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5㎡에 갇힌 산란계…'계란 부족' 먼저냐, 동물권이 먼저냐
서천호 "달걀 부족, 백신도 걱정"...동물자유연대, 두수 차이 안 클 텐데?
농식품부 "2년 동안 민간 자율적 이행"...카라 "자율적 이행은 규제 포기"
2025-09-12 14:37:13 2025-09-12 14:51:38
[뉴스토마토 정재연 기자] 산란계(알을 낳는 닭) 사육 면적을 규제하는 축산법 시행령의 유예기간이 지난달 종료되면서 사육 환경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거지고 있습니다. 서천호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한 몇몇 의원과 농림축산식품부는 달걀 부족을 이유로 사육 면적 확대를 제한하거나 미루고 있습니다. 동물 단체는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서천호 의원은 지난 9일 축산업 허가 요건 중 '단위면적당 적정 사육 기준'을 산란계·백신산란업에 한해 마리당 0.05㎡로 정하는 축산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개정안은 "지난 2018년 축산법 시행령을 개정해 산란계 케이지 사육 면적 기준을 마리당 0.05㎡에서 0.075㎡로 확대한 것이 산란계 사육 두수와 달걀 생산량 감소로 이어졌다"며 "백신 원료용 달걀 확보에도 차질이 예상돼, 백신 수출 경쟁력 저하와 국가필수의약품 공급 부족 등으로 국민의 공중보건을 위협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안정적인 국가 백신 수급과 공급을 확보하고, 국민 보건 향상에 기여하고자 단위면적당 적정 사육 기준을 마리당 0.05㎡로 정하도록 법률을 규정한다"고 했습니다. 
 
현재 산란계의 단위면적당 적정 사육 기준은 마리당 0.075㎡입니다. 시행 당시 기존 규정으로 이미 산란계 사육업을 허가받은 자에게 7년이라는 유예기간이 주어졌고 지난달 종료된 상황입니다. 유예기간이 끝날 무렵 서 의원은 축산업 개정을 통해 산란계의 사육 면적을 마리당 0.05㎡로 다시 줄이려는 시도를 하는 겁니다. 
 
농식품부도 유예 종료에 대응해 새로운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농식품부는 지난 7일 "당초 2025년 9월부터 신규 입식하는 산란계부터 마리당 0.075㎡를 적용하도록 했으나 2027년 8월까지 민간 자율적 이행 관리 체계로 전환한다"며 "2027년 9월 이후 미준수 농가 대상 과징금 부과 등 행정처분 강화를 검토한다"고 했습니다. 법이 시행됐지만 처벌은 미뤄져, 2027년 8월까지 농가가 마리당 0.05㎡를 유지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 겁니다. 
 
이에 대해 동물자유연대는 지난 11일 "다른 축산물에 비해 달걀값은 인상률이 높지 않고, 정부가 사육 두수 감소를 최소화하는 계획도 발표했다"며 "(개정안 발의는) 동물의 복지와 국민의 건강을 팔아 일부 농가의 인심을 얻으려는 매표 행위에 불과하다"고 했습니다. 
 
동물자유연대가 단체 홈페이지 캠페인 페이지에 산란계 사육 환경을 설명하기 위해 올린 사진. (사진=동물자유연대)
 
동물권행동 카라는 "이번 조치는 사실상 규제 포기에 가깝다. 정부는 2027년 9월까지 농가의 ‘자율적 이행’에 맡기겠다고 했지만, 강제력이 없는 ‘자율’은 곧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라며 "그동안 농가가 동물복지 개선을 자발적으로 이행한 사례는 극히 드물었으며, 이번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산란계 협회의 지속적인 건의가 있었고, 내부적으로도 달걀 수급 문제 등 고민이 있었다"며 "산란계 협회의 ‘불이익 주지 마라, 자율적으로 하겠다’는 요구를 수용해 시행은 하되 처벌을 미룬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지켜지지 않을 것을 대비해 모니터링 체계를 이미 구축했다"고 말했습니다. 
 
정재연 기자 lotu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