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관세' 대상 확대…철강부터 차 부품까지 '쓰나미'
안보 명분 내세워 "언제든 새 품목 관세 부과"
2025-09-17 18:02:46 2025-09-17 19:07:01
[뉴스토마토 유지웅·김태은 기자] 미국이 철강과 자동차 부품을 시작으로 관세 적용 범위를 넓히는 절차를 공식화했습니다. 단순히 품목을 늘리는 차원을 넘어 언제든 새로운 품목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제도적 통로를 마련한 것입니다.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상호관세가 법원 심리에서 흔들리자, 무역확장법 제232조라는 '확실한 무기'를 꺼낸 셈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또 관세 대상 확대…'상시 관세 리스크' 직면한 한국 
 
16일(이하 현지시간) 연방 관보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철강·알루미늄 파생제품 가운데 관세 부과 대상에 추가할 품목을 놓고 15일부터 의견 수렴에 들어갔습니다. 
 
상무부는 이날 자동차 부품에 대해서도, 10월1일부터 업계가 관세 부과 대상 품목을 추가로 요청할 수 있도록 절차를 공지했습니다. 미국은 이미 철강·알루미늄과 그 파생제품에는 50%, 자동차 부품에는 25%의 관세를 매기고 있습니다. 
 
법적 근거는 '무역확장법 제232조'입니다. '수입이 국가안보에 위협'이라고 판정되면, 대통령이 특정 품목에 관세 부과·수입 제한을 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과하는 조항입니다. 
 
미국은 이번 절차를 도입한 배경에 대해, 지난번 지정된 품목 외에도 국가안보 차원에서 보호할 품목이 더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기존 조사에서 빠진 철강·알루미늄 파생제품이 여전히 국내 산업과 안보를 위협할 수 있고, 자동차 부품은 대체동력·자율주행 등 첨단기술 발전이 빨라지면서 방위산업적 중요성이 커졌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미국은 이번 절차를 일회성 조치가 아닌 정례 제도로 굳혔습니다. 철강·알루미늄 파생제품은 매년 5월·9월·1월, 자동차 부품은 1월·4월·7월·10월에 의견을 수렴하도록 한 것입니다. 
 
상무부는 특정 품목이 관세 대상에 포함될지를 요청 접수 후 60일 안에 결정해야 합니다. 이달 접수된 철강·알루미늄 파생제품은 11월 말까지, 오는 10월 접수될 자동차 부품은 12월 중순까지 관세 부과 여부가 확정됩니다. 
   
한국의 철강·자동차 부품 수출 기업은 매년 여러 차례 열리는 의견 수렴 절차마다, 자사 제품이 관세 대상에 포함될지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미 직격탄 맞은 철강…자동차 산업 '연쇄 충격' 우려도
 
가장 큰 충격은 철강업계에 집중될 전망입니다. 단가 경쟁이 치열한 만큼 50% 관세가 부과되면 가격 경쟁력이 사실상 사라지고, 이는 곧 생산 차질과 수익성 악화로 이어져 국내 철강 생태계 전반에 연쇄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전체 철강 수출에서 미국 비중은 7~10%에 그치지만, 일부 품목은 의존도가 두 자릿수에 달합니다. 이미 '관세 폭탄' 등 영향으로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7월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액은 2억8341만달러(약 3913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3억8255만달러·5282억)보다 25.9% 감소했습니다. 
 
자동차 부품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한국무역협회는 지난 6월 발표에서 올해 1~5월 대미 자동차 부품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6.1% 줄었고, 하반기에는 6.5%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하이브리드 부품 수출이 늘고 있지만, 미국 현지 조달 확대 영향으로 전체 수출은 부진하다는 분석입니다. 상반기보다 하반기 상황이 더 나빠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이번 조치 예고로 부담은 한층 커지게 됐습니다. 
 
특히 자동차 관세 '문서화 지연'으로 인해 자동차 관세 25%가 연말까지 이어질 경우, 현대차그룹은 관세 부담으로 인한 영업손실이 약 5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에 따른 부품업계의 파장은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자동차 산업은 1차부터 4차까지 이어지는 원·하청 구조 탓에 한 번 생태계가 무너지면 연쇄 효과로 회복이 쉽지 않은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한국전기차협회장)는 "관세 문제는 정부의 책임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협상을 이어가면서도 추경 예산을 통한 인센티브와 세제 지원 등 충격 완충장치를 적극적으로 마련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습니다. 
 
펜실베이니아주 웨스트미플린에 위치한 U.S. 스틸 공장을 시찰하며 근로자들과 함께 걷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모습. (사진=AP연합뉴스)
 
"상호관세 무효화 대비"…232조 해석은 '미국 마음대로'
 
이번 조치가 더 위험한 이유는 철강·알루미늄·자동차 부품에 그치지 않고 언제든 다른 품목까지 같은 방식으로 관세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점입니다. 무역확장법 제232조는 법적으로 모든 품목에 적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두고 내년 상반기 미 연방대법원에서 '상호관세 위헌 판결'이 나올 것을 대비한 결정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오히려 미국 상공회의소를 비롯한 40여개 단체와 자동차·부품 제조업체를 대표하는 무역협회는 이날 공동 서한을 통해 '철강·알루미늄 파생제품 관세 확대 절차'에 강한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이들은 "최근 관세 적용 품목이 사전 고지 없이 확대돼 미국 기업에 예상치 못한 비용, 복잡성, 불확실성을 초래했다"며 "예측 불가능한 추가 확대를 중단하고, 명확한 지침과 투명한 협의 과정을 보장하라"고 촉구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품목 확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1기 때도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의 고율 관세를 매긴 뒤 중국산 태양광 패널과 한국산 세탁기까지 대상을 넓혔습니다. 당시에는 무역법 201조에 근거해 수입 급증으로 미국 업체가 피해를 볼 경우 발동하는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를 적용했습니다. 
 
곽노성 동국대 국제통상학과 명예교수는 "관세 품목 확대는 예견된 수순"이라며 "다만 트럼프 1기 때와 달리 이번에는 부과 규모가 50% 수준까지 높아졌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짚었습니다. 그러면서 "투자 수익이 예상되지 않는 상황에서 3500억달러의 거액 투자금을 요구하는 것도 차별적인 부분"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품목 관세 확대 조치는) 대법원 위헌 결정에 대비하는 측면이 없지 않고, 관세 부과 대상의 변동성은 이어질 수 있다"면서도 "선정 기준이 '안보'와 연관돼야 하므로 무제한적으로 확대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김태은 기자 xxt19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