 중간, 기말고사에 수시로 학교에서 치르는 수행평가에 동아리, 봉사활동, 독서, 세부 능력 특기 사항 등 생활기록부 전반을 포함한 종합 전형이다.
학생부교과전형은 내신 성적만이 입시 평가 대상이다. 학교마다 편차가 있을 수밖에 없기에 수능 최저 등급(예컨대 국어 1등급, 수학 1등급 등)이 요구된다. 일부 대학에서 면접을 보기는 하지만 학교 내신과 수능 성적이 좋으면 된다.
논술전형은 내신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학생들을 위한 전형이다. 대학마다 요구하는 내신 최저 기준이 다르고, 문과와 이과별 문제 유형 및 난이도가 각양각색이다.
수시에 기회균형전형, 농어촌전형, 특기자전형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 수험생들은 학종과 교과, 논술의 틀에 얽매인다.
여기에 수능 성적만으로 진학하는 정시가 있다. 수능이 치러진 뒤 모집을 시작하고, ‘수능 성적’만으로 선발한다. 정시가 쉬울 것 같지만, 재수생을 비롯한 N수생들이 모두 달라붙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가장 치열한 전형이다.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진 2025년 11월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반포고등학교에 마련된 고사장에서 수험생들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돈과 권력도 무릎 꿇는 자식 농사
이젠 입시생의 부모가 된 학력고사나 수능 초창기 세대가 보기에 요즘 전형이 복잡하게만 보이지만, 큰 줄기는 ‘내신과 수능’ 두 가지다. 특히 여러 단계에서 대학들이 빠지지 않고 제시하는 게 수능 성적이다.
세월은 수십년이 흘렀지만, 결국 대학 입시에서는 수능이 합격의 열쇠를 쥐고 있고, 여전히 교육부로 대표되는 국가가 아이들의 앞날을 좌우하는 셈이다.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회장은 세상에서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이 세 가지라고 했다. 첫 번째는 자식, 두 번째는 골프, 세 번째는 미원이랬다. 실제 이 같은 말을 했는지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자식’이 마음대로 안 된다는 것은 부모라면 누구라도 고개를 끄덕일 듯하다.
돈과 권력이 있는 자들도 잘 안 되는 게 자식 공부다. 어떻게 보면 입시 제도의 공정과 공평성이 사회의 근간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8월15일 오전 서울 구로구 서울남부교도소에서 광복절 특사로 석방된 뒤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뉴시스)
거침없는 조국, 역풍 부는 민심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광복절 특사로 출소했다. 지난해 12월14일 대법원에서 징역 2년, 추징금 600만원의 확정판결을 받은 이후 8개월 만이다.
출소 이후 행보는 거침없다. 내년 6월 치러질 서울시장이나 부산시장 후보에도 거론된다. 검찰 독재 종식을 외치며 폭넓은 정치활동에 여념이 없다.
물론 무리한 검찰 수사를 비난하며 억울한 마음이 들 여지는 이해가 된다. 하지만 대법원은 조국 전 장관의 사문서 위조와 청탁 등 혐의를 인정해 판결을 확정했다. 뒤집어 말하면 ‘자식의 입시’를 위해 서민은 엄두도 내지 못할 ‘아빠 찬스’를 활용해 입시 공정성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은 피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지율 하락을 감수하고서도 조국 사면을 결단했다고 한다. 하루를 버티는 게 힘겨운 국민들은 솔직히 이런 정치적 맥락은 잘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 자식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대학 입시는 언젠가 거쳐야 할 관문이다.
동풍을 받아 힘차게 휘날리는 깃발도 갑작스러운 서풍에 고개를 돌려 거꾸로 나부끼는 게 세상 이치다. 민심은 바람이다. 큰 것에 흔들리는 게 아니라 조그만 것에 등을 돌린다.
오승주 공동체부 선임기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